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것에 쉽게 도전해보는 것이 나의 장점이라고 생각했는데, 집에 있으면서 슬슬 하던 것, 익숙한 것을 찾는 내가 보였다. 이런 식의 수업참여도 일상의 변주!
호르몬 안정을 위한 피임약 복용으로 감정기복이 심하다. 재택하며 오랜 시간 모니터만 들여다보면 이상한 피해의식이 생긴다. 그러다 사람들을 만나 가볍게 수다를 떨다보면 모든 것이 별 것 아니었던 일이 된다. 혼자가 편하지만 결국 완벽하게 혼자일 순 없고 그래서도 안되는 것 같다.
가출하려다 집값에 좌절. 전월세가 아니라 나도 그냥 집이 사고 싶다. 대출을 갚아 내기 위해 헉헉 거리며 살아봐야 하나에 고개가 갸우뚱하기는 해.
요새 또 많이 바쁘고 쪼이는데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 인 것 같아 마음 떼어 놓기 하는 중이다. 쓸데 없는 욕 먹을 시간에 차라리 일을 더 하겠다 싶어 IC를 선택했는데 결국 어떤 식으로든 프로젝트를 맡아 욕을 처 드시고 있는 상황. 또 가만히는 못 있는 성격에 넘어가지 못하고 이슈를 만들어서 처리하기도 했고. 9월 또 이렇게 끝났네~ 그래도 오사카라도 다녀왔으니 이번엔 내 9월 훌렁 사라졌어, 이런 느낌은 아니다 다행히!
꼭 8월 중에 쓰고 싶었던 일기. 컴퓨터 앞에 앉으면 일을 처리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르다. 한 달에 한 두번 쓰는 일기인데 시간이 없다는 것이 참. 아니 마음이 없는 것이겠지. 집중하면 금방 쓸 수 있는 것을. 일을 위해 얼마 안되는 집중력을 끌어 쓰다 보니 일 외의 것에는 소홀할 수 밖에. 계속해서 컨디션이 안 좋았는데, 다행히 이유를 찾았다. 호르몬의 교란. 까짓 거 식이와 운동으로 이겨내보지 뭐. 일에서는 스트레스 안 받을 수는 없겠지, 그렇지만 일이 전부인 삶은 더 이상 아니니까.
일이라는 것이 생각만큼 잘 안되다 보니, 일 외의 것들에 소홀해진다. 일이 나를 정의하게 두면 안되는 것을 잘 알지만, 일의 성과에 따라 종종 작아지는 나를 발견한다. 최선을 다해 해보고 그래도 안되면 그만하면 된다. 이것만 잊지 않으면 우울할 일도 없는데. 짧았던 나의 7월아 잘가.
다짐 1번. 틈을 채우기 위해 말하지 않기. 2번. 내 앞가림이나 잘하기, 오지랖 금지. 3번 가족이 최고. 4번 공치사하지 않기. 5번 위 아플 때까지 먹지 않기. 6번 일주일에 3번은 운동 꼭 하기
나와 동일한 업에 있는 사람들은 말이 많다. 이건 직업병. 그래서 나도 말이 많은 편이다. 아니 많아진 편이다. 그리고 대화와 대화 사이의 공백을 잘 못 참는다. 이건 직업병 탓을 하기에는 내가 원래 그랬다. 20대 사회에 막 발을 들였을 때는 공백을 못 참고 아무 말이나 쏟아내는 자신이 너무 싫어서 반성의 시간을 종종 가졌던 것 같다. 반성의 결과로 머리 속으로 생각하고 말하는 버릇이 생겼다. 이 버릇 때문에 가식적이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생각하는 바를 말로 내지 않는 것 같다고. 맞는 이야기. 내 생각들이 입 밖으로 나오면 말 그래도 상대방을 칼로 베어버리는 정도의 상처를 줄 것 같아서가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는 내가 하는 말의 진실성이나 사실여부를 나조차도 믿지 않아서.
요새 힘들다. 사람들을 계속해서 만나고 떠들다 보니 그들의 말에 상처를 입는다. 그냥 안 해주면 고마울 말들을 무심코 뱉어내는. 몰라서 그러는 걸까 의도를 갖고 그러는 것일까를 계속해서 고민하게 하는. 많은 시간을 일하는 데 써버리는 요새, 이러한 고민들에 할애하는 시간이 아까우면서도 놓지는 못하고 있다.
내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친구 쏭의 아버지가 영면하셨다. 어젯밤 늦게 울린 전화를 받기도 전에 왜 이 시간에 너에게서 연락이 오는 건지 알았어. 어쩔 줄 모르는 너에게 해 줄 위로의 말이 없더라. 내가 겪어보니 시간이 약이다라는 그런 말은 당시에 전혀 들리지도 듣고 싶지도 않았던 말이니까. 너무 어린 두 아이를 데리고 큰 일을 치뤄야 하는 네가 못내 안타깝다. 회사에 묶인 몸이라 당장 달려가고 싶지만 그러지 못해서 미안해. 쏭의 아버님은 글로 유언을 남기셨다고 한다. 문득 떠오르네. 아빠, 하고 싶으셨던 혹은 남기고 싶으셨던 말이 있으신가요?
요새 너무 바빠. 사진 찍을 일도 없고. 출근하지 않으면 아침 7시부터 일을 시작하고 점심에 30분 정도 낮잠을 자고 있다. 재택할 때는 운동도 안 빠지려고 하고. 운동 갔다가 그 사이에 온 메일이랑 업무를 처리하고 11시쯤 잔다. 그래서 하루가 엄청 길다.
주짓수 관장님이 배운 거 자꾸 잊어버린다고 뭐라고 하시는데, 진짜 안 배웠는데. 내가 엄청나게 결석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시나. 도장 초기 멤버라 그 동안 다 배웠다고 자꾸 구박하시는 듯. 드문드문 스파링 할 때 무섭다. 관장님들이나 다른 여자들하고 할 때는 괜찮은데, 체급 차이 있는 남자들하고 스파링하다가 어디 한 군데 부러질 것 같은 공포심이 들어 힘이 아예 안 들어간다. 엉터리로 하는 것 같아 보일까봐 미안하기도 하지만 내 몸이 더 소중한 걸 어쩌겠어. 나이가 들어 한 번 다치면 오래가니. 스트레칭을 더 공들이게 된다.
일이 재미있다 엄청 다행이야. 그래서 빠른 손으로 후다닥 해버리다가 가끔 실수도 하고, 진행이 잘 안되고 그러면 스트레스도 받고 그런다. 까칠한 조직이다 보니 실수하면 아주 칼에 베이는 고통을 막 주는거지. 그래서 꼼꼼하게 챙겨가며 하려고 스스로 프로세스를 정립 중. 시스템이 다 되어 있는 회사 잠깐 다녀왔다고 이런 chaos라니...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 여기가 chaos라도 나는 organize 하면서 일 해야지. 누가 알아주길 바라는 것 당연히 아니지만 못 한다는 소리는 절대 듣고 싶지 않은 것.
그래서 가끔 북북거리며 마음이 답답해질 때는 그냥 다리미질을 한다. 콘에어 스팀다리미 켜놓고 땀 흘리며 구겨진 옷들 좀 피고 나면 그나마 숨통이 조금 트인다고 해야하나.
조금 얍쌉하게 해야 잘 할텐데. 자꾸 정확하게 똑바르게 하고 싶은거지. 얍쌉까지는 아니더라도 선택과 집중을 하자!
예전에는 나부터도 설명충을 만나면 아는 이야기 또 하네, 지겹다 했다. 외국인들 많은 회사 다니다보니 문화 탓도 했나? 근데 여러 나라 사람들과 일 하다 보니 알겠는 것은 몇몇 사람들의 "이거 보면 알아요."가 참 나쁜 것이라는. 일을 공유하거나 지시를 줄 때 중요한 포인트를 짚어서 나누지 않고는 시스템 어디에 있어요, 앞 사람이 해 놓은 것 보면 알아요 하는 사람들이 너무 너무 너무나 많다는 것. 설명충이 되지 못하는 사람들은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이해하지 못한다는 의미인 것을. 중요한 포인트를 설명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일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서 마음 속에서 무시. 나는 알아서 찾아서 할 것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