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통 - 나라는 여자 나름 운동 부심이 있다. 20대 초반 에어로빅, 수영, 요가으로 시작하여 40이 된 지금까지 복싱, 발레, 철인삼종, 훌라댄스, 재즈댄스, 마라톤 풀코스까지 했고 나름 각각의 운동에서 평균 이상은 했었다고 생각한다. 마라톤 빼고. 마라톤은 완주에 의미를 두기로. 그런데 요새 필라테스 수업에서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있다. 근육통을 엄청 겪고 있다는 소리이다. 일주일에 고작 두 세번 한시간씩 하는 운동에서 말이다. 어느 순간부터 나에게 근육통은 10킬로미터 이상을 달리거나 사이클링을 백키로 가까이해야 오는 것이었는데. 그것도 특정 부위에 오는 자극이라기 보다는 몸 전체가 뻐근한 수준에서 잘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지는 것 정도였다. 코로나로 근육이 풀어졌나 싶기도 하지만 중간중간 달리기와 스쿼트 등을 빼놓지 않고 하고 있고, 무엇보다 나의 부심의 중심에 있는 요가, 혹은 스트레칭은 매일 하기에 근육통을 덜 겪는 편이기도 했다. 근데 고작 한 시간 안에 이뤄지는 몇 번의 반복적인 동작으로 엉덩이 혹은 배, 혹은 허벅지, 어깨 등에 근육통이 발발한다. 운동하는 이들의 블로그를 읽거나 인스타를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언젠가 읽은 글귀가 생각난다. 운동의 효과는 시간이 아니라 얼마나 집중 하느냐라는. 소규모와 원오원으로 진행하는 수업이다 보니 선생님이 잡아주는 정확한 자세에서 운동을 이어나간다. 집중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역시 부심이란 함부로 가질 것이 아니라는 것. 아직 운동에 있어서는 병아리다 해야지.

듣기 - 나 말이 많다. 그리고 말을 곧 잘 하는 편이다. 가끔 나의 말 소리에 내 귀가 아프다 느껴진다. 제발 남의 말 좀 듣고 살아. 말을 안 하면 어쩌다 한 번 후회한다고 한다. 그 말을 안 해서. 그러나 말을 하면 여러 번 후회를 하게 된다고 한다. 도대체 그 말을 왜 했을까 해서. 인생의 진리인데, 그렇게 잊고 산다. 자꾸 질문을 하고 듣자라는 생각을 한 번 더 한다. 회사에서 혹은 사석에서 무심코 아는 척을 하며 조언을 하는 나를 발견한다. 상당히 꼴불견이다. 꼰대가 별거냐며 조심하자고 다시 한 번 나를 타일러본다.

빅뱅이론 - 전 시즌을 다시 한 번 보고 있다. 웃기다. 혼자 보는 데도 큰 소리로 웃게 되는 경우가 여러번이다. 보고 웃을 때마다 쏭이 생각이 그렇게 많이 난다. 빅뱅이론의 재밌는 장면을 보면 꼭 둘이 그 장면을 이야기하며 웃곤 했다 그 아이가 맑은 톤으로 엄청 크게 웃기 시작하면 나도 따라 웃으며 마음 한 켠에 불편했던 것들이 밀려나기 시작했다. 우리는 모두 페니이기를 원했지만 난 버나뎃이었고 쏭은 에이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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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떼어 놓기 - 일을 한다. 돈을 벌어야 하니까 회사에서 일을 한다. 프리랜서로도 일을 해보았지만 수입의 들락이 보이지 않는 심적 부담으로 느껴졌었고, 새로이 삶을 시작할 때 소속이 주던 안정감이 좋다고 느꼈기에 한국에 와서 다시 회사를 다니고 있다. 중간 중간 유튜브를 본다거나 재택 때는 점심 시간 중 낮잠을 자기도 하면서 간혹 '딴짓"이라는 것을 하지만 일은 비교적 열심히 억지로라도 텐션을 높여서 한다. work ethic은 있으니까. 보이지 않는 다고 방만해지기 보다 나를 놓지 않고 매일매일 지켜나갔을 때 결국 나에게 보상이 온다는 것을 알기도 하고. 그렇다고 야근을 하거나 하지도 않는다. 정해진 시간 내에 철저하게 집중해서 일하자가 기본적인 생각이다. 그리고 마음은 다하지 않는다. 마음을 다하게 되면 실망이 커지기 때문이랄까. 지금 다니는 회사, 인화를 중요시 하는 회사는 아니어서 마음을 케어받고 싶어하는 순간 괴로워지는 곳 같다. 마음을 케어받지 못한다고 슬퍼하면서 계속 다니는 이들이 슬슬 괴물이 되어가는 것이 보이기도 하고. 나부터도 인화를 중요시하지도 않는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은 항시 변하는 것이어서 인정으로 무언가를 하는 것이 보답으로 올 때도 그러나 독으로 올때도 있기에, 애시당초 약일지 독일지 모르는 샷을 던지기 보다는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 회사인으로서의 나의 결심. 그렇게 마음을 한 발자국 떼어 놓는 것이다. 사회인으로서는 최선의 선택지라는 것에는 아직은 의심은 없다.

괴물들 - 코비드로 사람들이 이상하게 변해가는 것일까 원래 이상했던 사람들을 내가 보고 만나고 있는 것일까. 실체를 알 수도 없는 존재가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이가 얼마나 미우면 그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을 확인하여 문제가 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내 비난을 할까. 인스타에서 스타일이 좋은 미용인을 팔로우하는 중인데, 그녀가 어느 날 악플에 대한 게시물을 올렸다. 사생활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 그리고 여성성에 대한 비하. 그리고 그녀가 덧붙인 글에는 미용실에 자주 선물을 사들고 오는 손님이 그 악플러 중 하나라서 더욱 절망했다고 한다. 어떤 이유로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다른 사람을 미워하는 것일까. 그로 인해 자신이 얻는 것은 무엇일까. 같은 것을 공유하는 사람을 미워하고 시기하는 그 것은 뭘까? 그러는 그 마음은 얼마나 아픈 것일까. 익명성의 무서움. 익명성을 보장 받는 순간 사람들은 거칠어진다. 

그래도 세상은 밝아 - 어제, 일요일에 미친 이모인 나는 9살 조카를 꼬셔 미용인 놀이를 했다. 어깨까지 오는 긴단발의 머리를 귀밑으로 싹둑 잘랐다. 처음이 아니기에 자신이 있었는데, 파마한 머리를 잘라주는 것과 생머리를 자르는 것은 다른 것이었다. 너무나도 삐뚤빼뚤한 머리. 그 와중에 난 무슨 자신감으로 애를 한 번 더 꼬득여 내 앞머리도 잘라줬다. 처키가 된 내 사랑. 완전 망했다. 그래도 기특한 내 사랑. 안 울더라. 가만히 보더니 옷 차려 입고 미용실 가자고 하더라. 역시 저렴한 우리 동네는 아이 커트가 5천원이다. 5천원이면 해결될 일을 한 시간을 넘게 끙끙 머리 카락과 사투하고, 그 머리카락이 애의 살에 박혀 애는 괴로워하고, 그리고 결과물도 못 낸 미친 이모. 그런 이모를 사랑해주는 조카. 다행히 미용실에서 다듬고 나니 짧은 단발이 엄청 잘 어울리는 우리 뽝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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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한 재택근무의 장기화와 외출의 자제. 말은 자제이나 실질적으로는 어디에도 갈 수가 없는 상황이 아닌 마음의 상태. 사람이 많은 실내에 간다는 것은 쿨한척 하는 나에게도 매우 꺼려지는 일이 되었다. 삶의 형태가 너무 바뀌어 도쿄에서의 삶 자체가 그리워지고 있다. 그전에는 그냥 야키토리에서 혼자 마시는 한 두잔의 술과 집에서 가까웠던 쇼핑몰이 그리웠다면 말이다. 한국에 돌아 온 이후 내 삶은 감옥에 갇힌 것처럼. 그러나 모두가 갇혔기에 억울하다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도쿄에서의 삶에서 충만했던 자유가 그립다 뭐 그런 것. 

여행에의 욕망을 드라마로 풀고 있다. 최근에 본 것은 emily in paris. 파리에 가고 싶다. 4월말의 파리가 기억이 난다. 녹음이 우거졌던 샹젤리제 거리. 아무렇게나 어우러져 피어 있던 길가의 꽃들. 무심하면서 섬세한 골목길. 센느강 옆의 길거리 책방들. 밤에 센느강 유람선에서 보던 에펠탑의 흐릿하여 우아했던 조명.

2020년의 이 모든 것이 joke가 될 수 있는 그날이 어서 빨리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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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넘어오는 새벽, 아침에 눈을 뜨고도 생생하게 기억이 나는 꿈을 꿨다. 꿈에서 나는 38살 정도였고 갑자기 몸이 아파져 병원으로 갔다. 여러 가지의 검사 끝에 무슨 암에 걸렸고, 얼굴 없는 의사는 나에게 마흔살까지 살 수 있을 거에요 했다. 허무했다. 인생이라는 것이. 이렇게 가겠구나 했다. 그러면서 잠깐 아빠에 대한 기억도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생각보다 담담했다. 내가 죽는구나... 그러다 엄마가 문병을 왔다. 엄마를 보자마자 참을 수 없는 무언가가 가슴에서 시작해 목구멍으로 올라왔고, 나 이제 금방 죽는다며 엄마를 끌어 안고 오열을 시작했다. 꿈에서조차 엄마는 엄마구나. 나의 진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존재. 그 오열이 너무 격했고 그래서 통증이 생겨 잠에서 깼다. 

나의 꿈은, 흔히들 말하는 예지몽도 아니고 나의 현실을 반영하지도 않는다. 어디서든 머리만 대면 깊은 잠을 자는 축복을 받아 사실 깨어나서도 기억에 남을만큼 강렬한 꿈이라는 것을 그렇게 자주 꾸지도 않는다. 그런데 이번 꿈은 어딘가에는 적어 두고 기억을 하고 싶었다. 내가 죽을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하여 꿈속이나마 정말 진지하게 생각을 해봐서이다. 하루하루를 더 소중히 여기고 즐기며 살아가려고 한다. 자아의 실현을 위해 회사를 다니고 열심히 일을 하지만 동시에 회사에서의 일을 통해 나를 찾으려고 하지도 않는다. 기회가 닿는 한 항상 새로운 것을 경험하며 살고 싶다. 그 속에서 찾아지는 것들에 환호하며 그렇게. 그래서 코로나가 끝나고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외국에 나가서 살아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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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벽을 발판으로 삼지 않고 요가의 물구나무 서기 동작이 가능해졌다. 아직은 뒤로 넘어가지 않을까라는 공포심을 갖고 있지만 동시에 넘어가더라도 쿵 떨어지지 않겠다 싶기는 하다. 뭐든 꾸준히 하면 된다. 이젠 빼박 못하는 40이 되어가는데도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결국에 해나가고 있다. 40이 되면 "내"가 없어지는 줄 알았다. 그냥 나이 든 한 사람, 중년의 여자, 뭐 그런게 되어 회색의 삶을 살거라 생각했는데, 지금의 나는 이십대와 삼십대와의 나와 크게 다르지 않게 항상 불안하고 초조하고 감정이 무지개색으로 바뀌고 있다. 다만 하나 크게 달라진 것이라면, 급하게 서두르지 않더라도 꾸준히 하다보면 무엇인가가 되어 가는 그 신기함을 알았다는 것이다. 나를 칭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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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고 잘 놀고. 하루하루 미친 마음이 나를 들었다 놨다 한다. 그러다 남의 글을 봤다. 나의 기분으로 남을 좌지우지하지 말라고. 아닌 척 해도 결국 나는 남의 기분을 좌지우지 할 수 있을 것 같아 일 하는 동안은 감정기복을 드러내지  않도록 노력하자고 다짐. 결국 각자의 인생. 그래도 타인에게 뭔가 도움이 된다는 건 나쁘지 않은 느낌. 가족과 베프가 아닌 타인에게 일방적으로 뭔가를 해주지는 않는다. 나 역시 바라지 않을거니까. 그래도 내가 생각하는 방향을 공유해 줄 수는 있다. 선택은 너의 판단. 무심히 흐를 수 있는 일상에서 의미를 찾는 것은 너의 몫.
틈이 날 때 운동을 했었는데 한국에 돌아와서는 너무 많아진 틈에 게임을 했다. 스트레스 해소가 잘 됐으니 게임을 하는 것 자체가 싫은 건 아니다. 다만 게임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다보니 몸을 관리하지 않은 것이 문제. 일주일에 두 번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단지 그것뿐. 3주차이다. 오르락 내리락 하는 마음에 휘둘리지 말아야겠다고 오늘에서야 마음이 걷혀진다. 조금이라도 몸이 안 좋으면 바로 정신이 반응을 한다. 틈을 비집고 들어와 모든 걸 흔들어댄다. 여기가 아니라고 하지만 저기를 가르쳐주지도 않으면서. 나를 이기는 운동은 마라톤이다. 내가 극복이 안되면 달리지를 못하게 되니. 내년 동아마라톤을 나가야겠다. 그를 위한 준비를 해보자.

어느 주 금요일 저녁에 은또와 군자 근처의 전여친에 갔었다. 궁금했었다. 기발한 네이밍과 한복을 입고 서빙을 하는 알바생을 지나다가 우연히 봐서. 화려하게 한 판 깔리는 전. 그러나 술이 더 고팠던 날이라 빼른 시간에 너무 취해서 뭘 먹었는지 맛은 어땠는지 기억은 안난다. 이후로 이차도 갔다는데, 이차 술집에서 눈을 반쯤 감고 먹태를 먹었다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다음날 아침이고 다행히 집에는 있었고. 열심히 맛집을 저장해보고 있지만 결국 술 마시기 쉬운 곳을 가게 된다. 새로운 것들을 찾아보는 것에 게을러지면 늙은 거라는데.

 

어느 주말에는 언니네랑 장흥에 새로 생긴 제주에서 온 은희네국밥을 먹으러 갔다. 제주도에서 유여사님이랑 같이 갔을 때 유여사님 엄청 싫어했던 기억. 그런데 이번에 먹으니 뭐 이런 맛있는 맛인지. 그리고 옆에 있는 베이커리 카페.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었다. 빵순이 아니라 빵은 모르겠지만 커피는 맛있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또 가봐야지. 언젠가.

또 어느 주말에는 술도 안 마시는 쭈를 불러다 앉혀 놓고 혼자 소주 나발. 술이 그렇게 필요하다 요새. 일이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은 아니고 그냥 오르락 내리락 하는 기분에 자꾸 취함으로 도망가고 싶어져서이다. 도쿄의 다른 무엇보다 그리운 야키토리집. 블로그를 드문드문하는데 뭔가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도쿄에서 다닌 야키토리집을 기억하고 싶어서? 

지난 주말은 김장에 오롯이 받쳤다. 일년 먹을 김치. 도쿄 살 때 엄마가 보내줬던 기억에 진짜 가기 귀찮았지만 따라갔다. 토요일 차 막힐 걸 대비해서 집에서 새벽 4시 40분에 나갔다. 차는 안 막혔지만 안개도 엄청 긴장되는 운전을. 내 옆 차는 중앙선 넘어 잘도 가더라. 식구들 북적북적. 반복되는 이야기들에도 여기저기 깔깔. 어른들의 연세가 높아지니 한 세대가 마무리되고 있구나라는 쓸쓸함은 양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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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올라오는 미친년 스멜. 회사 옆 베트남 쌀국수집에 혼자 가서 매운곱창쌀국수를 시켜서 눈물 콧물 한 바가지 흘리고 반도 못먹고 나왔다. 그리고 위가 너무 아프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쇼핑으로 안 될 지경에 이르렀다.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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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때문에, 회사 때문에, 직위 때문에, 위치 때문에, 장소 때문에, 성별 때문에... 타협해야 한다면 안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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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할 때는 계획적인 소비를 했었나보다. 다시 엄마집으로 들어 온 지금 또 지출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가고 있는지 모르는 치매성 소비요정으로 되돌아왔다. 한달에 월세 및 공과금을 150만원 정도 내고도 항상 돈이 남아 돈을 모았었는데, 비슷한 수입을 갖고 있는 지금, 월세도 안내고 공과금도 안내는데 매달 통장에서 돈이 사라진다. 도쿄가 물가는 더 비싸다고 하는데. 왜 그럴까. 자취 당시 건강을 위해 외식을 자주 안 했다는 것이 하나의 이유일까. 아침엔 과일을 점심엔 주로 도시락을 저녁은 패스할 때가 많았다. 주말에 외출을 안 할 때는 김치찌개 한 번 끓여 주말 내내 먹기도. 샤인 머스켓과 여름에 수박 아니고는 한달 식비가 2-3만엔을 넘어본 적이 없었다. 지금은 엄마가 해주는 밥을 하루에 한 번 정도 먹기는 하지만 점심이나 저녁을 사먹을 일이 많다는 것. 도쿄에서는 외국인으로 나이가 많음에도 베츠베츠의 수혜를 받았지만 여기서야 회사에서든 사적으로든 보통 나보다 어린 사람을 만나면 밥을 혹은 커피라도 사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버렸으니, 한달에 식비로 7-80만원은 우습게 나가고 초반 몇 달은 100만원이 넘는 돈을 식비로 쓰기도 했다. 기분파다 보니 그럴 필요가 없을 때도 어느새 내가 계산을 하는 경우도 많고. 쇼핑은 모르겠다. 도쿄에서는 보너스 달마다 사무실이 긴자라는 핑계로 명품을 사댔고, 사이에 한국을 여러 번 들어왔을 때마다 29인치 캐리어를 채우기 위한 면세와 백화점, 보세 쇼핑을 광적으로 했으니. 지금이 오히려 안 사진 않아도 합리적으로 적당히 사니 이건 아닐 수도.

미니멀리즘의 추구를 다시 시작하여 책을 읽어대고 있다. 한 번 더 읽고 치워버리는 거. 내가 좋아하는 책들을 사놓았던 거라 그 책들을 읽다보니 말도 안되는 감성이 다시 오고 있다. 두근두근. 붕붕 떠서 걸어다니는 중. 코로나 덕택에 나는 지면에 닿을 뻔 했는데. 다시 떠나야할 것이다. 이유 없이 그렇게 정해져버렸다. 여러 번 많은 글을 쓰면서 스스로를 정의내려고 했다. 그런데 그냥 나는 그렇게 생겼다. 어려서 감성적인 소설을 많이 읽지 않았다면 이런 두근거림이 없었을까? 나는 또 결국 어떤 틀을 만들어보고 싶었나보다. 나는 어떤 일이나 환경 때문에 이리 되었다는 인과관계를 규명하고 싶었나보다. 그냥 이렇게 생긴 것을.

가끔은 아플 것 같은 징조가 와서 오랜 시간 잠을 잔다. 잠에서 깨어나면 괜찮아져있다. 자취할 때 왜 그렇게 아팠을까, 그리고 서러웠을까. 혼자가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몸이 아픔을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임을 테두리 안에 있을 때 오는 심적인 안정이 결국 물리적 건강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 그레도 이 안정성이 혹은 안심하는 마음이 나를 도태시킬까봐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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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 분이 오셨나보다. 글을 쓰면서라도 마음을 진정시키고 싶다. 계속 되는 두근거림. 내가 있을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두려움. 여기는 아니라는 그러나 거기도 없는. 살아갈 나날은 길고 길어 알아. 그런데도 이러한 불안함과 불안정한 기분이 때때로 나를 찾아와. 차분한 사람은, 마음이 두꺼운 사람은 어떻게 그런 것이 가능한 것일까. 그분이 오실때마다 나는 심장이 터질 것 같고 울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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