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자친구가 결혼 했다고 한다. 지난 5월에
허무하다.
7년을 만났는데
그 시간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
물론 나도 돌아갈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다른 누군가를 만날 생각도 하지 않았다.
바로 옆에 있지 않더라도,
언저리 어딘가에서 나를 위해 있어 줄 것만 같아,
다른 누군가를 나의 연인이다라고 생각하고 만나는 것은,
죄를 짓는 기분일 것 같았다.
내가 너무 바보 같다.
노희경의 에세이처럼,
나는 나를 지키다 나이만 들었다...
회사원들이 바쁘다는 소리가 과연 무엇인가 했다.
나의 블로그에 조차 글을 쓸 시간이 없다는 말도 안되는 이런.
절대적인 시간 소요가 많다는 것은 아니고,
서른의 나는 열정이 없다.
무엇을 해도 즐겁지 않고, 새로운 것을 봐도 흥분되지 않는다.
I say it's fun to be 20
You say it's great to be 30
And they say it's lovely to be 40
But I feel it's nice to be 50
I say it's fine to be 60
You say it's alright to be 70
And they say still good to be 80
But I'll maybe live over 90
배가 고파 특별한 고민 없이 들어갔던 파리 생미쉘거리의 크레페 가게. 식사용으로 나온 크레페 맛이 나쁘지 않아 기분이 좋은 채로 후식으로 나온 달콤한 크레페와 커피를 마시고 있던 동안, 가게 안에 비틀즈의 Let it be가 흘러나왔다.
노래를 들으며 가사를 따라 흥얼거리다 깨달았다. 아빠가 너무 좋아하시던 노래였다는 것을. 가사를 전부 모르셔서 그러셨겠지만 후렴구의 let it be 만큼은 꼭 따라부르셨다. 크레페 가게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아빠가 막 돌아가셨던 1월은 이리저리 손님치르고 삼우제에 이런 저런 행사로, 그리고 일로 아빠가 계시지 않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크게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여행와서 더 보고 싶고 더 그립고 그래서 더 슬프다.
시간이 꽤 흘러갔다. 이 여행을 통해 내가 성장할까? 확실한 것은 여행은 나를 되돌아보게 해준다는 것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기분으로 여행을 왔는지.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의 단점이 너무 잘 보인다. 막연히 나의 단점은 무엇일까였다가, 이제는 그 것이다로 확실하다. 고쳐야겠지.
나의 단점 1. 나는 사람을 지속적으로 좋아하지 못한다. 순간순간 감정에 의해 건강한 인간관계를 망친다. 2. 웃기려는 의도인지, 나도 내 자신을 모르겠지만, 말을 막 하는 병을 갖고 있다. (정말 부끄럽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부분이지만 내 자신에게 정직해지련다.) 3. 누구와 대화를 하던 한 마디도 지지 않으려 하고 따지고 넘어간다. 4.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잘 열지 못한다. 5. 인간 관계에서 나는 선을 지키고 있다고 생각하고 남은 지키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어제 센느강 옆에서 같은 숙소에 있던 남자애랑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
작은 맥주 몇 병이라 취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왠지 감상적이 되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전부 연애이야기였지만. 재미는 있었다.
이 남자애 심리학 책 많이 읽었고, 어렸을 때 별명이 박수무당이었다고 나에 대해 이런저런 아는 척을 한다.
누구나 나랑 5분만 이야기하면 파악할 수 있는 나의 성격을 매우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자신만 아는 것인양 말한다.
어설프게 아는 사람들의 특징 듯.
이 남자애 꿈은 "비포선라이즈" 영화의 실제 재연이란다. 여자친구도 있는 것이 꼴갑을 한다 싶었다.
못생긴 것이 은근히 작업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빠졌지만, 과다한 맥주 섭취로 인한 화장실 통으로 정신이 없어졌다. 화장실을 해결하고 집까지 걸어오는데 길까지 잃어 한참을 헤맸다. 이 부분은 싫지 않았다. 그 밤에 언제 파리를 걸어보겠나 싶었다.
정말 비행기표만 샀다.
지금 갑작스러운 백수놀이에 빠져 무엇인가를 계획하고 싶지 않다.
그래도 처음 가보는 유럽이고, 꽤 오래 있을건데 준비를 안 하고 갈 수는 없을텐데...
왜 이리 귀찮지.
그래도 백화점 갔다가 만다리나 덕에서 내가 러브러브 하는 suitcase샀다. 역시 지름의 여왕.
이러다 결국 유럽까지 가서 돈지랄 하고 호텔에서 쭉 자겠다 싶다. 역시 나인가...
백수의 신분답게 민박하고 길거리에서 자볼까나...
정신 차리고 이기적으로 살란다.
결국 다들 자기밖에 모르는데, 뭐한다고 그렇게 배려했나 싶다.
착한 성격이라는 것도 결국 자기 자신을 위한 거였는데, 그런 것에 속지 말자.
지금 나의 얼굴은 내가 전생에 정말 사랑하던 사람의 얼굴일 수도 있단다.
난 꽤 예쁜 여자를 사랑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