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기 싫어 버티고 버티면서, 케이블을 뒤적거리다 우연히 본 영화.
중반까지는 은은한 사랑이야기인 듯 괜찮았다가 클라이막스에서는 오히려 벙~한 느낌도 있다.
주인공들은 그저그렇다.
지금은 조용이 있어야 할 주지훈에 갑자기 화제만발인 신민아, 그리고 김태우.
주지훈은 외모에서 연상할 수 있는 그런 이미지의 역할을 맞아 연기를 해서인지 무척이나 자연스러웠다.
신민아는 왠지 영화와 어울리지 못하고 붕붕뜨는 느낌. 신민아가 현재 몇 살인지는 몰라도, 신민아가 연기한 여주인공은 조금 더 신민아 보다는 나이가 있음에도 세상 물정은 하나도 모른다는 듯한 백치미를 갖고 있는 사람이 하면 매우 잘 어울렸을 듯. 어쨋든 신민아 예쁘긴 하다. 내가 좋아하는 유형의 아름다움은 아니더라도.
연기야 김태우가 가장 좋았고 그는 항상 멋지다고 생각하나, 두 배우에 비해 현저하게 늙어, 가장 뛰어난 연기력의 소유자임에도 영화랑 가장 겉 돈 느낌. 예쁜 빵만 진열된 진열대에 소보루~
영화에는 물론 예쁘고 멋진 주인공들이 나오기도 하지만, 특히 배경이나 소품이 아기자기 하고 볼 것이 많았다. 이런데 관심이 가는 것을 보면 역시 시집갈 때가 되었나. 그들이 사는 집에서 살자고 누가 청혼해주면 당장이라도 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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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쏟아지는 일의 양을 감당할 수 없어 미쳐가던 중, 내가 너무 사랑하는 배우 손예진의 영화가 개봉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떤 영화인지도 알아보지 않은 채 냅다 극장으로 달려갔다. 평일 자정이 지난 후에 극장에 있는 기분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듯. 극장을 혼자 전세낸 듯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백야행은 사실 전에 들어본 적이 있는 제목이다. 일본의 드라마와 영화로 나왔다고 내가 또 좋아하는 일본 여배우 아야세 하루카가 나온다고 해서 꼭 봐야지 라고 생각은 했었던. 그러나 다행히 일본 드라마나 영화의 잔재가 머릿 속에 없었기 때문에 손예진이라는 배우만이 아닌 영화 자체를 즐길 수 있었다. (사실 손예진이 좋아서 그녀가 나오는 대부분의 영화를 보긴 하지만 "아내가 결혼했다"전까지는 영화의 내용이나, quality보다는 손예진 자체를 보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줄거리는... 생략. 머리 아프다. 그러나 내용의 상당 부분은, 혹자는 고정관념이라고 하겠지만, 일본색이 짙다. 물론 우리 나라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겠지만, 그런 부분들이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사실 한국에서는 흔하지 않은 그런 일들이 줄거리의 대부분이다. 그리고 특히 사랑하는 두 남녀가 평행선에서 계속 존재하는 이런 내용은 절대 일본색이라고 생각한다. 멋있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관계 하고 싶지는 않은 그런 인연.

역시 영화에서 손예진은 예뻤다. 그러나 이번에는 예쁘기만 한게 아니라 처연했다. 손예진도 연기력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고 하지만, 난 그녀의 영화를 보면서 그녀가 연기를 못 한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차라리 그녀가 선택한 영화의 문제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만큼만 보여주면 되는 영화에서 그녀는 딱 필요한 만큼만 보여줬으니. 굳이 연기력을 필요로 하는 영화가 아닌 곳에서 필요한 만큼의 연기를 한 그녀에게 연기력을 말하기란 어려울 듯. 백야행에서는 그녀의 연기력이 정말 잘 보여지는 듯. 특히 나체로 의붓딸을 끌어안으며 그녀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을 때는 연기자들은 너무 괴롭겠다 싶을 정도였다. 하다못해 나같이 평범한 사람도 책의 내용이 재미있다라는 이유 하나로 줄거리와 동화가 돼 허우적거리는데, 연기자는 그 인물 자체가 되어 지내는 것이다. 단순한 감정이입의 문제가 아닐 듯. 그리고 손예진은 착하게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femme fatal이미지가 투영된다고 생각했는데, 이 영화에서 그런 손예진의 느낌이 너무 잘 살아났다.

일부러 포스터 사진을 다 받았다. 포스터가 영화의 상당 부분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아서. 손예진의 표정이 많은 것을 말해주는 것 같다. 영화의 두 남자 주인공 한석규, 고수. 특히 한석규는 역시 제대로 된 배우이다. 그의 연기는 결코 억지스럽지 않고 영화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고수는... 글쎄 나의 관심밖이다. 백야행... 흑백의 대비는 고수, 한석규 vs 손예진일 듯. 하얗다고 깨끗하다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까맣다고 더러운 것도 아니다.
14년 전 일어난 한 살인 사건...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고수는 어둠 속에서 손예진을 지켜주는 역할이랄까, 아니면 손예진을 위해 어둠 속에서 머무른다고 해야 할까. 살짝 직업이 나타나기는 한다. 웨이터를 가장한 호빠 기도.

영화가 잘 만들어졌다는 것은 조연들의 어울림으로도 판단 할 수 있다. 이 영화의 모든 조연들이 다 이유가 있다. 즉 억지스러운 캐릭터는 없다는 말이다.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여배우 이민정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영화 속에 있어야 할 이유가 너무 분명해서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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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와 함께 간다의 나쁜 기억을 지워버리고 싶어 선택한 잔잔한 영화.
영화는 로맨틱임에도 불구하고 발상이 신선했고 (시간 여행이라는 것 자체가 신선할 수는 없지만 시간 여행을 SF로 다루지 않았음으로 발상의 전환...), 한 번도 격하지 않았다.
억지로 슬퍼해야 할 만한 부분도 있었는데, 그 부분조차 자연스럽게 풀어나간 영화. 영화는 참 잔잔하고 좋았다.
그러나 내 옆 줄에 앉은 한 여인. 처음부터 끝까지 격하게 울어대는 바람에 살짝 짜증은 났음.
주인공 에릭바나... 내가 절대 좋아할 수 없는 스타일의 남자. 그래서 영화가 굉장히 좋았다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두 번 보고 싶지는 않았다. 여자 주인공은 나쁘지 않았지만. 역시 로맨틱한 영화는 주인공들이 이상형이어야 더 와닿는 듯.
어렸을 때 부터 정해져 있는 만남. 이 사이클이 어떻게 되는 것인가 의심을 가져볼까 하다가 머리 아플 것 같아 그냥 접었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보는 영화인데 깊이 생각하는 것은 역시 무리다 싶었다. 자신의 아내의 어린 모습. 가끔 범죄인데 싶은 생각도... 옷을 벗고 나타나는 늙은 아저씨~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를 마주보고 있는 장면이 좋은데, 그런 장면들이 많아 나를 촉촉하게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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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18일

너는 모를 것이다.
나는 너무 행복하면 눈을 감게 된다.
이 행복이 달아나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는 간절함 때문이다.
나는 너무 사랑하면 입을 다문다.
한 번 불러버리면 다시는 그 말과 똑같은 느낌으로는 부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너는 이렇게 아프게 사랑하는 내 방식을 이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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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9일


'사랑하는 두 사람이 헤어지면, 사랑은 모두 어디로 사라지나.'
 
그때 자신을 위해 행복이 기다리고 있는 줄로 믿었고, 인생이 예정 속에서 그토록 간단하고 쉽고 평범한 것인 줄로 알았다. 고모할머니가 해준 무섭고 슬픈 이야기들은 먼 곳의 특별한 사람들만 겪는 불행이거나, 지어낸 이야기로만 행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행복이야말로 이 삶 너머에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살아서 몇 번이고, 자신을 부정하고, 자기 삶을 넘어섰을 때에야 스스로 수락하는 행복이라는 말의 의미를 납득하게 될 것이었다.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사람들은 연인들에게 그 일을 가장 궁금해 한다. 피할 수 없었던 운명이라는 이름의 자연성인가, 혹은 서로가, 아니면 둘 중 한 사람의 의지가 개입되었는가, 사물이나 사람, 혹은 공간이건 일이건, 어떤 매개가 있었는가, 혹은 오리무중의 우연인가, 그렇다면 몇 번의 우연인가? 연인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시작에 필할 수 없었던 운명적 키를 앞세우고 싶어 한다. 그래야만 스스로와 타인들에게 승복시킬 신성한 가치와 의미가 생기니까. 그리고 모든 만남은 궁극적으로 연인들이 만족할만한 봉인된 밀의로 가려져 있다. 우연이든 필연이든, 인간의 분석은 어떤 지점 이상의 심층적 인과 아래로는 접근하지 못하는 것이다.
 
앞에서 뒷모습이 보이고 옆에서 다른 옆모습이 보이는 것처럼, 외부에서 내부를 보아 버리고 아래에서 윗면을 보며 위에서 바닥을 보는 사차원의 시선처럼. 돌이킬 수 없는 전부를 보아 버렸다. 그런 일이 실제로 있을까. 
 
남녀의 만남이 내포하는 사랑의 전조와 사랑과 사랑의 후반부와 이별이 어떤 것을 요구하는지 정도는 혜규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사랑이란 혜규처럼 영혼에 동창을 앓는 사람들의 질병이었다. 그들은 표피만 껍질이 벗겨지도록 비벼대다가 쉽게 실망하고 더욱 헐고 얼어붙는 영혼을 펄럭이며 영영 해결되지 않는 허기를 안고 제 골방으로 돌아갔다가 해가 바뀌고 바람이 달라지면 다시 영혼의 가려움을 참지 못하고 외출하곤 했다.
 
"욕망이라는 단어의 라틴어 어원은 놀라워. 무엇일 것 같아?" "Desiderare. 이 라틴어는 별이 사라진 것을 아쉬워한다는 뜻이야. 놀랍지? 욕망의 원래 뜻은 사라진 별에 대한 향수이며 그리움이야. 사라진 별, 그건 별이 인간의 조상이고 고향이라는 의식의 근원이 욕망이라는 말속에 있는거야. 모든 욕망은 향수인거지. 우리는 전혀 모르는 것을 욕망할 수는 없어. 우리가 무엇을 욕망한다는 것은 실은 상실한 것에 대한, 말하자면 소유한 경험에 대한 향수라는 말이기도 해. 과거에 가졌던 것을 우린 욕망하는 거야."
 
"자신의 사랑을 알기란 정말 어려워. 스스로 말이야.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을 하는지 아닌지를 아는 것도 정말 어려운 거야. 그 다음엔 그 사람이 나를 진실로 사랑하는지를 아는 것도 어려워. 게다가 한 사람에 대한 믿음이 생긴다는 건 기적이야. 하지만 여러 겹의 단계를 통과하면서 난 자신을 믿게 되었어. 첫눈에 빠져드는 사랑을 믿지만 동시에 사랑은 삶 속에서 단련되고 깊어진다는 것도 알아. 사랑을 하면서 잊을 수 없는 많은 경험들을 했지만 그 중에서도, '이 사람을 위해서라면 내가 실제로 행동하겠구나.'하는 확신이 왔던 순간은 결코 잊을 수 없어. 그건 혈관을 따라 혈액이 아니라 빛이 모여들듯, 내부로 흘러 들어온 뚜렷하고 강렬한 확신이었어."
 
"사랑하는 연인들이란, 무슨 일이든 일으킬 수 있는 사람들이지. 악어도 먹을 수 있고, 살인을 할 수도 있고, 산채로 무덤에 함께 들어갈 수도 있다고 했어. 그들은 타인들의 납득을 필요로 하지 않아. 사랑의 범주 안에서는 도덕과 부도덕의 제도적 구분도, 선과 악의 사회 윤리적 구분도, 심지어 행복과 불행의 세속적 가치조차 무의미해. 왜냐하면 때론 더 나쁠수록, 더 위험할수록, 더 불행할수록 사랑은 더 강렬하게 증명되거든. 난 이제 그걸 알아."

---11월 16일
늦잠 잤다. 월요일인데 운동을 가지 않았다. 주말에 체력 소모가 많았는지, 너무 힘이 들어 그냥 누워서 책을 다시 집어 들었다. 몇십장 안 남아서 다 읽어버렸다. 책이 너무 좋아서 천천히 읽으려고 꽤 노력했었는데. 나 조금 바보같다. 소설책을 읽으면 등장인물에게서 나를 찾으려고 한다. 불가능한 일이다. 나는 평범하게 자라서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는데, 굴곡이 많은 주인공이나, 그 주변인물들이 나일 수는 없다. 그러나 그런 감정을 느껴보고 싶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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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4일


Day 09

 

1. default 태만, 소흘히 하다

2. depend 의존하다, ~에 달려있다

3. perpendicular 직각의, 수직의

4. persecute 박해하다

5. consecutive 연속적인, 지속되는

6. confirm 확인하다

7. infirmary 요양소

8. inoculate 접종하다, 주사 놓다

9. binoculars 쌍안경

10. bicentennial 이백년 마다의, 이백주년의

11. perennial 다년생의, 영원한

12. perturb 당황시키다, 불안하게 하다

13. disturb 혼란시키다

14. dissect 해부하다

15. resect 절제하다

16. repulse 격퇴시키다

17. impulse 충동, 자극

18. implicate 관련시키다, 연루시키다

19. accomplice 공모자, 공범자

20. accelerate 가속하다

21. decelerate 감속하다

22. desist 그만두다

23. persist 지속하다

24. pertain 관련이 있다

25. retain 유지하다, 보존하다

26. recipient 수령자

27. incipient 초기의

28. incisive 날카로운

29. excise 베어내다, 세금

30. exaction 징수

31. transaction 거래

32. transmute 변형시키다

33. commute 통근하다

34. commotion 소동

35. promote 증진시키다, 승진시키다

36. procession 행렬

37. recess 휴식시간, 움푹 들어간 곳

38. recondite 심원한, 알 수 없는

39. ensconce 숨기다, 편히 앉히다

40. entomology 곤충학

41. epitome 본질, 요약

42. epidemic 역병, 유행병, 전염성의, 만연해진

43. demagogue 민중선동가

44. pedagogue 선생, 교사

45. orthopedist 정형외과의사

46. orthography 철자 맞춤법

47. telegraph 전보

48. telepathy 정신감응

49. sympathize 공감하다, 동정하다

50. symposium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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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3일


"아니나 다를까, 종지만 한 얼굴이 벌써 마음을 쓰이게 하는구나. 여자인물이란 눈길을 너무 붙잡아도 박복한 법이거늘."

 

그 무렵 진은, 마치 물에 뜬 한 송이 연꽃 같은 자족과 적요와 선량한 광휘에 감싸여 천지신명의 편애를 받고 있는 듯했다. 어린 처녀지만 그 빛으로 누구라도 무릎을 꿇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처녀의 표정이 은은하고 동작이 곧고 깨끗하며 자태가 가늘지만 풍성합니다. 몸 안에 등을 견 듯 표정이 환하고 윤택한 흰 살결에 머릿결은 청실처럼 푸른 광택이 나며, 눈썹과 눈동자는 검고 입술을 붉으며 눈과 코와 입과 귀, 어느 하나 걸림이 없이 부드럽고 윤곽이 단정하면서도 안개가 서린 듯 오묘해 자세히 보려 하면 오히려 아련해지니 참 이상하지요. 인물이 이목을 끄니 공연히 남의 집에 오르내릴까 저어되기는 하지만, 행실이 반듯하고 오연한 데다 학문을 갖추었고 재력까지 겸비한 좋은 집안의 의젓한 장녀이니 천하의 규수입니다."

 

"하긴 지금 와서는, 친척이 아닌 친척이야말로 저 아이에겐 더 큰 괴로움일 테지요. 성미도 까다롭고 체질도 특이합니다. 워낙 강하기도 하고 약하기도 하지요. 마음먹는 그대로 몸이 따라가는데, 마음이 상처를 받으면 속수무책인 것입니다. 황 진사는 믿지 않으시겠지만, 저대로 누운 채 오장육부를 가만히 정지시킬 수도 있는 체질입니다. 세상을 보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으니 장님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방에 들어갔을 때 느낀 것인데, 환자의 몸에서는 사람을 혼미하게 하는 강렬한 향내가 납니다. 제 몸도 뜻대로 하지만, 남의 몸까지 뜻대로 할 것입니다."

 

"아씨, 이 방에서는 향기가 나오. 아씨가 없을 때는 연향같이 은은하지만 아씨가 자고 일어나면 연향이 깊어져 달콤하고 아련하고 몽롱해져요. 때론 어찌나 강한지 정신이 혼미하여 입이 헤벌어지고 침이 흐를 지경이라오. 간혹 이런 여자가 있다고 말은 들었어도, 참 신기하고. 아씨는 낭군님을 잘 만나야지 허술한 사내는 아마 명대로 못 살 것이오."

 

"곱다. 어미보다 더 곱구나. 네 어미 몸에서 나던 연향이 네게서도 난다. 참으로 퍽 닮았구나. 아련히 그늘진 검고 조용한 눈은 어미보다 영특하고 반듯한 이마엔 의젓한 빛이 어려 늠름하기까지 하구나. 여린 하관과 야물게 닫힌 작은 입매는 네 어미 그대로 연하면서도 야무지구나. 콧날은 군더더기 없이 오만하지만 버선코 끝엔 어쩔 수 없이 사랑스러운 교태가 묻었고 볼은 고집과 근심을 머금지 않아 순진하기만 하구나. 이슬을 담뿍 머금은 듯 잡티 없는 흰 살결과 산호 입술은 어미의 색을 그대로 물려받았구나. 네가 올 것이란 말을 듣고 매일 기다렸다. 참으로 감회가 깊다. 참으로... "

"두렵다. 그대 앞에서는 누구도 자신을 사랑할 수 없으니. 그대 앞에서는 모두가 자신을 부끄럽게 여겨 비굴해지고 결핍감으로 자신을 잃게 되고 눈을 마주치지 못한 채로 비스듬히 훔쳐보느라 목이 마르리라. 그로 인해 그대 또한 자신을 사랑할 수 없으니, 그런 것을 일컬어 미인박명이라 하는가. 그대는 천하에 고루 사랑을 나누어주고 천하의 사랑을 모두 받으라. 그것이 그대의 운명이로다."

 

진의 몸에는 분꽃 씨만 한 검은 점이 모두 다섯 개가 있었다. 왼쪽 가슴 산호색 유두 옆에 하나가 있고, 새하얀 배꼽 옆에 하나가 있으며, 잔털이 덮인 음부 왼쪽에도 하나가 있었고, 뒷들의 살짝 솟은 오른쪽 날갯죽지 위에 있고, 하나는 왼쪽 엉덩이 위쪽에 놓여 있다. 신기하게도 누가 정확하게 올려놓은 듯 새하얀 몸에 똑같은 크기의 또렷한 검은 점이 중요한 부위마다 찍혀 있는 것이었다.

 

그 모습이 열아홉 봄이어서 더욱 아련하고 청초 미묘하였다. 모든 것을 새롭게 보고 새롭게 생각할 듯한 무념무상의 단아한 이마와 물속에 유유히 노는 작은 생선의 눈처럼 맑게 응시하는 검은 눈빛과 두려운 듯 오만한 듯 꼭 다물린 산호빛 작은 입술과 일자 배래의 작은 저고리에 묶인 듯한 동그랗고 좁은 어깨와 여리고 긴 팔, 팽팽하게 가슴을 묶은 목련 무늬 수놓인 새하얀 띠와 단아하게 벌어지는 치마폭.

 

"내 너를 보지 않고도 좋아했으나, 너를 직접 만나니 전설을 대하는 듯 신비하구나. 중국의 주돈이라는 자가 연꽃을 노래했는데 너는 마치 그와 같다. 들어보거라. '진흙 속에서 얼굴을 내밀었으나 더러운 물에 물들지 않고, 맑은 물결에 얼굴을 씻지만, 교태를 부리지 않는다. 그 안은 영롱하게 뚫려 있고 밖은 꼿꼿이 서 있는 데다 함부로 넝쿨을 엮거나 헤프게 가지를 뻗지 않는다. 그리고 향기는 멀리까지 풍기며 멀수록 더욱 향기가 맑다. 혼자 우뚝 서서 조초롭게 뿌리를 내려 멀리서 바라볼 수 있을지언정, 가까이서 만지거나 희롱할 수 없다. 그러니 너는 참으로 군자의 꽃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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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2일


완전 매력있는 노래를 찾아서 기분 좋다.
요새 일본어 공부를 너무 못해서 걱정이었는데.
기초 책부터 천천히 다시 시작해야될 듯.
일단 노래나 한 판 따라부르고~


 






コバルト色に
わる夜さ

코발트 색으로 변하는 밤

冷たく光る星空

차갑게 빛나는 밤하늘
言葉ならもういらないから

대화라면 이제 필요없으니까

れた真実 解き明かそうとするより

눈물에 감춰진 진실을 해명하려기보다는

もない占いの方がマシ

근거도 없는 점을 보는 편이 나아


 

灯りのなくなったベンチで 見上げたら

빛이 사라진 벤치에서 하늘을 바라봤더니

理想ばかり浮かぶ 流れ星でした

이상만 떠오르는 유성이 보였어

ねぇ
えてよ あるがまま生きてゆけるなら

있잖아 가르쳐줘 있는 그대로 살아 갈수 있다면

銀河にがる 奇跡見つけてり越えてみたいよ

은하에 넘치는 기적을 발견해서 뛰어 넘어보고싶어
だって体ん中めぐる感情に 支配されてんだ こんなんじゃダメさ

하지만 몸속에서 헤메이는 감정에 지배당했어 이래서는 안되
ねぇそうでしょ?

있잖아 그렇겠지?
サイコロ振るみたいに決めて

주사위를 던지듯이 결정해서

後悔なんてできないほど 

후회는 하지 않을 정도로

次の場所へと進んでいたい

다음 장소로 나아가고 싶어

曖昧に作られた Rule book

애매하게 만들어진 Rule book
臆病な分だけ出
れて

두려움의 양만큼 출발이 늦어져
ライバルの背中見
けてんだ

라이벌의 등만 계속 보게되는거야

そんなのも月明かり赤裸

그런것도 달빛에 적나라하게

素っ裸の心から逸れた 流れ星でした

알몸에 마음에서 뒤쳐진 유성이 보였어

 

ねぇえてよ あるがまま生きてゆけるほど

있잖아 가르쳐줘 있는 그대로 살아 갈수 있을 정도로
純情なんかじゃない
うことも避けられないの

순수한게 아니야, 싸우는 것도 피할수 없는걸
きっと空回り繰り返す恐怖感に 支配されてんだ どうすればいいの?

분명히 계속 해서 겉도는 공포감에 지배당한거야 어떡 하면 좋지?
ねぇそうでしょ?

있잖아 그렇겠지?
空想ばかり描いて進めない

공상만 그려서는 나아갈수 없어
愛想良くもなれない

붙임성 있게 될수도 없어

何故だろう?

어째서일까?
It's all too much

ねぇ
えてよ

있잖아 가르쳐줘
あるがまま生きてゆくために

있는 그대로 살아가기 위해
迫る難題さえもユ
モアにえて笑い飛ばしたい

강요하는 난제조차도 유머로 바꿔 웃어 넘기고 싶어
だって解決できない日常に埋もれる

하지만 해결할수 없는 일상에 묻히게돼
だから信じていたいよ 奇跡ってあるでしょ?

그러니까 믿고 싶어 기적이란 있는거지?
ねぇそうでしょ?

있잖아 그렇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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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gman Vocabulary by Dr. Par, Jong Hwa  (0) 2009.11.20

2009년 10월 30일


"어느 날인가 후회도 할 것이다. 빗속을 걷는 자가 작고 누추하나마 아늑하고 따뜻한 방 하나를 어찌 그리워하지 않으랴. 누구의 것도 아닌 천 길 벼랑에 외로이 핀 꽃이 어찌 아래로 내려서고 싶지 않겠는가?"
 
"이리 모진 일인 줄을 미처 몰랐어요. 이렇게 무서운 일인 줄은 몰랐어요. 몸을 맺었는데, 어찌 정인들 들지 않을까요? 정이 들지 않는데 어찌 자꾸만 몸을 맺을까요? 상처를 입히지 않으려 하면 마음을 더럽히게 될 것이고, 마음을 더럽히려 하지 않으면 어김없이 성처를 입을 것입니다. 어찌 마음 없이 몸을 받아들이란 말이에요, 어찌 몸을 받아들이고도 마음을 차게만 가지란 말인가요. 더운 마음을 어찌 홀로 버리고 또 버리란 말이에요."
 
"당신과 함께 있는 이곳이 어딘지 난 도무지 모르겠소. 도무지 모르니, 한 번 어긋나면 다시는 못 찾아올 것만 같소."
 
"잘못한 일일 수도 있으나 후회하지 않습니다. 어떤 길을 택하였던 이제 와서 무엇이 크게 달랐겠습니까? 어떤 길이든 뜻대로, 예상대로 편편했겠습니까? 중요한 것은 잘못된 길이라 해도 내 의지대로 선택했기에 세상에 책임을 전가하지 않으며, 지극히 진지하게 몰두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길에서 벗어난다 해도 남의 힘으로 나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자리를 옮기는 일에 불과하니까요. 이곳에서 나가면 나는 오직 나 자신에게로 옮겨 갈 것입니다."
 
무엇을 원했던가... 아무것도 원한 것이 없었다. 기다렸던가... 다시 만나기를 기다렸다. 얼마 동안만이라도 둘이 함께 살기만을 바랐다. 어디서든, 무슨 짓이라도해서 함께 살아보고 싶었던 사람이었다.
 
--나 요즘 이 책과 사랑에 빠졌다. 그저께는 이 책을 읽느라 시간 가는 줄 몰라 새벽 네 시에 잠들었고, 늦에 일어나서 아침에 운동을 안 갔다. 한 단어 한 단어가 너무 주옥같다. 잠깐 잊고 있던 전경린이라는 소설가에 대한 나의 애정이 다시 불타오른다. 그래서 그녀의 책을 사들이고 있다. 대학교 때 도서관에 쳐박혀 그 당시까지 나온 모든 책을 읽었지만 다시 읽고 싶어 그냥 사고 있다. 대학교때 궁핍한 처지에도 "내 생에 하나뿐인 특별한 날"은 샀었는데, 친구들에게 적극적으로 권해주면서 돌리다가 어느 순간 내 손을 떠나버렸다. 다시 사야 하는데, 이 책은 품절이다. 서점가서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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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26일


우연히 생긴 롯데 시네마 공짜표. 무조건 써버리고 싶고, 사실 요새 토요일 밤에 할 일이 너무 없다.
이래서 연애를 해야하는 건지. 쥬쥬를 꼬셔 밤 12시에 극장으로 향했고, 우리의 남아도는 시간과 딱 맞아 떨여졌던 이영화.
혹시 재미없더라도 장동건 얼굴 보면 됐지라는 계산이었다.
영화에 대한 나의 총평: 뒷심이 많이 약한 영화. 뒤로 갈수록 지루했다. 라떼의 힘이 아니었다면 졸수도 있었다. 게다가 가끔 묻어나는 장진 감독의 정치색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것들이 불편했다. 난 정치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꺼내주지 않는게 좋으니까. 대통령 이야기인데 정치색이 안 묻어날 것이라고 생각한 내가 바보겠지만. 그 동안 여당, 야당에서 일어났던 여러 일들이 각 대통령의 에피소드에서 묻어 나오고, 그 이슈들을 보는 장진 감독의 시야가 묻어나온다. 그러나 난 불편했을 뿐.
첫 번째 대통령, 이순재. 세 편의 에피소드 같지 않은 에피소드들 중 가장 재미있었고, 그 부분에서 나왔던 조연들 연기도 제일 좋았다. 내용도 아주 억지스럽지도 않았다. 인생 한 방이라. 이순재의 연기는 정말 최고인 듯. 대통령이 재임중에 복권에 당첨된다면 이라는 설정이다.
두번째 대통령인 장동건. 영화에서 살짝 망가져 주는데, 조금 애매했다. 장면이나 장동건의 연기가 웃겼던 것이 아니라, 장동건이 저 얼굴에 저런 연기를 하나 싶어 부담스러웠다. 그리고 제일 억지스럽다고 생각한, 신장이식 내용이 포함돼있는 에피소드다. 참고로 한채영은 성형수술 하기 전이 백배 이쁜 듯. 그 눈을 보기가 불편해서 한채영이 나오는 장면에서는 살짝 눈을 감았다.
마지막 대통령인 고두심. 내가 제일 좋아할 만한 에피소드이고, 내용 자체는 나쁘지 않았는데, 어쩐지 여기서 힘이 빠졌고 영화에 대해 느끼는 지루함이 절정에 치다랐다. 정치색도 가장 혼잡하게 섞여서 나오고. 그래도 임하룡의 연기는 박수~ 정말 멋진 배우이다.  고두심은 너무 당연하고.
**참고로 영부인 사진 씬에서 웃은 나에게 실망했다. 나도 결국 선입관이 있었으니 거기서 웃었던 것이다. 못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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