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넘어오는 새벽, 아침에 눈을 뜨고도 생생하게 기억이 나는 꿈을 꿨다. 꿈에서 나는 38살 정도였고 갑자기 몸이 아파져 병원으로 갔다. 여러 가지의 검사 끝에 무슨 암에 걸렸고, 얼굴 없는 의사는 나에게 마흔살까지 살 수 있을 거에요 했다. 허무했다. 인생이라는 것이. 이렇게 가겠구나 했다. 그러면서 잠깐 아빠에 대한 기억도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생각보다 담담했다. 내가 죽는구나... 그러다 엄마가 문병을 왔다. 엄마를 보자마자 참을 수 없는 무언가가 가슴에서 시작해 목구멍으로 올라왔고, 나 이제 금방 죽는다며 엄마를 끌어 안고 오열을 시작했다. 꿈에서조차 엄마는 엄마구나. 나의 진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존재. 그 오열이 너무 격했고 그래서 통증이 생겨 잠에서 깼다. 

나의 꿈은, 흔히들 말하는 예지몽도 아니고 나의 현실을 반영하지도 않는다. 어디서든 머리만 대면 깊은 잠을 자는 축복을 받아 사실 깨어나서도 기억에 남을만큼 강렬한 꿈이라는 것을 그렇게 자주 꾸지도 않는다. 그런데 이번 꿈은 어딘가에는 적어 두고 기억을 하고 싶었다. 내가 죽을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하여 꿈속이나마 정말 진지하게 생각을 해봐서이다. 하루하루를 더 소중히 여기고 즐기며 살아가려고 한다. 자아의 실현을 위해 회사를 다니고 열심히 일을 하지만 동시에 회사에서의 일을 통해 나를 찾으려고 하지도 않는다. 기회가 닿는 한 항상 새로운 것을 경험하며 살고 싶다. 그 속에서 찾아지는 것들에 환호하며 그렇게. 그래서 코로나가 끝나고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외국에 나가서 살아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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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벽을 발판으로 삼지 않고 요가의 물구나무 서기 동작이 가능해졌다. 아직은 뒤로 넘어가지 않을까라는 공포심을 갖고 있지만 동시에 넘어가더라도 쿵 떨어지지 않겠다 싶기는 하다. 뭐든 꾸준히 하면 된다. 이젠 빼박 못하는 40이 되어가는데도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결국에 해나가고 있다. 40이 되면 "내"가 없어지는 줄 알았다. 그냥 나이 든 한 사람, 중년의 여자, 뭐 그런게 되어 회색의 삶을 살거라 생각했는데, 지금의 나는 이십대와 삼십대와의 나와 크게 다르지 않게 항상 불안하고 초조하고 감정이 무지개색으로 바뀌고 있다. 다만 하나 크게 달라진 것이라면, 급하게 서두르지 않더라도 꾸준히 하다보면 무엇인가가 되어 가는 그 신기함을 알았다는 것이다. 나를 칭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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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고 잘 놀고. 하루하루 미친 마음이 나를 들었다 놨다 한다. 그러다 남의 글을 봤다. 나의 기분으로 남을 좌지우지하지 말라고. 아닌 척 해도 결국 나는 남의 기분을 좌지우지 할 수 있을 것 같아 일 하는 동안은 감정기복을 드러내지  않도록 노력하자고 다짐. 결국 각자의 인생. 그래도 타인에게 뭔가 도움이 된다는 건 나쁘지 않은 느낌. 가족과 베프가 아닌 타인에게 일방적으로 뭔가를 해주지는 않는다. 나 역시 바라지 않을거니까. 그래도 내가 생각하는 방향을 공유해 줄 수는 있다. 선택은 너의 판단. 무심히 흐를 수 있는 일상에서 의미를 찾는 것은 너의 몫.
틈이 날 때 운동을 했었는데 한국에 돌아와서는 너무 많아진 틈에 게임을 했다. 스트레스 해소가 잘 됐으니 게임을 하는 것 자체가 싫은 건 아니다. 다만 게임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다보니 몸을 관리하지 않은 것이 문제. 일주일에 두 번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단지 그것뿐. 3주차이다. 오르락 내리락 하는 마음에 휘둘리지 말아야겠다고 오늘에서야 마음이 걷혀진다. 조금이라도 몸이 안 좋으면 바로 정신이 반응을 한다. 틈을 비집고 들어와 모든 걸 흔들어댄다. 여기가 아니라고 하지만 저기를 가르쳐주지도 않으면서. 나를 이기는 운동은 마라톤이다. 내가 극복이 안되면 달리지를 못하게 되니. 내년 동아마라톤을 나가야겠다. 그를 위한 준비를 해보자.

어느 주 금요일 저녁에 은또와 군자 근처의 전여친에 갔었다. 궁금했었다. 기발한 네이밍과 한복을 입고 서빙을 하는 알바생을 지나다가 우연히 봐서. 화려하게 한 판 깔리는 전. 그러나 술이 더 고팠던 날이라 빼른 시간에 너무 취해서 뭘 먹었는지 맛은 어땠는지 기억은 안난다. 이후로 이차도 갔다는데, 이차 술집에서 눈을 반쯤 감고 먹태를 먹었다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다음날 아침이고 다행히 집에는 있었고. 열심히 맛집을 저장해보고 있지만 결국 술 마시기 쉬운 곳을 가게 된다. 새로운 것들을 찾아보는 것에 게을러지면 늙은 거라는데.

 

어느 주말에는 언니네랑 장흥에 새로 생긴 제주에서 온 은희네국밥을 먹으러 갔다. 제주도에서 유여사님이랑 같이 갔을 때 유여사님 엄청 싫어했던 기억. 그런데 이번에 먹으니 뭐 이런 맛있는 맛인지. 그리고 옆에 있는 베이커리 카페.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었다. 빵순이 아니라 빵은 모르겠지만 커피는 맛있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또 가봐야지. 언젠가.

또 어느 주말에는 술도 안 마시는 쭈를 불러다 앉혀 놓고 혼자 소주 나발. 술이 그렇게 필요하다 요새. 일이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은 아니고 그냥 오르락 내리락 하는 기분에 자꾸 취함으로 도망가고 싶어져서이다. 도쿄의 다른 무엇보다 그리운 야키토리집. 블로그를 드문드문하는데 뭔가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도쿄에서 다닌 야키토리집을 기억하고 싶어서? 

지난 주말은 김장에 오롯이 받쳤다. 일년 먹을 김치. 도쿄 살 때 엄마가 보내줬던 기억에 진짜 가기 귀찮았지만 따라갔다. 토요일 차 막힐 걸 대비해서 집에서 새벽 4시 40분에 나갔다. 차는 안 막혔지만 안개도 엄청 긴장되는 운전을. 내 옆 차는 중앙선 넘어 잘도 가더라. 식구들 북적북적. 반복되는 이야기들에도 여기저기 깔깔. 어른들의 연세가 높아지니 한 세대가 마무리되고 있구나라는 쓸쓸함은 양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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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올라오는 미친년 스멜. 회사 옆 베트남 쌀국수집에 혼자 가서 매운곱창쌀국수를 시켜서 눈물 콧물 한 바가지 흘리고 반도 못먹고 나왔다. 그리고 위가 너무 아프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쇼핑으로 안 될 지경에 이르렀다.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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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때문에, 회사 때문에, 직위 때문에, 위치 때문에, 장소 때문에, 성별 때문에... 타협해야 한다면 안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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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할 때는 계획적인 소비를 했었나보다. 다시 엄마집으로 들어 온 지금 또 지출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가고 있는지 모르는 치매성 소비요정으로 되돌아왔다. 한달에 월세 및 공과금을 150만원 정도 내고도 항상 돈이 남아 돈을 모았었는데, 비슷한 수입을 갖고 있는 지금, 월세도 안내고 공과금도 안내는데 매달 통장에서 돈이 사라진다. 도쿄가 물가는 더 비싸다고 하는데. 왜 그럴까. 자취 당시 건강을 위해 외식을 자주 안 했다는 것이 하나의 이유일까. 아침엔 과일을 점심엔 주로 도시락을 저녁은 패스할 때가 많았다. 주말에 외출을 안 할 때는 김치찌개 한 번 끓여 주말 내내 먹기도. 샤인 머스켓과 여름에 수박 아니고는 한달 식비가 2-3만엔을 넘어본 적이 없었다. 지금은 엄마가 해주는 밥을 하루에 한 번 정도 먹기는 하지만 점심이나 저녁을 사먹을 일이 많다는 것. 도쿄에서는 외국인으로 나이가 많음에도 베츠베츠의 수혜를 받았지만 여기서야 회사에서든 사적으로든 보통 나보다 어린 사람을 만나면 밥을 혹은 커피라도 사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버렸으니, 한달에 식비로 7-80만원은 우습게 나가고 초반 몇 달은 100만원이 넘는 돈을 식비로 쓰기도 했다. 기분파다 보니 그럴 필요가 없을 때도 어느새 내가 계산을 하는 경우도 많고. 쇼핑은 모르겠다. 도쿄에서는 보너스 달마다 사무실이 긴자라는 핑계로 명품을 사댔고, 사이에 한국을 여러 번 들어왔을 때마다 29인치 캐리어를 채우기 위한 면세와 백화점, 보세 쇼핑을 광적으로 했으니. 지금이 오히려 안 사진 않아도 합리적으로 적당히 사니 이건 아닐 수도.

미니멀리즘의 추구를 다시 시작하여 책을 읽어대고 있다. 한 번 더 읽고 치워버리는 거. 내가 좋아하는 책들을 사놓았던 거라 그 책들을 읽다보니 말도 안되는 감성이 다시 오고 있다. 두근두근. 붕붕 떠서 걸어다니는 중. 코로나 덕택에 나는 지면에 닿을 뻔 했는데. 다시 떠나야할 것이다. 이유 없이 그렇게 정해져버렸다. 여러 번 많은 글을 쓰면서 스스로를 정의내려고 했다. 그런데 그냥 나는 그렇게 생겼다. 어려서 감성적인 소설을 많이 읽지 않았다면 이런 두근거림이 없었을까? 나는 또 결국 어떤 틀을 만들어보고 싶었나보다. 나는 어떤 일이나 환경 때문에 이리 되었다는 인과관계를 규명하고 싶었나보다. 그냥 이렇게 생긴 것을.

가끔은 아플 것 같은 징조가 와서 오랜 시간 잠을 잔다. 잠에서 깨어나면 괜찮아져있다. 자취할 때 왜 그렇게 아팠을까, 그리고 서러웠을까. 혼자가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몸이 아픔을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임을 테두리 안에 있을 때 오는 심적인 안정이 결국 물리적 건강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 그레도 이 안정성이 혹은 안심하는 마음이 나를 도태시킬까봐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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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 분이 오셨나보다. 글을 쓰면서라도 마음을 진정시키고 싶다. 계속 되는 두근거림. 내가 있을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두려움. 여기는 아니라는 그러나 거기도 없는. 살아갈 나날은 길고 길어 알아. 그런데도 이러한 불안함과 불안정한 기분이 때때로 나를 찾아와. 차분한 사람은, 마음이 두꺼운 사람은 어떻게 그런 것이 가능한 것일까. 그분이 오실때마다 나는 심장이 터질 것 같고 울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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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중에 다녀왔다. 회사 동료와 가볍게 남산이나 오르자 하고. 외국인이 해방촌이라는 지역에 살면서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는데, 아 맞다했다. 다르게 보이겠구나라는 생각. 나에게는 더 이상 새로움이 없을 것 같은 서울인데, 그들의 눈에는 또 다른 것. 나에게 도쿄가, 혹은 내가 살던 아다치구가 그랬듯이. 이 친구는 예전에 패션 전문 사진가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잠깐 내 사진을 찍어주었는데 아주 결과물이 흡족. 그냥 나인데 보기 좋은. 요새 앱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봤는데, 거기에 나는 예쁘지만 내가 아니었어서 별로였거든. 어떻게 하면 사진을 잘 찍느냐 했더니 빛이 중요하단다. 모르냐? 알고도 못 찍으니까 묻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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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좋다. 마실때마다 뇌세포는 죽어서 바보가 되어가고 숙취로 몸이 아파져도 그래도 그저 술이 좋다. 취해 있는 내가 좋다. 세상의 모든 낭만을 끌어 안고 있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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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90% 이상 재택을 방침으로 내렸고, 난 그 90%를 팀원수에 적용해서 11명 중에 한 명으로 출근을 이어나가고 있다. 집에 있으면 아무래도 집중력이 떨어져서 머리를 쓰지 않는 일만 하려들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번주는 나와서 이것저것 많은 일을 처리했다. 귀찮아서 혹은 어려울 것 같아서 미뤘던 일들. 집에서는 해결이 안되던 것들이 회사에 와서 회의실을 잡고 집중해서 하니 해결이 된다.

공간의 중요성. 집은 나에게 쉬고 즐기는 공간인데 일 때문에 공간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이 싫다. 가끔 주말 오후에 멍하니 침대에 누워있는 것이 최고의 정신 휴식인데, 집에서 일을 하기 시작하니 이것도 저것도 아닌채 쉬지도, 그렇다고 일을 잘 하지도 않고 공간에 불만만 쌓여가기 시작했다. 그냥 출근을 하는 것이 정답.

이제는 한국어로보다 영어로 이메일 쓰는 게 편하다. 영어가 편한것보다 한국어 맞춤법이 점점 자신이 없어져서이다. 일일이 국어사전을 찾아가며 하기에는 나의 시간이 너무 제한적이다. 도서관에서 대여는 가능하니 책 읽기에 조금 더 집중해야겠다. 한국어는 묘하게 헷갈린다. 간신이일까 간신히일까 등의 고민으로 수분을 날려보내게 된다.

분명히 결혼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아니 결혼보다 사랑하는 사람하고 같이 살면서 삶의 여러 부분을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그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의 기준을 스스로도 모르겠다. 이제는 너무 많은 사람을 만나 헤어져 봤기 때문인것일까. 매번 어떤 이유로든 상대방이 좋아서 만났던 것은 맞는데, 그 사람 자체를 좋아한 것이었는지에는 확신이 없어서이다. 변하는 마음을 스스로 이해하지 못하기도 하고. 사실 상황적 필요에 의한 만남도 분명히 있었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마음에 들어서라기 보다는 혼자인게 싫어서, 혹은 새로운 곳에 가서 힘든데 옆에서 도와주는게 고마워서 그냥 사겨보기도 했었다. 같이 시간을 오래 지내다보면 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아니라고 생각했던 부분을 끝까지 놓지 못하며 상대방에 질려서는 싫어하게 되는 나를 매번 발견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생각하는 조건의 줄을 세워 사람을 재보는 것도 아닌 것 같고. 

외모나 배경 이 모든 것을 떠나서 난 영리하며 약간은 날카롭고 예민한 사람에게 매력을 느낀다.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 마음이 빨리 식는 것이 더 맞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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