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중에 다녀왔다. 회사 동료와 가볍게 남산이나 오르자 하고. 외국인이 해방촌이라는 지역에 살면서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는데, 아 맞다했다. 다르게 보이겠구나라는 생각. 나에게는 더 이상 새로움이 없을 것 같은 서울인데, 그들의 눈에는 또 다른 것. 나에게 도쿄가, 혹은 내가 살던 아다치구가 그랬듯이. 이 친구는 예전에 패션 전문 사진가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잠깐 내 사진을 찍어주었는데 아주 결과물이 흡족. 그냥 나인데 보기 좋은. 요새 앱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봤는데, 거기에 나는 예쁘지만 내가 아니었어서 별로였거든. 어떻게 하면 사진을 잘 찍느냐 했더니 빛이 중요하단다. 모르냐? 알고도 못 찍으니까 묻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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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좋다. 마실때마다 뇌세포는 죽어서 바보가 되어가고 숙취로 몸이 아파져도 그래도 그저 술이 좋다. 취해 있는 내가 좋다. 세상의 모든 낭만을 끌어 안고 있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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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90% 이상 재택을 방침으로 내렸고, 난 그 90%를 팀원수에 적용해서 11명 중에 한 명으로 출근을 이어나가고 있다. 집에 있으면 아무래도 집중력이 떨어져서 머리를 쓰지 않는 일만 하려들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번주는 나와서 이것저것 많은 일을 처리했다. 귀찮아서 혹은 어려울 것 같아서 미뤘던 일들. 집에서는 해결이 안되던 것들이 회사에 와서 회의실을 잡고 집중해서 하니 해결이 된다.

공간의 중요성. 집은 나에게 쉬고 즐기는 공간인데 일 때문에 공간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이 싫다. 가끔 주말 오후에 멍하니 침대에 누워있는 것이 최고의 정신 휴식인데, 집에서 일을 하기 시작하니 이것도 저것도 아닌채 쉬지도, 그렇다고 일을 잘 하지도 않고 공간에 불만만 쌓여가기 시작했다. 그냥 출근을 하는 것이 정답.

이제는 한국어로보다 영어로 이메일 쓰는 게 편하다. 영어가 편한것보다 한국어 맞춤법이 점점 자신이 없어져서이다. 일일이 국어사전을 찾아가며 하기에는 나의 시간이 너무 제한적이다. 도서관에서 대여는 가능하니 책 읽기에 조금 더 집중해야겠다. 한국어는 묘하게 헷갈린다. 간신이일까 간신히일까 등의 고민으로 수분을 날려보내게 된다.

분명히 결혼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아니 결혼보다 사랑하는 사람하고 같이 살면서 삶의 여러 부분을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그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의 기준을 스스로도 모르겠다. 이제는 너무 많은 사람을 만나 헤어져 봤기 때문인것일까. 매번 어떤 이유로든 상대방이 좋아서 만났던 것은 맞는데, 그 사람 자체를 좋아한 것이었는지에는 확신이 없어서이다. 변하는 마음을 스스로 이해하지 못하기도 하고. 사실 상황적 필요에 의한 만남도 분명히 있었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마음에 들어서라기 보다는 혼자인게 싫어서, 혹은 새로운 곳에 가서 힘든데 옆에서 도와주는게 고마워서 그냥 사겨보기도 했었다. 같이 시간을 오래 지내다보면 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아니라고 생각했던 부분을 끝까지 놓지 못하며 상대방에 질려서는 싫어하게 되는 나를 매번 발견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생각하는 조건의 줄을 세워 사람을 재보는 것도 아닌 것 같고. 

외모나 배경 이 모든 것을 떠나서 난 영리하며 약간은 날카롭고 예민한 사람에게 매력을 느낀다.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 마음이 빨리 식는 것이 더 맞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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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건 사람이건 잘못됐거나 과하거나 몸에 부작용이 오기 마련이지. 기대의 여지가 없으니 화가 나지 않아 장난처럼 사람을 만나다가 상대방의 기대에 화들짝 놀라 몸과 마음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시작을 했으니 끝을 내야하는 것은 맞는데 언제 어떻게 해야하는 것인지 잊어버린 듯 하다. 아니 예전의 내 방식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아 맞는 것을 배우고 싶은데 정답이 있는 것인가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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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술이 엄청 취했는데
선선한 바람이 불 때
마침 내가 너무 좋아하는 음악이 나와
난 털썩 주저앉아 두 무릎을 끌어 안이 버리는 것이다
그러면 누군가 나타나서 내 손을 잡아 일으켜 세워주는 거지
여름 밤에 나만의 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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