commitment issue - 나를 잘 아는 이들은 다 안다. 나의 문제. 특히 연애에 대해서이다. 매 번 노력을 안 하는 것도 아니고 연애 횟수만 따지면 왠만한 사람들에게 지지 않을텐데, 그냥 지속이 안된다. 보통은 그런식이다.  금사빠 성향이라고 해야 하나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라고 해야 하나, 내가 평소에 갖고 있던 이성에 대한 바람과는 전혀 맞지 않더라도 새로운 사람에게는 금방 호감을 느껴버린다. 그러나 그 관계가 진지해질 것 같으면 도망가 버리는 것이 나의 습성. 상대방의 어떤 점이 싫어서 안되라고 말은 하면서도 상대방의 문제는 아닌 나의 문제라는 것. 그냥 겉보기에 좋은 사람 만나면 속물같은 나에게 지치고 적당한 사람 만나면 마음이 적당한데 같이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싫어지고. 그냥 그런 것이다. 누구랑 같이 있는 "나"보다 혼자인 "내"가 더 당당하고 좋다는 것.

항상 최고의 관심은 몸 - 구정이 지난 주부터 계속 출근하고 있다. 휴가 내고 집에서 쉬는 동안 숙취의 여파로 잘 먹고 실컷 잤더니 단기간에 살이 찐다 빠진다로 접근하는 것은 잘못된 것 같고 몸이 가볍다 무겁다의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매일 출근을 하기로 결심했다. 회사에서 먹는 점심 도시락은 무조건 샐러드로. 그리고 간단한 것이라도 사기 위해서 잠깐 이라도 밖에 나갔다 들어오는 절차가 복잡하여 군것질의 양이 현저하게 줄었다. 아니 집에서 하던 것에 비하면 거의 없어졌다가 더 정확하다. 이걸 잘 유지하기 위해서 계속 출근을 해야겠다. 출근을 규칙적으로 하게 되면 먹는 것이 따라서 규칙적이 된다.

가시같이 마른 몸이고 싶다 - 금생에는 어려울까. 엄마랑 쇼핑하러 백화점 한 바퀴 돌면서 엄마가 이것저것 입어보시는 거 구경했다. 우리 엄마 날씬하더라. 뭘 입어도 어찌나 예쁘던지. 까다로운 여자라 엄청 입어보고 고른 건 하나지만 그 입어 보는 과정에서 색깔이 안 어울리는 경우는 있어도 어떤 쉐입이 안 어울리는 경우는 없었다. 옷을 그렇게 좋아하는 나라서 역시 마르고 싶다.

버리기 - 옷이 참 많다 나란 여자. 눈에 들어버리면 몸에 맞지 않을지라도 사는 습성 때문이 첫번째 이유이고 돌고도는 유행을 알아서 가격을 어느 정도 지불한 옷은 안 버리기 때문이 또 다른 이유이다. 미니멀 라이프를 그렇게 주장하면서도 패션 아이템에 대해서는 맥시멀이다. 그러나 쌓아두면서 생기는 불편함이 커지고 있다. 공간의 문제도 그렇고 먼지도. 좀벌레 등을 걱정안 할 수도 없는 것 같고. 과감히 버리기로 마음먹고 가장 먼저 처리한 것이 예전에 산 밍크와 무스탕, 쉐입이 이상한 캐시미어 코트와 이젠 낡아서 헤진 느낌이 나는 핸드메이트 코트와 자켓류. 특히 리얼퍼는 앞으로 입을 생각도 살 생각도 없기에 가격 생각하지 않고 더 과감히 버렸다. 동물을 굉장히 사랑하여 비건이 되겠다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그 아이들을 위하여 최소한 안 할 수 있고 안 해도 되는 것은 하지말자라고 생각 중. 가오가 심지어 집에 있던 중에 밍크와 무스탕이라는 것을 샀다니. 나란 여자, 마음에 안 든다. 

잠병 - 마침 주말에 왔다.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까지 거의 드문드문 깨어있기만 하는 장시간의 잠을 잤다. 예전에는 평소에 잠을 안 자니 몰아서자나보다 했다. 지금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또 하나의 메카니즘인가 싶기도 한다.

Lana Del Rey -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심장이 미친 듯 두근대기 시작한다. 그녀의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의 내가 가장 미쳐있던 때여서인지 그 당시의 내가 되돌아와 불안해지고 초조해지고 동시에 아름다워진다. 불안정해서 날카로웠고 그 날카로움으로 남도 쉽게 베어버렸고 내 자신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더 깊게 베어버렸지. 세월이 지나 둔하게 무던하게 살려고 하지만 아니 그렇게 됐지만 저 속에 숨어 있는 상처는 치유가 되지 않은 채 엉성하게 봉합만 되어 있어. 괜찮다 괜찮다 하다가 툭 터져 버리는 상처를 다시 봉합하기 위해 숨어버려야 하지. 비록 숨지만 나약한 것은 아니야. 나를 너무 사랑하기에 그렇게 하는 것이 나를 위한 것이라고 결정을 해버린 것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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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휴가 - 구정 전 주 금요일부터 휴가를 내어 구정 주까지 이어지는 열흘 가까이의 쉼의 시간을 보냈다. 특별히 어딘가를 갈 생각은 아니었고 정신적으로 쉬고 싶었다고 해야 하나. 일이 힘들었다고 하면 그 건 거짓말이고 그냥 사람들과의 부대낌에 조금 지쳤어서 오랜 시간 쉬면 생기는 일 하고 싶다의 마음이 생기기를 기대해보는 휴가였다. 은또, 쭈 만나서 술도 실컷 마시고 일본에서 온 친구를 일년만에 만났고 조카와 잠실 가서 쇼핑도 하고 그 외에는 거의 언니네서 먹고 자고의 반복. 공식 연휴 전까지는 아침마다 필라테스 수업도 들었다. 게임도 많이 해야지 했었지만 어깨의 피로도가 너무 높고 은근한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그냥 하다 말다. 게임을 밤새 하는 것도 어릴 때의 이야기인가 보다. 가고 싶은 레이드 팟이 늦게 생겨 따라갔다가 고작 새벽 1시를 넘기지 못하고 레이드 중에 잠들어 버렸다. 그리고 일요일이 되었는데 일 하고 싶다의 마음이 올라오지 않았다. 휴식이 더 필요한 거니?

놀아 준다? - 특정 친구를 언급하며 내가 그랬나보다. 조카가 문득 이모는 왜 놀아 준다고 그래?라며 나에게 물었다. 내가 그런 마음이기 때문이다. 모든 친구가 만나서 시간을 같이 보내고 싶은 친구는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친구가 아닌 것도 아니다. 그런데 그 중 몇몇 친구에게는 깊은 심호흡을 하고 그래 한 번은 만나야지라는 마음이 든다. 근데 그렇다면 친구를 그만 두는 것이 맞는 것일까? 나의 소중한 시간을 쓰면서 왜 불편을 감수하는 것일까 하다가도 마음 한 켠으로는 모난 성격에 얼마 안되는 친구들인데 그래도 만나서 얼굴 한 번이라도 봐야지 하고. 그러다 보니 무의식적으로 다른 사람들 앞에서 저렇게 이야기 하나 보다.

과식 - 금요일에 술을 과하게 마셨기 때문에, 그리고 토요일에 술을 또 마셨기 때문에 그 분이 또 오셨다. 그 위의 헛헛함은 나같은 숙취를 같고 있는 사람만이 알 것. 머리가 아프다던가 토할 것 같다 등의 일반적인 증상이면 차라리 해결이 쉽다. 진통제를 먹거나 차라리 토를 해버리면 되는 것. 술을 어설프게 많이 마셨을 때 나에게 매 번 오는 위의 헛헛한 증상. 배고픈 느낌이어서 먹고, 그래도 채워지지 않아 과식을 하게 되는데, 보통은 과식을 하면 많이 아파지지만, 술 마신 다음날만큼은 괜찮다. 근데 과식이 하나의 패턴이 되어 며칠 지속하고 나면 엄청 아파지는게 문제이다. 정말 많이 아파진다. 특정하게 위의 한 부분이 아프다 이런게 아니다 위와 배는 가득 찬 느낌에 몸 전체가 짜부러지는 느낌. 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고 그렇다고 깨있을 수도 없게 되는. 자꾸 나의 몸을 발견한다. 어쨌든 해결책은 금주라는 것. 알콜성 우울증도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이 아픔을 감수하면서 술을 마실 이유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아주 끊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술만큼 인생의 재미를 가져다주는 것은 없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할 때라는 막연한 깨달음과 나의 인생의 한 장이 또 다른 장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생각.

먹자 - 코로나로 나돌아다니는 것에 엄청난 제한이 있지만 그래도 간혹 친구들을 만나서 다닌 핫하다는 식당이나 커피숍을 가보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 매번 사진을 남기지는 못하고 있어 모든 것을 기록하지는 못하지만. 최대한 사진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은 갖고 있다. 도쿄 살면서 부터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한 부리, 방어. 한국에서도 맛있다. 다만 가격 차이가 너무 커서 내심 손해 본 이상한 느낌. 어리 굴젓은 맛있지만 항상 누가 먹고 죽었단 이야기를 듣고 기억하고 있어서, 먹으면서도 내일 난 살아있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항상 급사하여 죽고 싶지만 그 죽음이 아름다웠으면 하는. 뭐 그런 말도 안되는 똘끼. 식중독으로 죽으면 엄청 구릴 것 같다는! 

 

 

도렐. 제주도에서 시작한 곳이란다. 너티클라우드라는 메뉴가 유명하다고 해서 마셨다. 카멜 커피에 너트 폼을 얹은 것 같은 맛. 맛있었다. 그러나 양이 부족하여 커피를 2차로 더 마셨다.

 

 

예전부터 좋아하는 아그라. 어느날 하루 출근해서 아그라에서 점심 세트메뉴를 혼자 시켜먹었다. 샐러드 브레드와 탄두리 치킨까지 같이 나오는 세트. 난 여기 탄두리 치킨이 좋더라. 달달하니. 세계의 음식이 한국화 되면서 달아진다고들 하는데 어쩔 수 없는 듯. 한국인인 나의 입에는 단게 맛있는 걸.

 

 

어느날 점심으로 먹은 삼겹살 구이 덮밥. 요건 사실 삼겹살에서 돼지 향이 진하게 나서 맛은 없었는데, 덮밥의 구성품을 보고 아 이렇게 덮밥 해먹으면 되는구나 기억하고 싶어 사진을 찍었다. 얇게 저민 양파와 김가루, 상추, 계란 후라이를 기본으로 메인 하나를 올리면 매우 근사한 한끼의 덮밥 요리가 완성된다는.

 

 

한식 좋아하는 나. 이 음식을 같이 먹은 친구와는 그런 식으로 엇갈린다. 내가 좋아하는 생선구이 식당을 일부러 찾아 준 친구, 그리고는 삼치와 순두부 찌개를 시켜버리는. 난 둘 다 싫어해. 난 고등어나 임연수, 그리고 생선구이와는 김치찌개나 된장찌개를 원한다고. 맛있는 집이었으나 나에게는 40프로 부족했다.

 

 

팬시한 커피숍. 인테리어도 예쁘고 커피숍 내에서 팔던 기물들도 예쁘고 커피도 맛있었고 카라멜 브라우니는 정말 기억나고. 근데 의자가 너무 불편해서 못 앉아있겠더라. 분위기와 커피를 즐기고 나라에서 정해 준  한 시간 이내에 부랴부랴 나오게 되는 곳.

 

 

그리고 너무너무 사랑하게 된 야끼토리. 망원동의 과일가게. 머리에 쏙 넣었다. 사장님 혼자 운영하여 손님을 다 못 받더라. 어찌나 야끼토리가 맛있던지. 구운 솜씨도 훌륭했고 우선 닭 자체의 신선도도 높았다. 내가 일본에서 먹은 야끼토리는 조금 탄성이 있었다면, 여기의 야끼토리는 부드러운 질감. 양쪽 다 좋아. 사진 외에도 이것저것 시켜먹고 소주 한 병 나발 불고 8만원 정도 나온 너무너무 좋은 곳. 

 

 

술 마시다 마지막에 꼭 생각나는 회. 오복수산이었던 듯. 체인이면 퀄리티 유지를 잘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난 여기는 별로였다. 메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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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통 - 나라는 여자 나름 운동 부심이 있다. 20대 초반 에어로빅, 수영, 요가으로 시작하여 40이 된 지금까지 복싱, 발레, 철인삼종, 훌라댄스, 재즈댄스, 마라톤 풀코스까지 했고 나름 각각의 운동에서 평균 이상은 했었다고 생각한다. 마라톤 빼고. 마라톤은 완주에 의미를 두기로. 그런데 요새 필라테스 수업에서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있다. 근육통을 엄청 겪고 있다는 소리이다. 일주일에 고작 두 세번 한시간씩 하는 운동에서 말이다. 어느 순간부터 나에게 근육통은 10킬로미터 이상을 달리거나 사이클링을 백키로 가까이해야 오는 것이었는데. 그것도 특정 부위에 오는 자극이라기 보다는 몸 전체가 뻐근한 수준에서 잘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지는 것 정도였다. 코로나로 근육이 풀어졌나 싶기도 하지만 중간중간 달리기와 스쿼트 등을 빼놓지 않고 하고 있고, 무엇보다 나의 부심의 중심에 있는 요가, 혹은 스트레칭은 매일 하기에 근육통을 덜 겪는 편이기도 했다. 근데 고작 한 시간 안에 이뤄지는 몇 번의 반복적인 동작으로 엉덩이 혹은 배, 혹은 허벅지, 어깨 등에 근육통이 발발한다. 운동하는 이들의 블로그를 읽거나 인스타를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언젠가 읽은 글귀가 생각난다. 운동의 효과는 시간이 아니라 얼마나 집중 하느냐라는. 소규모와 원오원으로 진행하는 수업이다 보니 선생님이 잡아주는 정확한 자세에서 운동을 이어나간다. 집중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역시 부심이란 함부로 가질 것이 아니라는 것. 아직 운동에 있어서는 병아리다 해야지.

듣기 - 나 말이 많다. 그리고 말을 곧 잘 하는 편이다. 가끔 나의 말 소리에 내 귀가 아프다 느껴진다. 제발 남의 말 좀 듣고 살아. 말을 안 하면 어쩌다 한 번 후회한다고 한다. 그 말을 안 해서. 그러나 말을 하면 여러 번 후회를 하게 된다고 한다. 도대체 그 말을 왜 했을까 해서. 인생의 진리인데, 그렇게 잊고 산다. 자꾸 질문을 하고 듣자라는 생각을 한 번 더 한다. 회사에서 혹은 사석에서 무심코 아는 척을 하며 조언을 하는 나를 발견한다. 상당히 꼴불견이다. 꼰대가 별거냐며 조심하자고 다시 한 번 나를 타일러본다.

빅뱅이론 - 전 시즌을 다시 한 번 보고 있다. 웃기다. 혼자 보는 데도 큰 소리로 웃게 되는 경우가 여러번이다. 보고 웃을 때마다 쏭이 생각이 그렇게 많이 난다. 빅뱅이론의 재밌는 장면을 보면 꼭 둘이 그 장면을 이야기하며 웃곤 했다 그 아이가 맑은 톤으로 엄청 크게 웃기 시작하면 나도 따라 웃으며 마음 한 켠에 불편했던 것들이 밀려나기 시작했다. 우리는 모두 페니이기를 원했지만 난 버나뎃이었고 쏭은 에이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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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떼어 놓기 - 일을 한다. 돈을 벌어야 하니까 회사에서 일을 한다. 프리랜서로도 일을 해보았지만 수입의 들락이 보이지 않는 심적 부담으로 느껴졌었고, 새로이 삶을 시작할 때 소속이 주던 안정감이 좋다고 느꼈기에 한국에 와서 다시 회사를 다니고 있다. 중간 중간 유튜브를 본다거나 재택 때는 점심 시간 중 낮잠을 자기도 하면서 간혹 '딴짓"이라는 것을 하지만 일은 비교적 열심히 억지로라도 텐션을 높여서 한다. work ethic은 있으니까. 보이지 않는 다고 방만해지기 보다 나를 놓지 않고 매일매일 지켜나갔을 때 결국 나에게 보상이 온다는 것을 알기도 하고. 그렇다고 야근을 하거나 하지도 않는다. 정해진 시간 내에 철저하게 집중해서 일하자가 기본적인 생각이다. 그리고 마음은 다하지 않는다. 마음을 다하게 되면 실망이 커지기 때문이랄까. 지금 다니는 회사, 인화를 중요시 하는 회사는 아니어서 마음을 케어받고 싶어하는 순간 괴로워지는 곳 같다. 마음을 케어받지 못한다고 슬퍼하면서 계속 다니는 이들이 슬슬 괴물이 되어가는 것이 보이기도 하고. 나부터도 인화를 중요시하지도 않는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은 항시 변하는 것이어서 인정으로 무언가를 하는 것이 보답으로 올 때도 그러나 독으로 올때도 있기에, 애시당초 약일지 독일지 모르는 샷을 던지기 보다는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 회사인으로서의 나의 결심. 그렇게 마음을 한 발자국 떼어 놓는 것이다. 사회인으로서는 최선의 선택지라는 것에는 아직은 의심은 없다.

괴물들 - 코비드로 사람들이 이상하게 변해가는 것일까 원래 이상했던 사람들을 내가 보고 만나고 있는 것일까. 실체를 알 수도 없는 존재가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이가 얼마나 미우면 그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을 확인하여 문제가 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내 비난을 할까. 인스타에서 스타일이 좋은 미용인을 팔로우하는 중인데, 그녀가 어느 날 악플에 대한 게시물을 올렸다. 사생활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 그리고 여성성에 대한 비하. 그리고 그녀가 덧붙인 글에는 미용실에 자주 선물을 사들고 오는 손님이 그 악플러 중 하나라서 더욱 절망했다고 한다. 어떤 이유로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다른 사람을 미워하는 것일까. 그로 인해 자신이 얻는 것은 무엇일까. 같은 것을 공유하는 사람을 미워하고 시기하는 그 것은 뭘까? 그러는 그 마음은 얼마나 아픈 것일까. 익명성의 무서움. 익명성을 보장 받는 순간 사람들은 거칠어진다. 

그래도 세상은 밝아 - 어제, 일요일에 미친 이모인 나는 9살 조카를 꼬셔 미용인 놀이를 했다. 어깨까지 오는 긴단발의 머리를 귀밑으로 싹둑 잘랐다. 처음이 아니기에 자신이 있었는데, 파마한 머리를 잘라주는 것과 생머리를 자르는 것은 다른 것이었다. 너무나도 삐뚤빼뚤한 머리. 그 와중에 난 무슨 자신감으로 애를 한 번 더 꼬득여 내 앞머리도 잘라줬다. 처키가 된 내 사랑. 완전 망했다. 그래도 기특한 내 사랑. 안 울더라. 가만히 보더니 옷 차려 입고 미용실 가자고 하더라. 역시 저렴한 우리 동네는 아이 커트가 5천원이다. 5천원이면 해결될 일을 한 시간을 넘게 끙끙 머리 카락과 사투하고, 그 머리카락이 애의 살에 박혀 애는 괴로워하고, 그리고 결과물도 못 낸 미친 이모. 그런 이모를 사랑해주는 조카. 다행히 미용실에서 다듬고 나니 짧은 단발이 엄청 잘 어울리는 우리 뽝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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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한 재택근무의 장기화와 외출의 자제. 말은 자제이나 실질적으로는 어디에도 갈 수가 없는 상황이 아닌 마음의 상태. 사람이 많은 실내에 간다는 것은 쿨한척 하는 나에게도 매우 꺼려지는 일이 되었다. 삶의 형태가 너무 바뀌어 도쿄에서의 삶 자체가 그리워지고 있다. 그전에는 그냥 야키토리에서 혼자 마시는 한 두잔의 술과 집에서 가까웠던 쇼핑몰이 그리웠다면 말이다. 한국에 돌아 온 이후 내 삶은 감옥에 갇힌 것처럼. 그러나 모두가 갇혔기에 억울하다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도쿄에서의 삶에서 충만했던 자유가 그립다 뭐 그런 것. 

여행에의 욕망을 드라마로 풀고 있다. 최근에 본 것은 emily in paris. 파리에 가고 싶다. 4월말의 파리가 기억이 난다. 녹음이 우거졌던 샹젤리제 거리. 아무렇게나 어우러져 피어 있던 길가의 꽃들. 무심하면서 섬세한 골목길. 센느강 옆의 길거리 책방들. 밤에 센느강 유람선에서 보던 에펠탑의 흐릿하여 우아했던 조명.

2020년의 이 모든 것이 joke가 될 수 있는 그날이 어서 빨리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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