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조차 없는 이 시점에서 정말 결혼이 하고 싶어졌다는 것.
사실 결혼보다는 아기가 낳고 싶어졌다.
모성본능이라는 것이 별것 아닌 것 같다.
나를 꼭 닮은 예쁜 딸이 갖고 싶다.
그럼 같이 배우고 놀아주고 예뻐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산부인과가서 기본 검진을 받고 풍진주사를 맞아놓을 생각이다.
예쁠 것이 분명해! 나의 딸은.
오늘부터 술은 무조건 끊고 커피도 줄여야겠다.
담배피는 사람 옆에도 가지 말아야지, 그러려면 술집도 가지 말아야 한다.
직업상담사 자격증 딸 계획을 세웠다.
술 좀 깨면 책 사러 나가서 그 길로 쭉 공부하고 와야겠다.
30대에는 무조건 배워야 한다고 했다...
너무 힘들다.
감정적으로 힘들어서 지친다.
친구들이 왜 결혼하는지 남자친구에 목을 매는지 자꾸 이해가 된다.
내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옆에서 나를 바라봐주고, 내가 힘들 때 달려와주고 그러면 정말 고마울 것 같고 나도 더 잘해주고 싶을 것 같고 그렇다.
쓸데 없는 것들만 계속 연락해서 귀찮게 하니 마음이 더 이런 것 같다.
내가 너무 싫어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날 학대하는 중이다.
정신적으로는 공산당 방식의 자기반성 중이다.
육체적으로는 이 추운 날 옷을 얇게 입고 아침에 6시부터 나와 버스타고 두 시간을 출근하는 고통을 겪게 했다.
결국 혼자 남았다는 그런 생각이 든다.
발신자 미표시 전화 안 받는 것으로 설정을 바꿨다.
내가 조금만 더 어렸고, 우리 뽀미가 결혼을 안 했다면 나도 이런 식의 개념을 갖지는 않았겠지만.
나이가 들수록 보수적이 되어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인 듯.
왠지 너무 외로워졌다.
옆에 있는 사람에게 잘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더 이상 헷갈리는 연애는 하고 싶지 않다.
뭔가 확신이 들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지금 이 나이에 어느 것 하나 확신이 들지 않는데 연애라는 것에 어떤 확신이 들까?
확신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연애의 확신은 결혼인가?
하루에도 수십번씩 바뀌는 나의 생각들.
아 직장이 불안하니 마음이 더 이런 것이겠지.
나 성격 정말 이상한 것 같다.
진득하지 못하다.
남자도 내가 먼저 좋다고 시작해 놓고 썰물 빠지듯이 질려버렸다.
회사도 열심히 다녀봐야지 했는데, 마음이 식었다.
정말 요 근래 며칠은 호주 워킹할러데이를 심각하게 고민중이다.
어학을 배울 건 아니니 1년 정도 호주 가서 신나게 놀다가 왔으면 좋겠다...
요새 전보다는 힘이 빠지시기는 했지만, 어쨋든 내 인생에서 누군가를 본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 준 분이다.
처음 이 곳 입사결정을 한 25살때도, 사실 망설임이 많았다.
내가 그리 존경하지 않는 분이 소개한 이 곳.
면접을 보러다니면 실력도 따라 늘려니 생각하고 여러 곳의 면접을 보러 다니고 있었다.
당시 면접을 본 다른 곳들이 조건은 훨씬 좋았지만, 휴가와 전무님, 당시에는 원장님을 보고 이 곳으로의 입사를 결정했다.
카리스마 있는데, 동시에 따뜻하시다.
같이 근무한 것은 사실 1년 정도지만, 그 동안도 말 한 마디라도 꼭 따뜻하게 해주셨다.
매너리즘 때문에 내가 싫고 회사에 진절머리가 났을 때도 전무님 생각하면서 많이 참았다.
요새 회사가 많이 안 좋은 상황인데, 난 나름 행복하다.
전무님 계시는 운영기획실로 넘어가서 그냥 든든하다는 마음이다.
어제 회식자리에서도 그러셨다.
"면접관은 기가 많이 빠질 수 밖에 없는 자리야. 한 사람의 인생이 나로 인해 결정된다고 생각하면 갑자기 마음이 무거워져."
나 사실 요새 너무 매너리즘에 빠져 면접 대충 보고, 그냥 영어 잘 하면 채용했었는데, 왠지 마음이 무거워졌다.
아직 많이 배워야겠다.
비록 내가 탄 배가 타이타닉이더라도 가라앉을 때까지는 열심히 배워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