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의 변화 - 안 먹겠다는 것 까지는 아닌데 예전에 찾아서 먹던 것들을 요새 안 먹고 있고 굳이 먹고 싶어 하지 않고 있다. 첫번째 음식은 돼지곱창야채볶음. 술 안주로 혹은 야식으로 즐겨 먹던 음식 중 하나. 집 앞에 순대곱창골목이 있어 저렴하고 푸짐하게 사다 먹을 수 있었기에 일주일 혹은 이주일에 한 번은 먹었었는데. 한국 돌아온지 일년 반. 한 번도 안 먹었다. 사실 집 앞에 한 번 사러 갔다가 위생 상태 보고 포장해 온 그대로 쓰레기통 직진 시킨 후 다른 곳에서도 안 먹고 있다. 두번째는 소곱창 구이랑 전골. 소곱창은 나름 매니아였는데. 가격이 있고 기름 냄새가 진하게 베는 편이라 자주 먹기 보다는 맛집을 찾아다녔었다. 도쿄 살 때 대창도 곧잘 사다 집에서 이것저것 해먹었고. 그런데 소곱창류는 어느날부터 그 내장의 냄새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입이 거부하기 시작. 후라이드 치킨도 그렇다. 한국 돌아오면 일주일 일후라이드 하겠다가 계획이었는데 지난 일년 반 동안 회사에서 쿠폰 넣어줬을 때 한 번 외에 배달로 후라이드 치킨을 시켜본 적이 없다. 요새의 나는 얕은 음식이 좋다. 고기류는 가공이나 양념이 잘 되어 고기 특유의 냄새가 전혀 안 나는 그런 것들. 소세지나 돼지 갈비 그런 것들. 이러다 음식이 귀찮아졌으면 좋겠다. 귀찮아서 배고플 때만 먹으면 되는 그런 상태가 됐으면 좋겠다. 먹기 위해 들이는 노력과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도록.


삶 - 내 삶에 언제나 대체적으로 부족한 헝그리함. 간혹 머릿 속에 떠오르는 삶의 집착, 헝그리함의 이미지는 삼십대말 사십대에 건강까지 혹사하며 밤낮없어 일하는 직장인 혹는 노동자. 뭔가를 이뤄내기 위한 과도한 노력, 자신과 주변에의 희생. 하고 싶지 않은 것임은 물론 할 배짱도 없는. 도쿄 살 때 하루 6-7개의 미팅을 위해 칠센치 힐을 신고 전철을 타고 도쿄 중심부 이곳저곳을 걸어다닌 기억이 내 인생 최고의 헝그리함. 발이 너무 아팠고 특별한 결과물 없는 미팅 후 헛웃음이 났었다. 모국어도 아닌 영어로 혹는 기초지식만 있던 일본어로 사람들을 설득했고 나를 어필했다. 밤이 되면 울고 싶기도 했다. 그래도 살아 있다는 기분이기는 했다. 처음으로 생존을 위해 일해 본 기억. 삶이란 지지부진하니까 내가 바뀌어야 역동적인 무엇이 될것이다. 난 뭐를 바꿔볼 수 있을까... 요새 자꾸 하는 생각은 농업으로의 귀의. 해가 뜨는 순간 시작돼서 해가 지면 끝나는 육체 노동. 조금 더의 이익이라는 것을 생각하지도 못 할 정도의 피곤함.


숨겨놔야 하는 마음 - 저녁에 소맥 한 잔 마시며 나눈 이야기. 우리의 삼십대 저변에 깔린 그것. 없애지 못한다면 수면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더 무거운 돌을 메달아 가라앉혀야 하는 것.


퇴사욕구 - 엄청 뿜뿜 중. 바빠서 다른 생각 할 시간 거의 없이 열심히 일을 하는데 퇴사 욕구가 뿜뿜하는 건, 보람이 없어서이다. 매니저일도 팀원들 좋은 사람 만난 것을 다행으로 버티지만 난 피플 지향적인 인간은 아니어서 금전적 보상 없는 노동에는 한숨이 나올 뿐. 현 직장에서 성장에 대한 욕심이 뚜렷하게 생기지 않은 상황에서 새롭게 밀려드는 일은 많고 잘 하고 싶거나 해내겠다는 열정이 없는 채로 일 못한다는 소리 듣기 싫어 하고 있다는 그것이 문제.


역마살 - 주기적으로 온다. 또 떠나고 싶다. 항상 여기는 아닌데 거기도 없는 나의 삶. 이걸 눌러보고자 제주도로 내려간다. 일년까지는 무리겠다 싶어 우선 한 달 반. 내려가서 살만한 집이 있나도 알아보고 내가 할 만한 일이 있나도 알아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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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 누구에게나 있는 것, 과거. 다만 어떤 과거가 있느냐의 문제. 친구 A와 B가 있다. 친구 A는 어릴 때부터 털털한 성격으로 동성은 물론 이성에게도 쉽게 친구로 다가갔다. 그래서 여자 친구들의 연인들과도 쉽게 친구가 되고는 했다. "그러나" A는 이들과 친구로만 남지는 않았다는 것이 문제. 왜 B의 이야기를 같이 꺼냈냐하면, 바로 B의 연인들과 A가 "과거"라고 불릴 사건들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것만 두 번. A는, B와 소위 베스트프렌드였음에도 불구하고, B를 제외한 사람들에게는 이 사실을 그리 열심히 숨기지 않았고, 간혹은 자랑처럼 이야기하기도 했다. 많은 세월이 지나 기억 저편에 있기는 했지만 나는 A의 과거를 알고 있었다. A와 B는 이제 부모가 된 어른들이다. 동갑내기 친구지만 아이가 있는 부모에 대해서는 난 항상 나와 다른 "어른"을 적용시킨다. 어른스럽게 행동할 것이라는 기대. 일상의 소소함 혹은 지나간 일들에는 쿨해졌을 것이라는 기대. 오랜만에 B와 시간을 보냈다. 두서 없이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눴다. 오래된 사이이니 예전 이야기부터 지금 살아가는 이야기들. 논리적 연관성 없이 머릿 속에 떠오르는 대로 그렇게. 갑자기 B가 자신의 과거 연인 이야기를 시작했다. 덧붙인 말은 자신의 친한 친구과 과거 남친의 관계를 안다고 했다. 내가 알고 있는지 떠보는 것은 아닌 듯 했다. B가 둔해서 눈치 못 채기를 원했지만 내 눈이 갑자기 떨렸다. 성급함은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하며 화제를 바꿨다. B의 아이들과 남편에 대한 이야기를 물어봤다. A의 털털한 성격과 나에 대한 배려와 애정으로 난 사실 A를 좋아한다. 어쩌면 B보다 훨씬 많이. A는 베스트프렌드의 언저리에 있는 친구. 그런데 이번에 A의 불순함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생각했다. 내가 아는 성격 좋은 털털한, 사람 좋아하는 A는 어쩌면 그냥 뻔뻔한 사기꾼이라는 것. 아니 이었다는 것. 그 아이가 반은 장난으로 했던 행동들이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상처가 될 수 있는 것인데. 이십대일 때는 나도 몰랐다. 하루하루가 즐거우면 그만이었으니. 다만 지금은 내가 하는 행동, 벌여 놓은 사건들의 여파라는 것을 생각하게 된 것. 남한테 잘 하자가 아니다. 피해를 주지 말자가 포인트이다. 간혹 유부남과 사랑에 빠지는 친구들. 그래 사랑이야. 옳지 않아도 사랑일수도 있다는 것은 알아. 근데 그러면 다른 사람은. 그 유부남의 아내는? 혹시 아이가 있다면 그 아이들은? 그래서 내가 피하려는 것이고 남을 말리는 것이다.

 

과거2 - 전직장 동료를 만났다. 같이 근무할 당시 외모는 내 스타일이 아니지만 영민하고 유머감각 있어 사귀면 어떨까 싶기는 했다. 그래서 데이트같지 않은 데이트 몇 번 했었고. 당시에 두뇌로 느끼는 호감도가 매우 높았음에도 피지컬 어트랙션이 전혀 없었다. 술을 잔뜩 마시고도 손조차 잡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잘 안됐다. 그런데 이 사람이 기억하는 과거와 내가 기억하는 과거가 달랐다. 왜일까. 난 만날거면 이런 사람을 만나야지 하는데도 몸이 동하지 않아 괴로웠는데. 다만 그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면전에 대고 정확하게 말하지 않고 온갖 이상한 핑계를 대고는 했다. 다시 한 번 생각한다. 한국 남자들은 편한 뇌를 갖고 있다. 멍청이들. 다시 잘 해보자 하여 정말 잘 드는 칼로 무 자르듯이 제대로 노라고 대답했다. 나의 애매한 답변을 다르게 해석할 것 같아서 그랬다. 이렇게 또 친구 하나 잃었구나!

 

과로 - 요근래 엄청나게 일을 해대고 있다. 아침마다 왜 안되는지 보고하며 욕 먹어가며 회사 다닌 이래로 제일 스트레스 받으며 일하는 중. 삼주정도 되었다. 디데이가 내일이라 내일까지만 버티면 되겠지라며 이어나간다. 그래도 지친다. 더 하라 그러면 소리 지를 듯도 하다. 그래도 하겠지. 그냥 나의 동료들에게 내가 뱉어 놓은 이야기가 있어 열심히 했다. 간혹 퍼포먼스가 잘 안 나오는 친구들에게 하는 이야기. “마음 힘들고 도망가고 싶은 것 누구보다 잘 안다. 내가 같은 상황일 때 누구보다 그랬으니까. 그래도 버티고 나아가면 더 단단해지고 튼튼해진다고. 그러니까 지금 이 순간을 이겨보자고.” 일요일인 어제 밤에 마음이 쫄려 늦게까지 일을 하고는 오늘 점심 먹고 낮잠을 삼십분 정도 잤다. 그 낮잠 속에서도 나는 일을 했다. 괜찮은거겠지. 내가 하는 일은 인풋이 있다고 이웃풋이 있는 일은 아니다. 그래서 일을 많이 하는 것은 미련한 짓일뿐 스마트한 접근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침마다 욕을 쳐드시니 미련하게 붙잡고 있게 된다. 근데 미련하게 붙잡고 있는 중에 미려한 퍼포먼스가 나오다보니 그 짓을 삼주째 반복하고 스스로 지쳐버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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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찔이 - 매운 음식을 참 좋아하는데, 사실 맵찔이다. 베프들보다는 내가 매운 음식을 잘 먹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있어, 잘난 척하며 몇 번은 매운 음식 파는 집으로 이들을 끌고 갔다. 결론은 나 혼자 눈물과 콧물의 세레나데. 베프가 항상 약올린다. 너, 매운 거 잘 먹잖아. 질질 울면서. 대학원 다닐 때 학원에서 알바를 막 시작했는데, 그때 처음 만났던 썬 선생님이 스트레스만 받으면 매운 걸 시켜서 먹으며 화를 달랬다. 그 걸 옆에서 생각없이 따라하다가 자연스럽게 몸에 베어 정신적으로 조금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매운 걸 먹고 싶어한다. 생각보다 잘 먹지 못하는 것이 문제. 그래도 매운 음식 먹고 난 다음에 마시는 시원한 오렌지 쥬스맛이 좋아서 매운 음식은 계속 먹을 예정이다.

 

달리기 - 두 달 정도 아프다고 셨다. 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얼만큼 하자고 나를 괴롭히지 말고 되는대로 뛰자는 마음가짐. 필라테스 예약이 제법 힘들어져 예약 못 잡는 날은 달리기로 대신 할 예정. NRC에 Guided Running 코스가 있어 20분 달렸다. 코치가 중간중간 말 걸어준다. 좋다. 혼자 달리지 않는 기분. 오래 안 뗘서 힘들다고 해도 20분 달리기는 아쉽다. 근데 그만큼만. 조금씩 늘려서 자연스럽게 튼튼해지기.

 

Undigitize - 문득 내가 인스타그램을 엄청 열심히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면식도 없고 건너 아는 사람도 아닌 사람들의 삶에 관심을 갖고 부러워하는 나를 봤다. 남을 시기질투하지 말고 살자고 매 번 다짐하여도 심지어 낯선이의 사는 곳, 차, 노는 곳, 물건 등이 부러웠고, 없는 내가 초라해지는 마음까지 생겼다. 그만하자 싶어 언디지타이즈 노력. 1번은 인스타를 지웠다. 2번은 휴대폰 요금제 데이터를 확 낮췄다. 어차피 인터넷 쇼핑만 하는 나인데 어마무시한 기가데이터가 필요할 이유가 없다. 3번 항상 책을 휴대하자이다. 이동 시간, 혹은 멍하니 있는 그 짧고 집중이 어려운 순간에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게 되는 것이다. 그 시간을 예쁜 글로 채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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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욕의 원천 - 미니멀리스트가 되고 싶다고 말은 왜 하니... 인스타그램의 노예. 화장품이며, 패션 아이템이며 보는 족족 동하는 마음이여. 이번에 셀린 박스백 긴 버젼이 나왔다. 그냥 사야겠다.

자매 - 나에게는 두살 터울의 언니가 있다. 매우 친하다. 보통 다른 집 자매보다 더 친하다. 그래도 각자의 삶을 사느라 챙겨보지 못할 때가 있다. 그래도 난 꼭 마음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 언니에게 전화를 하고 상담을 하고는 한다. 언니는 그렇지 않았나보다. 이번에 제주도에서 둘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언니가 금전적으로 힘든 시기가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집을 사는데 든 대출에 형부 일이 계속 안 풀리고 조카는 커가다보니 수입에 비해 이런 저런 지출이 많이 늘었고 그래서 여행 한 번이 쉽게 가지지 않았다고 했다. 워낙 힘든 티를 안내는 편에다 어려서부터 꾸준히 잘 벌었기에 금전적으로 힘들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여행가는데 머릿 속에서 계산이 먼저 이뤄져서 선뜻 움직이지 못했다고 하니 마음이 참 그랬다. 언니가 그랬을 시기에 난 꿈이 뭐냐며 방황하며 정처없이 떠돌아다녔는데. 주변 사람 한 번 둘러볼걸. 우리 뽀. 

방랑병 - 또 떠나고 싶어졌다. 역시 마음이 아픈 나인가. 지금 회사 매우 좋은 직장이다. 보스는 나에게 엄청 잘 하고 팀원들은 손 하나도 안 가게 알아서들 일 잘하고, 몇몇은 동료 이상으로 동생처럼 예뻐서 자꾸 더 신경이 쓰일 정도. 같이 일하는 다른 동료들 중 몇몇은 엄청 스마트해서 내가 배우고 싶은 점이 많고 열심히 배우고 있다. 근데 그냥 그렇게 막 또 지겹다. 누구 때문에, 어떤 일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라 그냥 익숙해졌다고 느끼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지겨움. commitment issue라는 것은 관계에서만 오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모든 것이 익숙해지는 순간 느껴지는 이 감정. 예전에는 방어 메카니즘이 아닐까 생각했다. 내가 깊이 빠져드는 순간 남자건 일이건 나를 실망시킬테니 미리 발을 빼놓으려는 그런 습성 말이다. 그러다가 내 안의 무엇인가가 굳어져버려 성향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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