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벽을 발판으로 삼지 않고 요가의 물구나무 서기 동작이 가능해졌다. 아직은 뒤로 넘어가지 않을까라는 공포심을 갖고 있지만 동시에 넘어가더라도 쿵 떨어지지 않겠다 싶기는 하다. 뭐든 꾸준히 하면 된다. 이젠 빼박 못하는 40이 되어가는데도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결국에 해나가고 있다. 40이 되면 "내"가 없어지는 줄 알았다. 그냥 나이 든 한 사람, 중년의 여자, 뭐 그런게 되어 회색의 삶을 살거라 생각했는데, 지금의 나는 이십대와 삼십대와의 나와 크게 다르지 않게 항상 불안하고 초조하고 감정이 무지개색으로 바뀌고 있다. 다만 하나 크게 달라진 것이라면, 급하게 서두르지 않더라도 꾸준히 하다보면 무엇인가가 되어 가는 그 신기함을 알았다는 것이다. 나를 칭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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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고 잘 놀고. 하루하루 미친 마음이 나를 들었다 놨다 한다. 그러다 남의 글을 봤다. 나의 기분으로 남을 좌지우지하지 말라고. 아닌 척 해도 결국 나는 남의 기분을 좌지우지 할 수 있을 것 같아 일 하는 동안은 감정기복을 드러내지  않도록 노력하자고 다짐. 결국 각자의 인생. 그래도 타인에게 뭔가 도움이 된다는 건 나쁘지 않은 느낌. 가족과 베프가 아닌 타인에게 일방적으로 뭔가를 해주지는 않는다. 나 역시 바라지 않을거니까. 그래도 내가 생각하는 방향을 공유해 줄 수는 있다. 선택은 너의 판단. 무심히 흐를 수 있는 일상에서 의미를 찾는 것은 너의 몫.
틈이 날 때 운동을 했었는데 한국에 돌아와서는 너무 많아진 틈에 게임을 했다. 스트레스 해소가 잘 됐으니 게임을 하는 것 자체가 싫은 건 아니다. 다만 게임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다보니 몸을 관리하지 않은 것이 문제. 일주일에 두 번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단지 그것뿐. 3주차이다. 오르락 내리락 하는 마음에 휘둘리지 말아야겠다고 오늘에서야 마음이 걷혀진다. 조금이라도 몸이 안 좋으면 바로 정신이 반응을 한다. 틈을 비집고 들어와 모든 걸 흔들어댄다. 여기가 아니라고 하지만 저기를 가르쳐주지도 않으면서. 나를 이기는 운동은 마라톤이다. 내가 극복이 안되면 달리지를 못하게 되니. 내년 동아마라톤을 나가야겠다. 그를 위한 준비를 해보자.

어느 주 금요일 저녁에 은또와 군자 근처의 전여친에 갔었다. 궁금했었다. 기발한 네이밍과 한복을 입고 서빙을 하는 알바생을 지나다가 우연히 봐서. 화려하게 한 판 깔리는 전. 그러나 술이 더 고팠던 날이라 빼른 시간에 너무 취해서 뭘 먹었는지 맛은 어땠는지 기억은 안난다. 이후로 이차도 갔다는데, 이차 술집에서 눈을 반쯤 감고 먹태를 먹었다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다음날 아침이고 다행히 집에는 있었고. 열심히 맛집을 저장해보고 있지만 결국 술 마시기 쉬운 곳을 가게 된다. 새로운 것들을 찾아보는 것에 게을러지면 늙은 거라는데.

 

어느 주말에는 언니네랑 장흥에 새로 생긴 제주에서 온 은희네국밥을 먹으러 갔다. 제주도에서 유여사님이랑 같이 갔을 때 유여사님 엄청 싫어했던 기억. 그런데 이번에 먹으니 뭐 이런 맛있는 맛인지. 그리고 옆에 있는 베이커리 카페.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었다. 빵순이 아니라 빵은 모르겠지만 커피는 맛있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또 가봐야지. 언젠가.

또 어느 주말에는 술도 안 마시는 쭈를 불러다 앉혀 놓고 혼자 소주 나발. 술이 그렇게 필요하다 요새. 일이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은 아니고 그냥 오르락 내리락 하는 기분에 자꾸 취함으로 도망가고 싶어져서이다. 도쿄의 다른 무엇보다 그리운 야키토리집. 블로그를 드문드문하는데 뭔가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도쿄에서 다닌 야키토리집을 기억하고 싶어서? 

지난 주말은 김장에 오롯이 받쳤다. 일년 먹을 김치. 도쿄 살 때 엄마가 보내줬던 기억에 진짜 가기 귀찮았지만 따라갔다. 토요일 차 막힐 걸 대비해서 집에서 새벽 4시 40분에 나갔다. 차는 안 막혔지만 안개도 엄청 긴장되는 운전을. 내 옆 차는 중앙선 넘어 잘도 가더라. 식구들 북적북적. 반복되는 이야기들에도 여기저기 깔깔. 어른들의 연세가 높아지니 한 세대가 마무리되고 있구나라는 쓸쓸함은 양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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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올라오는 미친년 스멜. 회사 옆 베트남 쌀국수집에 혼자 가서 매운곱창쌀국수를 시켜서 눈물 콧물 한 바가지 흘리고 반도 못먹고 나왔다. 그리고 위가 너무 아프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쇼핑으로 안 될 지경에 이르렀다.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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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때문에, 회사 때문에, 직위 때문에, 위치 때문에, 장소 때문에, 성별 때문에... 타협해야 한다면 안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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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할 때는 계획적인 소비를 했었나보다. 다시 엄마집으로 들어 온 지금 또 지출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가고 있는지 모르는 치매성 소비요정으로 되돌아왔다. 한달에 월세 및 공과금을 150만원 정도 내고도 항상 돈이 남아 돈을 모았었는데, 비슷한 수입을 갖고 있는 지금, 월세도 안내고 공과금도 안내는데 매달 통장에서 돈이 사라진다. 도쿄가 물가는 더 비싸다고 하는데. 왜 그럴까. 자취 당시 건강을 위해 외식을 자주 안 했다는 것이 하나의 이유일까. 아침엔 과일을 점심엔 주로 도시락을 저녁은 패스할 때가 많았다. 주말에 외출을 안 할 때는 김치찌개 한 번 끓여 주말 내내 먹기도. 샤인 머스켓과 여름에 수박 아니고는 한달 식비가 2-3만엔을 넘어본 적이 없었다. 지금은 엄마가 해주는 밥을 하루에 한 번 정도 먹기는 하지만 점심이나 저녁을 사먹을 일이 많다는 것. 도쿄에서는 외국인으로 나이가 많음에도 베츠베츠의 수혜를 받았지만 여기서야 회사에서든 사적으로든 보통 나보다 어린 사람을 만나면 밥을 혹은 커피라도 사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버렸으니, 한달에 식비로 7-80만원은 우습게 나가고 초반 몇 달은 100만원이 넘는 돈을 식비로 쓰기도 했다. 기분파다 보니 그럴 필요가 없을 때도 어느새 내가 계산을 하는 경우도 많고. 쇼핑은 모르겠다. 도쿄에서는 보너스 달마다 사무실이 긴자라는 핑계로 명품을 사댔고, 사이에 한국을 여러 번 들어왔을 때마다 29인치 캐리어를 채우기 위한 면세와 백화점, 보세 쇼핑을 광적으로 했으니. 지금이 오히려 안 사진 않아도 합리적으로 적당히 사니 이건 아닐 수도.

미니멀리즘의 추구를 다시 시작하여 책을 읽어대고 있다. 한 번 더 읽고 치워버리는 거. 내가 좋아하는 책들을 사놓았던 거라 그 책들을 읽다보니 말도 안되는 감성이 다시 오고 있다. 두근두근. 붕붕 떠서 걸어다니는 중. 코로나 덕택에 나는 지면에 닿을 뻔 했는데. 다시 떠나야할 것이다. 이유 없이 그렇게 정해져버렸다. 여러 번 많은 글을 쓰면서 스스로를 정의내려고 했다. 그런데 그냥 나는 그렇게 생겼다. 어려서 감성적인 소설을 많이 읽지 않았다면 이런 두근거림이 없었을까? 나는 또 결국 어떤 틀을 만들어보고 싶었나보다. 나는 어떤 일이나 환경 때문에 이리 되었다는 인과관계를 규명하고 싶었나보다. 그냥 이렇게 생긴 것을.

가끔은 아플 것 같은 징조가 와서 오랜 시간 잠을 잔다. 잠에서 깨어나면 괜찮아져있다. 자취할 때 왜 그렇게 아팠을까, 그리고 서러웠을까. 혼자가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몸이 아픔을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임을 테두리 안에 있을 때 오는 심적인 안정이 결국 물리적 건강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 그레도 이 안정성이 혹은 안심하는 마음이 나를 도태시킬까봐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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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타우너. 몇년만에 똑같은 메뉴 도전. 맛있었다. 그러나 이런 메뉴들은 먹으면서 이미 몸이 힘들다. 

먹었으니 움직여야 한다고 산책을 했다. 이태원과 해방촌 사이. 한 시간 남짓 걸었다. 언덕이 꽤 가파르고 높아 나미는 힘들다했고 난 앞이 뾰족한 구두를 신어 발이 무척이나 아팠다. 그런데도 좋았다. 아직 춥지 않은 가을의 밤을 가르고 다닌 것이. 사랑꾼 나미의 이야기를 들으며 때로는 시니컬한 언니의 충고를 던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녀가 부러웠다. 순수한 사랑꾼. 내가 사랑하지 못하는 것은 순수한 것이 아닐까라는 걱정. 내가 소중해지면서 방어막이 높아졌고 의심이 많아졌으니. 뱉어내는 말과는 다르게 정말 사랑만으로 사람을 선택하지 못하는 것도 나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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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홀로서기를 하고 싶은 사람은, 뭘 기르는 게 좋아. 아이든가, 화분이든가. 그러면 자신의 한계를 알 수 있게 되거든.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야.

상처를 주고 아무런 결과도 맺지 못했다고 해서 나의 사랑이 의심받을 수는 없다.

또 그 분이 오셨나보다. 글을 쓰면서라도 마음을 진정시키고 싶다. 계속 되는 두근거림. 내가 있을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두려움. 여기는 아니라는 그러나 거기도 없는. 살아갈 나날은 길고 길어 알아. 그런데도 이러한 불안함과 불안정한 기분이 때때로 나를 찾아와. 차분한 사람은, 마음이 두꺼운 사람은 어떻게 그런 것이 가능한 것일까. 그분이 오실때마다 나는 심장이 터질 것 같고 울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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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중에 다녀왔다. 회사 동료와 가볍게 남산이나 오르자 하고. 외국인이 해방촌이라는 지역에 살면서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는데, 아 맞다했다. 다르게 보이겠구나라는 생각. 나에게는 더 이상 새로움이 없을 것 같은 서울인데, 그들의 눈에는 또 다른 것. 나에게 도쿄가, 혹은 내가 살던 아다치구가 그랬듯이. 이 친구는 예전에 패션 전문 사진가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잠깐 내 사진을 찍어주었는데 아주 결과물이 흡족. 그냥 나인데 보기 좋은. 요새 앱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봤는데, 거기에 나는 예쁘지만 내가 아니었어서 별로였거든. 어떻게 하면 사진을 잘 찍느냐 했더니 빛이 중요하단다. 모르냐? 알고도 못 찍으니까 묻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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