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것이 누군가를 좋아한다라는 것인가보다.
전에는 기분 나쁘게 들렸을 수도 있는 말들이 행동들이 전혀 나쁘게 와닿지 않는다.
전에는 결코 하지 않던 행동들을 하고 싶어진다.
마음 속에 새 사람이 들어왔다.
물론 오래 알던 사람이지만, 나와 연인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던 사람이다.
근데 많이 좋다.
왠만한것들은 맞춰주고 싶다.
그 사람이 싫어할 행동은 하고 싶지 않다.
오랫만에 좋은 기분이다.
얼마나 지속될 관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즐겁다.
사람에게 기억을 남기는 것이다.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그 사람이 자주 쓰던 말을 내뱉고 나서 놀랄 때가 있다.
그 사람 그런 말은 했던 적이 있다.
나랑 싸우고 헤어지자고 다시는 만나지 말자고 다짐하고 나면, 나와 같이 갔던 곳은 어느 곳도 가고 싶지 않았다고.
나는 그저 코웃음 쳤다. 그런 게 어디 있느냐고.
근데 막상 요새 내가 그러고 있다.
같이 자주가던 곳은 버스를 타다 지나만 가더라고 외면이 된다.
아빠가 그립다.
여름 동안은 죄송스럽게도 살짝 기억속에서 멀리 두고 지냈던 듯 하다.
겨울이 오니, 아빠가 아프셨던 것이 자꾸 떠오르고, 그럴 때마다 해드릴 것이 없어, 그저 아빠를 안아드리기만 했던 기억이 자꾸 머릿 속을 맴돈다.
마지막으로 병원에 들어가셨을 때, 약에 너무 취해 정신이 없으셔서, 아빠의 친한 친구분이신 용택아저씨를 계속 찾으며 집에 데려가 달라고 어린 아이처럼 조르시던 기억이 난다.
아빠의 마지막...
사실 의식이 없던 채로 돌아가셔서 임종 중에 자리에 있었음에도 마지막인 줄 몰랐다.
요새 신문에서 읽었는데, 죽음을 준비하게 해드리는 것이 치유 불가능한 환자에 대한 예의라고 했다.
우리는, 특히 나는 아빠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드시면 내 손을 놓아버릴까봐 아빠의 병세가 어느 정도인지 끝까지 말하지 못하게 언니와 엄마를 막았다.
나는 예의가 없는 나쁜 딸이었나보다.
나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
나 때문에 행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
이도 저도 아니라면 나 때문에 하루에 한 번은 먹먹해졌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
그런 생각들이 나를 자꾸 외롭게 한다.
뒷걸음질 치게 한다.
사람이 무섭다고 생각하게 한다.
사랑이 끝나면
분노가 온다.
분노가 끝나면
허무함이 온다.
허무함이 끝나면
아쉬움이 온다.
아쉬움이 끝나면
그리움이 온다.
그리움이 끝나면
다시 사랑이 온다.
지금이야말로 마음을 다해 일하고 있다.
회사가 잘 됐으면 좋겠다 이런 것은 아니지만, 같이 일하는 팀원들이 너무 좋아 누가 되지 않게 일해야 되겠다고 생각하며 일한다.
그러나 꼭 이럴 때 나의 열정에 찬물을 부어버리는 한 마디...
난 칭찬에는 한없이 약하지만, 비판에는 한없이 독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