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다는 것: 예전에는 시간이 없어서 못 썼다. 마음 속에 머릿 속에 들어 있는 수많은 이야기들은 뛰쳐 나오려고 준비가 되어 있었는데, 나라는 사람이 한 군데 진득하게 앉아서 무엇인가를 쓰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였다. 지금은 차분해졌고, 집에 있는 시간도 많아 졌고. 그냥 시작이라고 외치고 쓰기 시작하면 되는데 쓸 말이 없다. 마음이 건조해졌나보다. 쓰는 것을 직업으로 삼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항상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그것들을 끄집어내서 창작하는 작업이 멋있어보였다. 지금도 그렇다. 다만 정말 직업으로 원하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숨어 있고 싶은 관종이다. 나라는 사람. 누군가 계속 알아봐줬으면 좋겠는데, 그 시기가 내가 알아봐달라고 표현하기 전이기를 바라는 것이다. 모순이다. 그리고 글로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스스로도 의문을 갖고 있다. 이렇게 가끔 쓰는 일기가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못난이가 된다는 것: 회사를 다니고 있다. 그렇다보니 싫든 좋든 이런 저런 사람들과 친구가 되고 이야기를 나눈다. 루저의 멘탈리티를 갖고 있다고 생각이 드는 사람들이 종종있다. 본인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을, 혹은 인정 받지 못하는 것을 외부에서 이유를 찾으려는 사람들. 같은 환경에서 똑같은 일을 하더라고 고성과를 내며 주변에 인정받는, 잘 하는 사람은 잘 한다. 일의 과정에 문제가 있다면 문제를 잘 이해하고 대안을 찾으려고 한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마냥 주어진 환경과 일을 탓하기는 하면서 방법을 찾으려고 하지 않는다. 어쩔 수 없다. 회사가 그렇다고 한다. 그냥 안타까웠다. 특히 친구라고 생각하는 이가 그런 멘탈로 고통 받고 있는 것 보니 뭔가 그럴싸하게 충고를 하고 싶어지기도 했다. 그러다 말았다. 그냥 같이 욕해주고 환경 탓해줬다. 자주 만나면서 이런 부정적인 생각들로 내가 힘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나의 어설픈 충고로 바뀌는 것도 없겠다 싶어서였다. 

 

그나마 봐줄만 한 나: 오늘은 일요일. 낮에까지는 언니네가서 넷플릭스 보고 밥 먹고 뒹굴거리다 오후에 내려와서는 두 시간 가량 공부했다. 이코노미스트 읽었고, 일본어 공부도 함께 했다. 점점 인생의 의미를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으로 마음이 무거운데, 이런 류의 공부들은 그래도 나라는 사람이 그나마 괜찮은 사람이다라고 생각하게 해준다. 게임이나 쇼핑은 나의 불안한 마음을 잠시 제쳐두게 해주지만, 그 잠시의 쾌락이 끝나는 순간 더 큰 허무함을 주니까 지속적인 스트레스 해소의 방법이 아닌 것을 안다. 단어장이 일본어와 영어로 빼곡하게 쌓여가는 것에 스스로 대견함을 느낀다.  운동도 다시 열심히 한다. 원래 운동은 온앤오프가 있었지만, 오프기간에 떨어지는 체력의 수준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는 "많이" 보다는 "꾸준하게"가 중요한 듯하다. 몰아서 피로한 운동 할 생각 하지 말고 꾸준히 글로잉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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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 호르몬 약을 끊어서가 하나의 이유일 것 같다. 이 미칠것 같은 두근거림이 다시 시작됐다는 것은. 호르몬 약을 먹은 지난 3-4개월 정도 평안했다. 그냥 삶이 만족스러운 것 같고, 이대로 이렇게 흘러가며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고. 두근거림이 시작되면 모든 것에서 멀어지고 싶다. 나를 고립시키고 싶어진다. 두근대기 시작하면 여기저기 문제를 일으키고 다니고 싶어진다. 나의 존재이유를 증명하는 방법인 것 마냥. 그리고 도망갈 핑계를 위해서. 

 

처분: 많이 많이 잘 버리고 있다. 오래된 옷, 가방, 신발이라던가, 더 이상 읽지 않는 책이라던가.대충 이삼년이 지난 것 같은 쓰지 않고 있는 화장품들. 점점 저장공간의 여유가 늘어나고 있다. 미니멀리스트를 위해서인지 새 것을 다시 채워넣기 위해서인지는 알 수 없는 복잡한 내 마음.

 

식단: 요새 마켓컬리에 빠졌다. 재택할 때 모든 식사를 마켓컬리로 해결하는 중. 샐러드, 다이어트용 도시락, 훈제오리, 쌀국수, 다양하면서도 맛있어서 좋다. 정말 혼자사는 사람을 위해서는 최고일 듯. 양배추 한통을 사서 그냥 버린 이후로 더 이상 요리는 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말: 회사에서 나는 많은 말을 해야 한다. 바보로 보이지 않도록 신경을 쓰며 말을 해야 한다. 때로는 한국말로, 때로는 영어로. 모국어가 한국어라고 한국어로 말하는 것이 더 쉬운 것은 아니다. 당연히 영어는 어렵고. 가끔 이 말을 그럴듯하게 영어로 해야지라고 머릿 속에서 생각하다가 말할 기회를 놓쳐버리고는 스스로에게 실망한다. 내가 말만 시작하면 하품을 하는 시니어를 보는 것도 불쾌하다. 유창하게 그리고 논리적으로 말을 잘 하고 싶다. 바보같이 보이는 것이 제일 질색. 사실 그래서 말을 줄이는 연습을 하며 살았는데, 그게 지금은 약간 독이 되고 있는 듯도 하다. 지금 다니는 회사는 일단 말을 하고 보는 것을 중요하게 본다.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모여 일하다 보니 말하지 않고 컨텍스트로 이해하는 것이 무리이기 때문일 듯 하다. 그러니 매 번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나고 되어 가는지를 말해야 하는 것이다. 꽤 논리적으로 말이다. 이코노미스트를 다시 정기구독한다. 논리적 사고 능력이 부족해서. 기사를 요약하고 말해보는 연습을 하면 국어와 영어 공부가 다 되지 않을까해서. 

 

화상: 이번해에 들어 두번째 2도 이상의 화상을 입었다. 둘다 음식 관련해서. 한번은 뜨거운 냄비에 손목이 닿은 채로 가만있어서 그랬고 두번째는 식당에서 쇠로 된 반찬그릇이 화기에 가까이 있어 뜨거워진 줄 모르고 손가락 두 개로 들어 올려서 그랬다. 두 번 다의 문제는 내가 뜨거운 것에 닿거나 그것을 잡았을 때 그를 인지하기 까지의 시간이 소요되었다는 것이다. 둔한가? 그래서 인지 능력이 떨어지나. 전에 자주 있던 일은 아닌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것인가? 손목의 흉터는 없애지 못할 것 같고 손가락은 두고 봐야 하지만 지문이 없어질 것 같다. 

 

소개팅: 알면서도 또 했다. 이번엔 운동하는 사람. 삶이 단순했다. 인생의 경험이라는 것이 하나의 세계에 있는 사람들은 좋겠다 싶었다. 하나에만 의미를 부여하고 하나만 보고, 그 하나만 목적이 되고 목표가 되고. 꿈이 되고. 존경해. 그러나 흔히 인생이 단순한 사람들이 그러하듯 자기의 삶이 기준이 되어 다른 사람을 평가하는 것. 자신이 하지 않는 것들은 쓸데 없는 것들, 시간 낭비 하는 것들. 운동이 모든 문제의 답이다. 나랑 안 맞는 것... 나쁘지 않아 다름이야. 그냥 조금은 삶이 더 복잡하다는 것, 그 복잡함을 이해하려는 과정 속에서 생겨나는 은밀한 즐거움. 하나의 문제를 보는 다양한 시각과 상호작용을 통한 새로운 시각의 학습으로 내면이 윤택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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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같이 - 계속되고 반복되는 두근거림. 조금 나아지나 했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오르막과 내리막의 폭이 좁아졌다고. 그렇게 믿고 싶었나보다. 스스로의 평안함을 견디지 못하고 만들어내는 긴장. 아무도 내몰지 않는데 이미 내쳐진 마음. 나는 이기주의자야. 주변을 생각하며 머무르기에는 이 모든 불편이 견딜 수가 없어. 입밖으로 꺼내다보면 그렇게 된다 믿으며, 요새의 나는 심리적으로 안정적이다, 팀원들이 좋아서 견딜 수 있다, 가족의 사랑이 결국은 답이다, 나의 말을 들어주는 친구가 있다를 계속해서 되내이고 있다. 그러니? 그러하니? 지난 주 주말, 자주 가는 마사지 샵에서 한시간 남짓 마사지를 받고 나서 집까지 걸어왔다. 꽤 긴 거리를 먹먹한 마음으로 걸었다. 걸음을 통해 안정되는 정서라는 것은 이제 없는 일인양 자꾸 더 두근대고 더욱더 떠나고 싶고. 지금의 내가 싫은 건 자꾸 아파지는 것만 봐도 안다.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다가 토하고 싶은 느낌이 들 때까지 음식을 꾸역꾸역 넣고는 그냥 침대에 누워버린다. 밤새 뒤적거리며 생각한다. 뭐가 문제니. 왜 그러니. 왜 떠나고 싶니. 떠나서 행복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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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사랑 - 연속으로 마신 술과 그로 인한 과식으로 위가 또 땡땡 부었다. 그에 따라 얼굴에는 피꽃이 폈다. 드물게 얼굴에 피꽃이 핀다. 위가 꿀렁꿀렁 아픈게 얼굴까지 연결이 되는지 혈관이 터져서 빨갛고 작은 점처럼 얼굴에 퍼진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진다. 이틀이 지난 지금 아직 심했던 곳은 남아있지만 미세하게 퍼졌던 곳은 점이 사라져있다. 그래서 음식을 매우 조심히 먹어야 하는 시기인데도 커피를 못 끊겠다. 일리캡슐을 어찌나 열심히 먹었는지 벌써 100개를 재주문했다. 난 산미가 있는 커피가 좋다. 원두의 신선함이 혀끝에 산미로 나가온다. 물론 캡슐커피에서 그 정도를 기대하면 안되지만. 네스프레소전용으로 나온 일리캡슐이 그나마 입에 맞는다. 제일 좋아하는 건 꽃향의 산미. 일리캡슐을 고소한 산미. 집에서 편히 마시기에 좋은. 

타인은 힘들어 - 남과 있는 시간이 보통은 힘들다. 나름 내향이라 에너지를 빼앗기기 때문에 힘든가보다 했다. 근데 아니다. 그냥 남과 있으면 말을 많이 하고 그 말 속에서 발견되는 스스로의 모순이 힘든것이다. 한결같은 사람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에서는 이렇게 저러한 상황에서는 저렇게 말을 한다. 일부러 꾸미거나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닌데, 그냥 그 순간에 그렇게 느끼는 것을 내뱉어버리기 때문에 스스로 '아 내가 전에는 이렇게 이야기 하지 않았는데' 혹은 자신이 뱉어냈던 말들을 모순적으로 만드는 상황을 발견한다. 조금은 더 중심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냥 나라는 사람은 이것만은 지키는 사람이야라는 스스로에게 그리고 나를 아는 이에게 박혀 있을 수 있는. 코어 밸류가 있어서 그 축에서만 움직이고 그 것에 맞는 표현을 하는 것. 정의감. 정직. 이러한 것들이 나의 코어밸류는 아닌데, 그래도 뭔가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갈팡질팡할 때 그래도 갈지자가 너무 뻗어나가지 않게 지켜줄 수 있는. 유연성? 너무 넓고. 도전. 막연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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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게 흘러가버리는 시간 - 벌써 9월 말. 마지막으로 블로그에 뭔가를 썼던 것이 7월말이니까 두 달의 시간이 흘렀네. 그 동안 회사에서 이런 저런 일이있었다. 그런 일들 때문에 바빴던 것은 아니고 서울 올라오자마자 시작된 태만, 이 것이 나를 여러가지 것들에서 멀어지게 했다. 다시 한 번 짧게나마 자취를 하면서 일과 살림을 꽤 잘 병행하는 나의 생활력이라는 것에 놀랐고 서울 오자마자 시작된 게으름에 두 번 놀랐고. 나라는 사람은 혼자 일 때 나를 조이며 열심히 사는구나를 깨닫고. 가족이 있는 집에 있으면 한없이 게을러지는구나도 다시 한 번 확인 했고. 3주차 아침공복운동 중이고, 선근증때문에 먹던 피임약을 내 멋대로 휴약중이다. 호르몬 약이 아닌 운동과 건강한 음식이 나를 혹시 살릴 수 있지 않을까를 기대해보는 중이다. 멀리 살던 매니저가 이제 그만둔다고 하면서 너는 내가 그만두고 싶어하는 것 알고 있었지?라고 물었었다. 나의 매니저가 타인에게 관심없는 AI라고 종종 약올렸는데, 너가 아니라 내가 문제였구나. 매니저가 그만두고 싶어하는지 몰랐다. 알았어도 바뀔 것은 없겠지만. 나를 더 사랑하자고 단단하게 살자고 마음 먹은 순간부터 남에게 관대해진 것이라 생각했는데 너그러워지는 동시에 서서히 관심도 잃었나보다. 예전에는 사람들의 미세한 변화를 캐치하려고 노력했는데, 그런 것들이 스트레스가 된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신경쓰지 않아야 편하다를 의식적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나에게 주입했던 것 같다.


사랑은? - 일본어 학습을 위해 일본 드라마와 아니메를 보고 있다. 여유 시간이 생기는대로 보다보니 엄청난 양을 보고 있다. 특별히 장르 안 가리고 좋아하는 배우 찾아서 본다. 믿고 보는 아야세 하루카나 이시하라 사토미, 아라가키 유이가 출현하는 것들 위주로 거의 찾아봤고 지금은 사토 타케루라는 배우에 엄청난 매력을 느껴 안 좋아하는 액션 장르이자 사무라이영화인 바람의 검심까지 봤다. 그렇게 보다보니 생각보다 많은 연애 장르물의 드라마를 보게 된다. 코이츠츠나 오마이보스 같은. 여자가 40이 넘으면 오징어같이 마음이 마르는 건가. 연애 드라마를 보고도 설레지 않는다. 아니 설레인다 약간. 그게 끝. 예전에는 모든 걸 현실에 대입해서 생각했는데, 그렇기에 연예인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현실의 연애를 꿈꾸는 나로서는 스크린 속의 사람들은 그냥 거기에 사는 사람들. 근데 이건 뭐 점점 특정 배우에 대한 오타쿠짓을 한다. 이 말의 의미는 바라지 않으면서 애정을 쏟고, 이들의 에스엔에스를 보면서 친근하게 느끼는. 예전에 이해못하던 짓을 하고 있다는 말. 현실을 살자.


조울증의 울증 - 또 그러는 거다. 이유 없이 도망가고 싶고 없어지고 싶고. 나아지나 싶으면 그것도 아니고. 지금 조금 더 참는 건 혹은 버티는 건 예전보다 나아서가 아니라 바뀔게 별로 없다는 것을 아는 것. 드라마를 보며 영화를 보며 저건 현실이 아니야 저렇게 도망칠 수 없어라고 해도 그래도 결국은 현실이 기반인데 도망가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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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러고 싶지 않은데 또 일에 종종대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신경쓰이고 잘 안될 때 잠도 안 오고 잘 되면 다음 것을 걱정하고. 또 시작이다. 어려서야 일 욕심 많아서 그랬다지만 이제 와서 왜 또 그러고 있니. 바로 몸이 고장나기 시작한다. 쿨한 척 제주도 내려와서 원룸에 처박혀 일만 하고 있는 나란 인간. 원 스텝 어헤드로 생각한다고 머릿 속에서 어떤 일을 어떻게 처리하겠다를 하루 종일 생각한다. 이번 주말은 쉴 수 있을까. 근데 그래도 제주도라 쉼에 대한 갈망이 엄청 높은 건 아니다. 일 하는 것도 사실 재미있기는 해. 오랜만에 바쁘게 뭔가 하니까 살아 있다는 느낌도 들고. 사람들 사이의 미묘한 갈등을 읽는 것도 재밌고. 다만 일을 못한다는 소리를 듣기 싫어 일 하는 것이 잘못됐다는 생각이 든다. 사소하게라도 실수를 하게 되면 무섭게 나를 질책하게 되니. 다른 목적을 찾아보고 싶다.
종종 듣는 무서운 이야기. 여기에서의 매니저라면 인화를 꿈꾸는 사람은 안된다고 했다. 철저하게 팀원들에게 퍼포먼스를 요구해야 하고 퍼포먼스가 나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끊임 없이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뭐 나도 인화주의자는 아니야. 그래도 명백한 태만이 이유가 아닌 경우에는 퍼포먼스가 낮다고 그 부분을 지적하는게 전혀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할 뿐인 것이고 즐거운 환경에서 퍼포먼스를 내는 분위기를 추구하고 싶은 것. 내가 참 인자하고 좋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성과가 안 좋은 사람을 쓰레기에 비유하며 내보내고 싶어 안달이 난 냉정한 모습이 참 싫었고 원래 그렇지 않은 사람인 것 아는데 여기에서 바뀐 것이니 내가 그렇게 되어야 하는것인가 걱정이 살짝 되기도 했다. 그냥 이 회사에 있을 때까지는 우리 팀을 위한 최선을 다해볼까 그런 생각이다. 아직 어리고 반짝반짝들 한 사람들이니. 편들어 주겠다거나 잘못을 감싸주겠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 그런 것 따위 직장 생활에서 전혀 도움 안되는 것. 다만 마음이 힘들지 않게 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볼 노력을 하겠다는 것이다. 객관적인 데이타로 개선의 가능성을 찾아보는 것, 그런 노력. 그래도 딱딱하지 않게 언니누나처럼 격려도 해주고 뭐 그런 것. 결혼 안 해 자식 없어 내보이지 못하는 애정을 조금 줘 보겠다는 그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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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의 비결 - 운이 좋은 건지 아니면 극히도 운이 없는 것인지 직장인 생활 중 각각 다른 회사에서 대표들과 일해보는 기회가 있었다. 전에 다니던 교육회사에서 한 번, 그리고 지금. 전에는 나도 어려서 그런지 스트레스로 괴롭기만 했는데, 이제 맷집이 생겨 스트레스는 받지만 예전처럼 괴롭지는 않다. 그러다보니 생각 할 시간이라는 것이 생겼다. 그 순간순간의 혼남으로 괴로운 것에서는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는다. 그리고 한 회사의 대표랑 일해볼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학습의 기회이기는 하다. 분명 굉장히 다른 스타일의 두 대표이지만 하나의 공통점을 찾았다. 문제의 본질을 찾아가려고 하는 것. 먼저 대표가 철학과 출신이어서 이렇게 까지 사소하게 집착하나 했는데, 이제와 생각해보니 그렇게 집요하게 문제의 본질을 찾아가는 과정해서 해결책을 발견하는 것이다. 문제가 중요하다기 보다는 집요하게 파고들어서 보면 해결점이 같이 보이기 시작하는. 다만 다른점은 있다. 한 대표는 그 과정에서 네거티브를 동원하고 한 대표는 러닝을 표방하고. 그 차이로 비즈니스의 사이즈가 다른 것 같다. 역시 네거티브는 한계가 있다는 그런 좋은 결론을 내리고 싶다는 것. 그러니까 괴롭지가 않은가봐. 더 잘하고 싶게 될 뿐. 더 잘하지 못해서 받는 스트레스는 괜찮은 것 같다. 조금이라도 나아질 부분을 찾아서 극복하려고 하니까. 그냥 나이만 먹지 않게 해줘서 고맙다. 지금 회사야. 

제주살이: 즐겁다. 나가 놀지 못하고 일만 하는데도, 일하다 문득 쳐다보는 창밖이, 그리고 장보러 왔다갔다 하는 동네길이 나를 숨쉬게 해준다. 여느때의 나처럼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 익숙해지면 또 질릴까. 그렇게 살고 싶던 제주였는데. 오늘 일을 하다 말을 너무 많이 해서 목도 아프고 등받이 없는 의자에 오래 앉으니 어깨도 불편해서 산책을 나갔다왔다. 너무 아름다운 둘레길. 새소리, 나무냄새. 그리고 바다. 잘 마르지 않는 빨래. 여기저기 들려오는 여행지의 밤놀이 소리들. 미세한 흥분의 외침들. 잘 때 조차 의식하는 콧속으로 들어오는 달큰한 공기. 미친 나를 가라앉혀주는 탁 트인 전망. 이렇게 아름다운데 종종거리지 말자고 나를 다독이게 하는. 하루에 한 편씩 글을 쓰라고 했다. 은이. 매일 써지지는 않는다. 이렇게 간혹 올리는 글들도 열흘치 보름치를 모아서 올리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하루에 한 문장 정도 쓰고 있으니. 계속 써서 나를 표현해. 말로는 이제 그만. 스스로를 이런 사람이라고 말해야 한다면 그건 내가 아닌것이다. 보여지고 싶은 나인거지. 내가 이런 사람이 쓰지 말고 나는 이렇게 생각해를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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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의 변화 - 안 먹겠다는 것 까지는 아닌데 예전에 찾아서 먹던 것들을 요새 안 먹고 있고 굳이 먹고 싶어 하지 않고 있다. 첫번째 음식은 돼지곱창야채볶음. 술 안주로 혹은 야식으로 즐겨 먹던 음식 중 하나. 집 앞에 순대곱창골목이 있어 저렴하고 푸짐하게 사다 먹을 수 있었기에 일주일 혹은 이주일에 한 번은 먹었었는데. 한국 돌아온지 일년 반. 한 번도 안 먹었다. 사실 집 앞에 한 번 사러 갔다가 위생 상태 보고 포장해 온 그대로 쓰레기통 직진 시킨 후 다른 곳에서도 안 먹고 있다. 두번째는 소곱창 구이랑 전골. 소곱창은 나름 매니아였는데. 가격이 있고 기름 냄새가 진하게 베는 편이라 자주 먹기 보다는 맛집을 찾아다녔었다. 도쿄 살 때 대창도 곧잘 사다 집에서 이것저것 해먹었고. 그런데 소곱창류는 어느날부터 그 내장의 냄새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입이 거부하기 시작. 후라이드 치킨도 그렇다. 한국 돌아오면 일주일 일후라이드 하겠다가 계획이었는데 지난 일년 반 동안 회사에서 쿠폰 넣어줬을 때 한 번 외에 배달로 후라이드 치킨을 시켜본 적이 없다. 요새의 나는 얕은 음식이 좋다. 고기류는 가공이나 양념이 잘 되어 고기 특유의 냄새가 전혀 안 나는 그런 것들. 소세지나 돼지 갈비 그런 것들. 이러다 음식이 귀찮아졌으면 좋겠다. 귀찮아서 배고플 때만 먹으면 되는 그런 상태가 됐으면 좋겠다. 먹기 위해 들이는 노력과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도록.


삶 - 내 삶에 언제나 대체적으로 부족한 헝그리함. 간혹 머릿 속에 떠오르는 삶의 집착, 헝그리함의 이미지는 삼십대말 사십대에 건강까지 혹사하며 밤낮없어 일하는 직장인 혹는 노동자. 뭔가를 이뤄내기 위한 과도한 노력, 자신과 주변에의 희생. 하고 싶지 않은 것임은 물론 할 배짱도 없는. 도쿄 살 때 하루 6-7개의 미팅을 위해 칠센치 힐을 신고 전철을 타고 도쿄 중심부 이곳저곳을 걸어다닌 기억이 내 인생 최고의 헝그리함. 발이 너무 아팠고 특별한 결과물 없는 미팅 후 헛웃음이 났었다. 모국어도 아닌 영어로 혹는 기초지식만 있던 일본어로 사람들을 설득했고 나를 어필했다. 밤이 되면 울고 싶기도 했다. 그래도 살아 있다는 기분이기는 했다. 처음으로 생존을 위해 일해 본 기억. 삶이란 지지부진하니까 내가 바뀌어야 역동적인 무엇이 될것이다. 난 뭐를 바꿔볼 수 있을까... 요새 자꾸 하는 생각은 농업으로의 귀의. 해가 뜨는 순간 시작돼서 해가 지면 끝나는 육체 노동. 조금 더의 이익이라는 것을 생각하지도 못 할 정도의 피곤함.


숨겨놔야 하는 마음 - 저녁에 소맥 한 잔 마시며 나눈 이야기. 우리의 삼십대 저변에 깔린 그것. 없애지 못한다면 수면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더 무거운 돌을 메달아 가라앉혀야 하는 것.


퇴사욕구 - 엄청 뿜뿜 중. 바빠서 다른 생각 할 시간 거의 없이 열심히 일을 하는데 퇴사 욕구가 뿜뿜하는 건, 보람이 없어서이다. 매니저일도 팀원들 좋은 사람 만난 것을 다행으로 버티지만 난 피플 지향적인 인간은 아니어서 금전적 보상 없는 노동에는 한숨이 나올 뿐. 현 직장에서 성장에 대한 욕심이 뚜렷하게 생기지 않은 상황에서 새롭게 밀려드는 일은 많고 잘 하고 싶거나 해내겠다는 열정이 없는 채로 일 못한다는 소리 듣기 싫어 하고 있다는 그것이 문제.


역마살 - 주기적으로 온다. 또 떠나고 싶다. 항상 여기는 아닌데 거기도 없는 나의 삶. 이걸 눌러보고자 제주도로 내려간다. 일년까지는 무리겠다 싶어 우선 한 달 반. 내려가서 살만한 집이 있나도 알아보고 내가 할 만한 일이 있나도 알아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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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 누구에게나 있는 것, 과거. 다만 어떤 과거가 있느냐의 문제. 친구 A와 B가 있다. 친구 A는 어릴 때부터 털털한 성격으로 동성은 물론 이성에게도 쉽게 친구로 다가갔다. 그래서 여자 친구들의 연인들과도 쉽게 친구가 되고는 했다. "그러나" A는 이들과 친구로만 남지는 않았다는 것이 문제. 왜 B의 이야기를 같이 꺼냈냐하면, 바로 B의 연인들과 A가 "과거"라고 불릴 사건들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것만 두 번. A는, B와 소위 베스트프렌드였음에도 불구하고, B를 제외한 사람들에게는 이 사실을 그리 열심히 숨기지 않았고, 간혹은 자랑처럼 이야기하기도 했다. 많은 세월이 지나 기억 저편에 있기는 했지만 나는 A의 과거를 알고 있었다. A와 B는 이제 부모가 된 어른들이다. 동갑내기 친구지만 아이가 있는 부모에 대해서는 난 항상 나와 다른 "어른"을 적용시킨다. 어른스럽게 행동할 것이라는 기대. 일상의 소소함 혹은 지나간 일들에는 쿨해졌을 것이라는 기대. 오랜만에 B와 시간을 보냈다. 두서 없이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눴다. 오래된 사이이니 예전 이야기부터 지금 살아가는 이야기들. 논리적 연관성 없이 머릿 속에 떠오르는 대로 그렇게. 갑자기 B가 자신의 과거 연인 이야기를 시작했다. 덧붙인 말은 자신의 친한 친구과 과거 남친의 관계를 안다고 했다. 내가 알고 있는지 떠보는 것은 아닌 듯 했다. B가 둔해서 눈치 못 채기를 원했지만 내 눈이 갑자기 떨렸다. 성급함은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하며 화제를 바꿨다. B의 아이들과 남편에 대한 이야기를 물어봤다. A의 털털한 성격과 나에 대한 배려와 애정으로 난 사실 A를 좋아한다. 어쩌면 B보다 훨씬 많이. A는 베스트프렌드의 언저리에 있는 친구. 그런데 이번에 A의 불순함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생각했다. 내가 아는 성격 좋은 털털한, 사람 좋아하는 A는 어쩌면 그냥 뻔뻔한 사기꾼이라는 것. 아니 이었다는 것. 그 아이가 반은 장난으로 했던 행동들이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상처가 될 수 있는 것인데. 이십대일 때는 나도 몰랐다. 하루하루가 즐거우면 그만이었으니. 다만 지금은 내가 하는 행동, 벌여 놓은 사건들의 여파라는 것을 생각하게 된 것. 남한테 잘 하자가 아니다. 피해를 주지 말자가 포인트이다. 간혹 유부남과 사랑에 빠지는 친구들. 그래 사랑이야. 옳지 않아도 사랑일수도 있다는 것은 알아. 근데 그러면 다른 사람은. 그 유부남의 아내는? 혹시 아이가 있다면 그 아이들은? 그래서 내가 피하려는 것이고 남을 말리는 것이다.

 

과거2 - 전직장 동료를 만났다. 같이 근무할 당시 외모는 내 스타일이 아니지만 영민하고 유머감각 있어 사귀면 어떨까 싶기는 했다. 그래서 데이트같지 않은 데이트 몇 번 했었고. 당시에 두뇌로 느끼는 호감도가 매우 높았음에도 피지컬 어트랙션이 전혀 없었다. 술을 잔뜩 마시고도 손조차 잡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잘 안됐다. 그런데 이 사람이 기억하는 과거와 내가 기억하는 과거가 달랐다. 왜일까. 난 만날거면 이런 사람을 만나야지 하는데도 몸이 동하지 않아 괴로웠는데. 다만 그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면전에 대고 정확하게 말하지 않고 온갖 이상한 핑계를 대고는 했다. 다시 한 번 생각한다. 한국 남자들은 편한 뇌를 갖고 있다. 멍청이들. 다시 잘 해보자 하여 정말 잘 드는 칼로 무 자르듯이 제대로 노라고 대답했다. 나의 애매한 답변을 다르게 해석할 것 같아서 그랬다. 이렇게 또 친구 하나 잃었구나!

 

과로 - 요근래 엄청나게 일을 해대고 있다. 아침마다 왜 안되는지 보고하며 욕 먹어가며 회사 다닌 이래로 제일 스트레스 받으며 일하는 중. 삼주정도 되었다. 디데이가 내일이라 내일까지만 버티면 되겠지라며 이어나간다. 그래도 지친다. 더 하라 그러면 소리 지를 듯도 하다. 그래도 하겠지. 그냥 나의 동료들에게 내가 뱉어 놓은 이야기가 있어 열심히 했다. 간혹 퍼포먼스가 잘 안 나오는 친구들에게 하는 이야기. “마음 힘들고 도망가고 싶은 것 누구보다 잘 안다. 내가 같은 상황일 때 누구보다 그랬으니까. 그래도 버티고 나아가면 더 단단해지고 튼튼해진다고. 그러니까 지금 이 순간을 이겨보자고.” 일요일인 어제 밤에 마음이 쫄려 늦게까지 일을 하고는 오늘 점심 먹고 낮잠을 삼십분 정도 잤다. 그 낮잠 속에서도 나는 일을 했다. 괜찮은거겠지. 내가 하는 일은 인풋이 있다고 이웃풋이 있는 일은 아니다. 그래서 일을 많이 하는 것은 미련한 짓일뿐 스마트한 접근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침마다 욕을 쳐드시니 미련하게 붙잡고 있게 된다. 근데 미련하게 붙잡고 있는 중에 미려한 퍼포먼스가 나오다보니 그 짓을 삼주째 반복하고 스스로 지쳐버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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