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의 비결 - 운이 좋은 건지 아니면 극히도 운이 없는 것인지 직장인 생활 중 각각 다른 회사에서 대표들과 일해보는 기회가 있었다. 전에 다니던 교육회사에서 한 번, 그리고 지금. 전에는 나도 어려서 그런지 스트레스로 괴롭기만 했는데, 이제 맷집이 생겨 스트레스는 받지만 예전처럼 괴롭지는 않다. 그러다보니 생각 할 시간이라는 것이 생겼다. 그 순간순간의 혼남으로 괴로운 것에서는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는다. 그리고 한 회사의 대표랑 일해볼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학습의 기회이기는 하다. 분명 굉장히 다른 스타일의 두 대표이지만 하나의 공통점을 찾았다. 문제의 본질을 찾아가려고 하는 것. 먼저 대표가 철학과 출신이어서 이렇게 까지 사소하게 집착하나 했는데, 이제와 생각해보니 그렇게 집요하게 문제의 본질을 찾아가는 과정해서 해결책을 발견하는 것이다. 문제가 중요하다기 보다는 집요하게 파고들어서 보면 해결점이 같이 보이기 시작하는. 다만 다른점은 있다. 한 대표는 그 과정에서 네거티브를 동원하고 한 대표는 러닝을 표방하고. 그 차이로 비즈니스의 사이즈가 다른 것 같다. 역시 네거티브는 한계가 있다는 그런 좋은 결론을 내리고 싶다는 것. 그러니까 괴롭지가 않은가봐. 더 잘하고 싶게 될 뿐. 더 잘하지 못해서 받는 스트레스는 괜찮은 것 같다. 조금이라도 나아질 부분을 찾아서 극복하려고 하니까. 그냥 나이만 먹지 않게 해줘서 고맙다. 지금 회사야. 

제주살이: 즐겁다. 나가 놀지 못하고 일만 하는데도, 일하다 문득 쳐다보는 창밖이, 그리고 장보러 왔다갔다 하는 동네길이 나를 숨쉬게 해준다. 여느때의 나처럼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 익숙해지면 또 질릴까. 그렇게 살고 싶던 제주였는데. 오늘 일을 하다 말을 너무 많이 해서 목도 아프고 등받이 없는 의자에 오래 앉으니 어깨도 불편해서 산책을 나갔다왔다. 너무 아름다운 둘레길. 새소리, 나무냄새. 그리고 바다. 잘 마르지 않는 빨래. 여기저기 들려오는 여행지의 밤놀이 소리들. 미세한 흥분의 외침들. 잘 때 조차 의식하는 콧속으로 들어오는 달큰한 공기. 미친 나를 가라앉혀주는 탁 트인 전망. 이렇게 아름다운데 종종거리지 말자고 나를 다독이게 하는. 하루에 한 편씩 글을 쓰라고 했다. 은이. 매일 써지지는 않는다. 이렇게 간혹 올리는 글들도 열흘치 보름치를 모아서 올리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하루에 한 문장 정도 쓰고 있으니. 계속 써서 나를 표현해. 말로는 이제 그만. 스스로를 이런 사람이라고 말해야 한다면 그건 내가 아닌것이다. 보여지고 싶은 나인거지. 내가 이런 사람이 쓰지 말고 나는 이렇게 생각해를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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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의 변화 - 안 먹겠다는 것 까지는 아닌데 예전에 찾아서 먹던 것들을 요새 안 먹고 있고 굳이 먹고 싶어 하지 않고 있다. 첫번째 음식은 돼지곱창야채볶음. 술 안주로 혹은 야식으로 즐겨 먹던 음식 중 하나. 집 앞에 순대곱창골목이 있어 저렴하고 푸짐하게 사다 먹을 수 있었기에 일주일 혹은 이주일에 한 번은 먹었었는데. 한국 돌아온지 일년 반. 한 번도 안 먹었다. 사실 집 앞에 한 번 사러 갔다가 위생 상태 보고 포장해 온 그대로 쓰레기통 직진 시킨 후 다른 곳에서도 안 먹고 있다. 두번째는 소곱창 구이랑 전골. 소곱창은 나름 매니아였는데. 가격이 있고 기름 냄새가 진하게 베는 편이라 자주 먹기 보다는 맛집을 찾아다녔었다. 도쿄 살 때 대창도 곧잘 사다 집에서 이것저것 해먹었고. 그런데 소곱창류는 어느날부터 그 내장의 냄새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입이 거부하기 시작. 후라이드 치킨도 그렇다. 한국 돌아오면 일주일 일후라이드 하겠다가 계획이었는데 지난 일년 반 동안 회사에서 쿠폰 넣어줬을 때 한 번 외에 배달로 후라이드 치킨을 시켜본 적이 없다. 요새의 나는 얕은 음식이 좋다. 고기류는 가공이나 양념이 잘 되어 고기 특유의 냄새가 전혀 안 나는 그런 것들. 소세지나 돼지 갈비 그런 것들. 이러다 음식이 귀찮아졌으면 좋겠다. 귀찮아서 배고플 때만 먹으면 되는 그런 상태가 됐으면 좋겠다. 먹기 위해 들이는 노력과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도록.


삶 - 내 삶에 언제나 대체적으로 부족한 헝그리함. 간혹 머릿 속에 떠오르는 삶의 집착, 헝그리함의 이미지는 삼십대말 사십대에 건강까지 혹사하며 밤낮없어 일하는 직장인 혹는 노동자. 뭔가를 이뤄내기 위한 과도한 노력, 자신과 주변에의 희생. 하고 싶지 않은 것임은 물론 할 배짱도 없는. 도쿄 살 때 하루 6-7개의 미팅을 위해 칠센치 힐을 신고 전철을 타고 도쿄 중심부 이곳저곳을 걸어다닌 기억이 내 인생 최고의 헝그리함. 발이 너무 아팠고 특별한 결과물 없는 미팅 후 헛웃음이 났었다. 모국어도 아닌 영어로 혹는 기초지식만 있던 일본어로 사람들을 설득했고 나를 어필했다. 밤이 되면 울고 싶기도 했다. 그래도 살아 있다는 기분이기는 했다. 처음으로 생존을 위해 일해 본 기억. 삶이란 지지부진하니까 내가 바뀌어야 역동적인 무엇이 될것이다. 난 뭐를 바꿔볼 수 있을까... 요새 자꾸 하는 생각은 농업으로의 귀의. 해가 뜨는 순간 시작돼서 해가 지면 끝나는 육체 노동. 조금 더의 이익이라는 것을 생각하지도 못 할 정도의 피곤함.


숨겨놔야 하는 마음 - 저녁에 소맥 한 잔 마시며 나눈 이야기. 우리의 삼십대 저변에 깔린 그것. 없애지 못한다면 수면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더 무거운 돌을 메달아 가라앉혀야 하는 것.


퇴사욕구 - 엄청 뿜뿜 중. 바빠서 다른 생각 할 시간 거의 없이 열심히 일을 하는데 퇴사 욕구가 뿜뿜하는 건, 보람이 없어서이다. 매니저일도 팀원들 좋은 사람 만난 것을 다행으로 버티지만 난 피플 지향적인 인간은 아니어서 금전적 보상 없는 노동에는 한숨이 나올 뿐. 현 직장에서 성장에 대한 욕심이 뚜렷하게 생기지 않은 상황에서 새롭게 밀려드는 일은 많고 잘 하고 싶거나 해내겠다는 열정이 없는 채로 일 못한다는 소리 듣기 싫어 하고 있다는 그것이 문제.


역마살 - 주기적으로 온다. 또 떠나고 싶다. 항상 여기는 아닌데 거기도 없는 나의 삶. 이걸 눌러보고자 제주도로 내려간다. 일년까지는 무리겠다 싶어 우선 한 달 반. 내려가서 살만한 집이 있나도 알아보고 내가 할 만한 일이 있나도 알아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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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 누구에게나 있는 것, 과거. 다만 어떤 과거가 있느냐의 문제. 친구 A와 B가 있다. 친구 A는 어릴 때부터 털털한 성격으로 동성은 물론 이성에게도 쉽게 친구로 다가갔다. 그래서 여자 친구들의 연인들과도 쉽게 친구가 되고는 했다. "그러나" A는 이들과 친구로만 남지는 않았다는 것이 문제. 왜 B의 이야기를 같이 꺼냈냐하면, 바로 B의 연인들과 A가 "과거"라고 불릴 사건들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것만 두 번. A는, B와 소위 베스트프렌드였음에도 불구하고, B를 제외한 사람들에게는 이 사실을 그리 열심히 숨기지 않았고, 간혹은 자랑처럼 이야기하기도 했다. 많은 세월이 지나 기억 저편에 있기는 했지만 나는 A의 과거를 알고 있었다. A와 B는 이제 부모가 된 어른들이다. 동갑내기 친구지만 아이가 있는 부모에 대해서는 난 항상 나와 다른 "어른"을 적용시킨다. 어른스럽게 행동할 것이라는 기대. 일상의 소소함 혹은 지나간 일들에는 쿨해졌을 것이라는 기대. 오랜만에 B와 시간을 보냈다. 두서 없이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눴다. 오래된 사이이니 예전 이야기부터 지금 살아가는 이야기들. 논리적 연관성 없이 머릿 속에 떠오르는 대로 그렇게. 갑자기 B가 자신의 과거 연인 이야기를 시작했다. 덧붙인 말은 자신의 친한 친구과 과거 남친의 관계를 안다고 했다. 내가 알고 있는지 떠보는 것은 아닌 듯 했다. B가 둔해서 눈치 못 채기를 원했지만 내 눈이 갑자기 떨렸다. 성급함은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하며 화제를 바꿨다. B의 아이들과 남편에 대한 이야기를 물어봤다. A의 털털한 성격과 나에 대한 배려와 애정으로 난 사실 A를 좋아한다. 어쩌면 B보다 훨씬 많이. A는 베스트프렌드의 언저리에 있는 친구. 그런데 이번에 A의 불순함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생각했다. 내가 아는 성격 좋은 털털한, 사람 좋아하는 A는 어쩌면 그냥 뻔뻔한 사기꾼이라는 것. 아니 이었다는 것. 그 아이가 반은 장난으로 했던 행동들이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상처가 될 수 있는 것인데. 이십대일 때는 나도 몰랐다. 하루하루가 즐거우면 그만이었으니. 다만 지금은 내가 하는 행동, 벌여 놓은 사건들의 여파라는 것을 생각하게 된 것. 남한테 잘 하자가 아니다. 피해를 주지 말자가 포인트이다. 간혹 유부남과 사랑에 빠지는 친구들. 그래 사랑이야. 옳지 않아도 사랑일수도 있다는 것은 알아. 근데 그러면 다른 사람은. 그 유부남의 아내는? 혹시 아이가 있다면 그 아이들은? 그래서 내가 피하려는 것이고 남을 말리는 것이다.

 

과거2 - 전직장 동료를 만났다. 같이 근무할 당시 외모는 내 스타일이 아니지만 영민하고 유머감각 있어 사귀면 어떨까 싶기는 했다. 그래서 데이트같지 않은 데이트 몇 번 했었고. 당시에 두뇌로 느끼는 호감도가 매우 높았음에도 피지컬 어트랙션이 전혀 없었다. 술을 잔뜩 마시고도 손조차 잡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잘 안됐다. 그런데 이 사람이 기억하는 과거와 내가 기억하는 과거가 달랐다. 왜일까. 난 만날거면 이런 사람을 만나야지 하는데도 몸이 동하지 않아 괴로웠는데. 다만 그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면전에 대고 정확하게 말하지 않고 온갖 이상한 핑계를 대고는 했다. 다시 한 번 생각한다. 한국 남자들은 편한 뇌를 갖고 있다. 멍청이들. 다시 잘 해보자 하여 정말 잘 드는 칼로 무 자르듯이 제대로 노라고 대답했다. 나의 애매한 답변을 다르게 해석할 것 같아서 그랬다. 이렇게 또 친구 하나 잃었구나!

 

과로 - 요근래 엄청나게 일을 해대고 있다. 아침마다 왜 안되는지 보고하며 욕 먹어가며 회사 다닌 이래로 제일 스트레스 받으며 일하는 중. 삼주정도 되었다. 디데이가 내일이라 내일까지만 버티면 되겠지라며 이어나간다. 그래도 지친다. 더 하라 그러면 소리 지를 듯도 하다. 그래도 하겠지. 그냥 나의 동료들에게 내가 뱉어 놓은 이야기가 있어 열심히 했다. 간혹 퍼포먼스가 잘 안 나오는 친구들에게 하는 이야기. “마음 힘들고 도망가고 싶은 것 누구보다 잘 안다. 내가 같은 상황일 때 누구보다 그랬으니까. 그래도 버티고 나아가면 더 단단해지고 튼튼해진다고. 그러니까 지금 이 순간을 이겨보자고.” 일요일인 어제 밤에 마음이 쫄려 늦게까지 일을 하고는 오늘 점심 먹고 낮잠을 삼십분 정도 잤다. 그 낮잠 속에서도 나는 일을 했다. 괜찮은거겠지. 내가 하는 일은 인풋이 있다고 이웃풋이 있는 일은 아니다. 그래서 일을 많이 하는 것은 미련한 짓일뿐 스마트한 접근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침마다 욕을 쳐드시니 미련하게 붙잡고 있게 된다. 근데 미련하게 붙잡고 있는 중에 미려한 퍼포먼스가 나오다보니 그 짓을 삼주째 반복하고 스스로 지쳐버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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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찔이 - 매운 음식을 참 좋아하는데, 사실 맵찔이다. 베프들보다는 내가 매운 음식을 잘 먹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있어, 잘난 척하며 몇 번은 매운 음식 파는 집으로 이들을 끌고 갔다. 결론은 나 혼자 눈물과 콧물의 세레나데. 베프가 항상 약올린다. 너, 매운 거 잘 먹잖아. 질질 울면서. 대학원 다닐 때 학원에서 알바를 막 시작했는데, 그때 처음 만났던 썬 선생님이 스트레스만 받으면 매운 걸 시켜서 먹으며 화를 달랬다. 그 걸 옆에서 생각없이 따라하다가 자연스럽게 몸에 베어 정신적으로 조금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매운 걸 먹고 싶어한다. 생각보다 잘 먹지 못하는 것이 문제. 그래도 매운 음식 먹고 난 다음에 마시는 시원한 오렌지 쥬스맛이 좋아서 매운 음식은 계속 먹을 예정이다.

 

달리기 - 두 달 정도 아프다고 셨다. 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얼만큼 하자고 나를 괴롭히지 말고 되는대로 뛰자는 마음가짐. 필라테스 예약이 제법 힘들어져 예약 못 잡는 날은 달리기로 대신 할 예정. NRC에 Guided Running 코스가 있어 20분 달렸다. 코치가 중간중간 말 걸어준다. 좋다. 혼자 달리지 않는 기분. 오래 안 뗘서 힘들다고 해도 20분 달리기는 아쉽다. 근데 그만큼만. 조금씩 늘려서 자연스럽게 튼튼해지기.

 

Undigitize - 문득 내가 인스타그램을 엄청 열심히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면식도 없고 건너 아는 사람도 아닌 사람들의 삶에 관심을 갖고 부러워하는 나를 봤다. 남을 시기질투하지 말고 살자고 매 번 다짐하여도 심지어 낯선이의 사는 곳, 차, 노는 곳, 물건 등이 부러웠고, 없는 내가 초라해지는 마음까지 생겼다. 그만하자 싶어 언디지타이즈 노력. 1번은 인스타를 지웠다. 2번은 휴대폰 요금제 데이터를 확 낮췄다. 어차피 인터넷 쇼핑만 하는 나인데 어마무시한 기가데이터가 필요할 이유가 없다. 3번 항상 책을 휴대하자이다. 이동 시간, 혹은 멍하니 있는 그 짧고 집중이 어려운 순간에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게 되는 것이다. 그 시간을 예쁜 글로 채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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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욕의 원천 - 미니멀리스트가 되고 싶다고 말은 왜 하니... 인스타그램의 노예. 화장품이며, 패션 아이템이며 보는 족족 동하는 마음이여. 이번에 셀린 박스백 긴 버젼이 나왔다. 그냥 사야겠다.

자매 - 나에게는 두살 터울의 언니가 있다. 매우 친하다. 보통 다른 집 자매보다 더 친하다. 그래도 각자의 삶을 사느라 챙겨보지 못할 때가 있다. 그래도 난 꼭 마음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 언니에게 전화를 하고 상담을 하고는 한다. 언니는 그렇지 않았나보다. 이번에 제주도에서 둘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언니가 금전적으로 힘든 시기가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집을 사는데 든 대출에 형부 일이 계속 안 풀리고 조카는 커가다보니 수입에 비해 이런 저런 지출이 많이 늘었고 그래서 여행 한 번이 쉽게 가지지 않았다고 했다. 워낙 힘든 티를 안내는 편에다 어려서부터 꾸준히 잘 벌었기에 금전적으로 힘들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여행가는데 머릿 속에서 계산이 먼저 이뤄져서 선뜻 움직이지 못했다고 하니 마음이 참 그랬다. 언니가 그랬을 시기에 난 꿈이 뭐냐며 방황하며 정처없이 떠돌아다녔는데. 주변 사람 한 번 둘러볼걸. 우리 뽀. 

방랑병 - 또 떠나고 싶어졌다. 역시 마음이 아픈 나인가. 지금 회사 매우 좋은 직장이다. 보스는 나에게 엄청 잘 하고 팀원들은 손 하나도 안 가게 알아서들 일 잘하고, 몇몇은 동료 이상으로 동생처럼 예뻐서 자꾸 더 신경이 쓰일 정도. 같이 일하는 다른 동료들 중 몇몇은 엄청 스마트해서 내가 배우고 싶은 점이 많고 열심히 배우고 있다. 근데 그냥 그렇게 막 또 지겹다. 누구 때문에, 어떤 일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라 그냥 익숙해졌다고 느끼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지겨움. commitment issue라는 것은 관계에서만 오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모든 것이 익숙해지는 순간 느껴지는 이 감정. 예전에는 방어 메카니즘이 아닐까 생각했다. 내가 깊이 빠져드는 순간 남자건 일이건 나를 실망시킬테니 미리 발을 빼놓으려는 그런 습성 말이다. 그러다가 내 안의 무엇인가가 굳어져버려 성향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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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 저녁에 종종 조카와 산책을 하고 있다. 날씨가 따뜻해졌고, 벚꽃을 핑계로 시작해서 루틴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선선한 저녁에 둘이 산책을 하다보면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뭔가 부끄러워서 평소에는 하지 않을 낭만적인 말들을 조카에게 하고 있다. 꽃비는 사진으로는 못 담으니 눈에다 남겨서 기억해야 해라던가, 세상에는 착한 사람들이 훨씬 많은데 한 두명의 나쁜 사람들 때문에 우리 소현이가 조심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슬프다 라던가. 한 번은 아빠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아빠가 보고 싶다고 말했다. 조카는 할아버지는 언제나 옆에 있을거야 했다. 그래서 난 아니, 지금 여기 말고 더 좋은 곳으로 가셨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다시 태어나셔서 부모님 사랑 듬뿍 받고, 그 경험으로 남을 더 사랑할 수 있는 그런 곳으로.  

진통제 - 요새 진통제를 먹기 시작했다. 자주 먹는 것 아니고 한 달에 한 두 번 먹는 것은 상관 없다고 의사 선생님이 오히려 내게 권했기에 약을 싫어하는 나지만 부담 덜고 먹으려고 한다. 근데 약으로 인해 통증이 덜어지는 순간 찾아 오는 멍함이 있다. 내 눈이 풀리는 느낌. 아빠가 많이 아프셨을 때 병원에서 진통제를 많이 맞고 서서히 눈이 풀려가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래서 진통제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통증 -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채로 아랫배 통증이 지속되고 있다. 의사선생님조차 이것 때문이지 않을까라고 한다. 미세하게 느껴지다가 어느 순간엔 걷지도 못할 만큼 아파진다. 얼굴에 미소가 떠오르지 않는다. 진통제에는 계속해서 거부감이 든다. 일반 타이레놀이 잘 들지 않아 그 것보다 성분이 더 농축 된 진통제를 먹으면 위에서 느껴지는 이물감과 부종, 그리고 참을 수 없는 잠이 따른다. 요새 다른 무엇보다 삶에서의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고 있는 나인데, 계속해서 이러면 행복하지 못할 것 같다. 아무것에도 재미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도 삶에의 질긴 애착으로 이 통증을 이겨나가려면 더 건강해지는 것이 답일까 하여 식단과 운동을 그래도 유지해보려고 하는데 식단은 지키기가 어렵지 않지만, 통증이 오기 시작하면 운동은 쉽게 포기하게 된다. 집에서 자꾸 아프니 흐물흐물 잉여인간이 되어가는 것 같다. 일에도 집중하기가 어렵다. 하루이틀이면 사라질 것을 알지만 이 고통을 견디기 위해 섭취하는 약이 나의 다른 부분을 헤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울감 - 나에게는 조울증이 있다. 심한 편은 아닌 듯 하고 가끔 울증이 찾아오면 며칠은 걷잡을 수 없이 땅으로 기어들어가는 내가 있다. 항상 밝고 누구에게나 긍정적인 이미지를 주는 사람이고 싶지만, 이제는 병을 병으로 인정해야 하는 것을 안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더 나은 내가 될 것 같아서. 운동을 통해 우울증을 많이 극복했고 동시에 조증의 업도 많이 내려와서 감정의 중간선을 비교적 잘 타고 있었는데, 코로나로 실내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또 아랫배 통증이 지속되면서 그 못난이 우울증이 스물스물 발을 들여 영역을 넓히고 있다. 전에는 이런 순간에 그냥 괴로워서 사라지고 싶다고만 생각했다면 이제는 자신을 더 잘 보살펴주고 싶다. 그냥 삶에서 생겨 난 여러 일로 기쁠 수도 있고 아플 수도 있는 것이니까. 아팠을 때 왜 아팠는지, 같은 아픔이 계속되지 않게 나를 다독이고 싶은 것이다. 이럴 때 생각보다 일이 도움이 된다. 예전에는 돈을 벌어야 하니까 일을 했기에 스트레스가 왔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지금은 나의 의지로 일을 하기에, 이 일을 잃게 되어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면 어떡하나의 고민이 덜어져있기에, 정말 재미로 일을 하게 된다. 몇 시간 집중해서 일을 하고나면 아팠던 마음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일로인한 고민으로 가득 찬 내가 있다. 그렇게 종종대다가 하루를 마무리하고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일에서 손을 떼버린채 7시 필라테스 수업을 다녀오면 하루가 알차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래 나를 몰아세우지 않는 것, 그러면서 남도 몰아세우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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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방정 - 자취를 끝내고 서울로 돌아오고 나서는 아프지 않아라며 입방정을 떨었다. 자취할 때는 아파서 출근 못 한적도 여러 번인데라며. 역시 집에서 엄마밥 먹으니 튼튼해졌어라는 것도 추가. 그리고 말도 안되게 엄청나게 아파져 버렸다. 몸살과 배란통이 같이 와서 밤새 자다깨다를 반복. 얕은 잠을 잘 때 그렇듯 꿈도 엄청나게 꿔댔다. 응급실도 다녀왔다. 어느 특정한 한가지가 문제는 아니고 여러가지가 복합적으로 왔다. 당분간 치료도 계속 받아야 한다. 그렇게 입방정에 대한 대가를 치뤘다. 

 

몸을 확인하다 - 그렇다. 많이 먹어 컨디션이 나빠지는 것을 시작으로 급격하게 아파지는 것이다. 매 번 알고 있었는데도 반복하는 멍청한 짓. 어느 순간 호르몬의 노예가 되어 그런지 어쩐지 미친 듯이 먹어대는 시기가 있다. 그때 살이 찌는 것은 두번째 문제이고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아픔으로 이어지는 것. 궁극적인 원인은 매 번 다양하다. 몸살일때도 있고, 생리통 혹은 배란통일 때도 있고, 장염일 때도 있다. 다만 시작점이 같다는 것. 먹는 것을 줄이자. 쏭하고 통화를 했다. 둘째를 임신했다길래, 토실한 날 보며 태교를 해야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랬더니 이 아이 바로 날 걱정한다. 언니 살 찌면 아프다며. 그래서 병원 들락날락한 일련의 사건을 보고했고 살을 빼겠다고 약속도. 나를 아는 너라는 보석.

 

견해의 차이 - 계속해서 나를 짜증나게 하는 친구가 있다. 정서적인 의존성이 계속 걸렸다. 스스로도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의존적이겠지, 그래 받아주는 것도 연습이겠지 해서 내심 불편한데도 친구관계를 유지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 친구 내가 싫어하는 방식을 써서 나를 구석으로 몰았다. 너는 차갑고 못 된 애지만 내가 착하고 좋은 사람이라 너의 친구가 되는거야라는 말과 태도. 내가 이 아이가 싫었던 것은 친구사이라며 너무 많은 것을 나랑 공유하려 드는 것, 사소하게는 끊임없이 카톡으로 본인이 먹고 마시는 생활을 사진으로 혹은 메세지로 보낸 것과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고 싶어하고, 한 번 만나면 징징거리며 계속 같이 있자고 하는 것. 그리고 내가 어쩌다 한 번씩 올리는 인스타 게시물에 대하여 굳이 나에게 언급을 다시하는 것. 그래서 인스타 팔로우를 지워버렸다. 내 게시물 못 보게. 그랬더니 새벽 5시에 카톡을 보내서는 악몽을 꿨고 그 악몽에서 우리가 더 이상은 친구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요새 카톡은 알리미를 안 해놔서 바로 확인은 안 했지만 보자마자 미안할 정도의 짜증이 올라왔다. 그래서 "우리는 십대가 아니야. 나는 너를 이해해보려고 하지만 이런 메세지를 보내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고 했다. 그랬더니 "너가 이해하려고 노력했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워. 나의 친구들에게 난 원래 이런 사람이야, 난 언제나 너를 위해 있을거야"라는 답장으로  보내왔다. 이 메세지에서 엄청나게 짜증이 올라왔다. "언제나 내 옆에 있어 주기를 원하지 않는데, 너는 왜 그런 말을 하니?"라고 답장을 하려다 참았다. 그래서 읽씹 했더니, "넌 또 나를 밀어내려는 구나. 난 한 번 사귀는 친구는 평생 친구라고 생각해"라는 뭐 이런 이차 헛소리. 그래서 그냥 이야기했다. "우리는 친구를 정의하는데 있어서 차이가 있는 것 같고, 난 너의 감정적인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렇게 감정적인 친구도 원하지 않는다"고. 그리고 긴 답장을 받았다. 그래도 나의 친구라는 어쩌구 저쩌구. 그리고 차단. 우정이든 사랑이든 쌍방이어야 해. 내가 원하지 않는 우정의 강요는 결국은 다른 형태의 폭력일 뿐이야.

 

카디건 사랑 - 종종 철자가 자신이 없을 때 사전을 찾아보는데 외래어 표기상 카디건이 맞단다. 그냥 카디건이 참 좋다. 재킷도 엄청 좋아하지만. 카디건은 다양한 매력을 가졌다. 포멀 하기도 캐쥬얼 하기도. 겉옷으로도 혹은 그냥 윗도리로도. 목이 조금 파인 카디건에 스카프 하나 매주면 나를 세상 멋쟁이로 만들어주기도 하고. 나에게는 여러 색상의 다양한 소재의 카디건이 있다. 얼마 전에는 내 사랑 비뱐에서 베이직한 디자인이 나왔길래 베이지색 네이비색 두 장 사버렸다. 소비의 요정.

 

낭만 - 2017년에 일본계 회사로 들어가기로 마음 먹었을 때쯤 사람들 충고 무시하고 당차게 멋대로 전직해서는 꿈과 다르게 표면에서만 우아하고 물 밑에서 미친 듯 다리를 젓고 있어야 하는 새로운 일에 지쳐 있었다. 직전에 마케팅 일을 하며 을보다는 갑쪽에 살다가 철저한 을이 되어버려야 하는 영업직이 가끔 비루하게 느껴지기도 했었고 프로덕트가 사람인지라 한 사람 한 사람의 성향이나 성격 혹은 상황에 같이 좌지우지되어 감정적 스트레스 레벨이 높았다. 또 전직에 따른 급여 삭감으로 경제적으로 마음의 여유가 없을 때였다. 그런데도 겉으로 보여지는 우아함만 갖고 싶었기에 큰 회사의 정치나 경쟁이 싫기도 했다. 그러다 우연히 친한 사람의 소개로 들어가게 된 이 회사. 나랑 비숫한 코드의 사람들이 모여든 곳이었다. 쏭도 바로 결혼으로 그만두기는 했어도 시작을 같이 해서 소프트랜딩도 가능했다. 여기서 레이철 언니와 핀을 만났다. 낭만적인 인간들. 숫자로 말해야 하는 영업직임에도 돈보다는 낭만을 추구하고자 하는 인간들이었다. 우리는. 당장 앞에 떨어질 돈에 연연하지 않는 척했다. 낭만이 중요했기에. 자신의 철학을 더 앞세웠다. 누구는 타인에게 더 좋은 보람되는 직장을 찾아주기 위해 일을 한다는 보케이션을 앞세웠고 누구는 비즈니스 리더들을 대상으로 팬시하게 일을 하고 싶어했고, 나는 딜리버리의 과정이 매끄러운 것에 집착했다. 우리 모두 돈을 앞에 두고 일하지 않았다. 그래서 때로는 힘들었다. 같이 술도 엄청 마셨다. 그냥 그렇게 짧은 시간 낭만적으로 살았다. 프랑스의 살롱처럼 다양한 주제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고 젠체하고 멋진 척하고. 패션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메인 토픽이었다. 로맨스는 짧게 끝났다. 되돌리고 싶은 로맨스는 아니다. 물론 힘든 시절이었으니까. 그냥 추억하고 싶은 로맨스. 내가 이렇게 낭만적이었어 하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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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습관 만들기 - 나에게 하는 약속. 계속해서 나를 상기시켜야 하는 것들 1) 계단이 있으면 되도록 걸어서 올라간다. 2) 서 있을 때 배에 힘을 주고 똑바로 선다. 3) 몸의 균형을 항상 살핀다--한 쪽 신발이 더 닳고 있지는 않은지, 누워서 무릎을 세웠을 때 높이가 평행한지, 아빠다리 자세에서 양쪽 엉덩이가 균일하게 바닥에 닿는지 등 4) 걸을 때 발을 끌지 않고 항상 뒷꿈치에서 앞꿈치가 닿게끔 걷는다 5) 앉아 있을 때 어깨가 구부정하게 있지 않는다. 

남의 이름을 빌려 말하는 자 - 주변에 꼭 그런 사람이 있다. 한 주제에 대하여 동의의 의견을 구한 후 타인 앞에서 내 이름을 빌려 말하는 사람. 당신은 본인의 의견을 스스로의 의견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까? 나의 의견이 중요합니까? 그런 행동을 취하는 사람의 심리가 참 궁금하다. 아 심리학 관련 책 좀 읽어야겠다. 인간의 심리라는 것은 매 번 다르지만, 나와 다를 때 이해를 못하기 때문에 책을 읽어봐야 한다. 아 그래서 그랬구나의 이해가 필요하다.

불편한 관계 - 한 두 친구가 유독 불편하다. 밥이라도 같이 먹으면 꼭 체할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이다. 왜 그럴까 왜 그럴까. 그냥 너는 이렇잖아, 저렇잖아 하는 것이 불편한가 싶기는 하다. 나라는 사람 한 선으로 가려고 노력은 하지만, 사람인지라 그날 그날 기분에 따라, 혹은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에 따라 바뀌기도 하는 것 같다. 그런 나를 지적하는게 불편한 것인가. 그냥 싫은 것인가. 자꾸 드는 생각은 이런 친구들과 보내는 나의 시간이 아깝다는 것. 그런 시간들을 조금 더 나를 위해 쓰고 싶다는 것.

너도 나이가 드는구나 - 나의 사랑 은하와 술을 한 잔 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마냥 철 안들고 사랑빠일 것 같던 내 친구가 꽤 냉철하게 또 현실적으로 상황을 분석하고 본인에게 대입시켰다. 길을 걷다 은하를 확 끌어안았다. 너마저 나이가 드는 것 같아 슬프다고. 너만은 조금 더 낭만을 추구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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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itment issue - 나를 잘 아는 이들은 다 안다. 나의 문제. 특히 연애에 대해서이다. 매 번 노력을 안 하는 것도 아니고 연애 횟수만 따지면 왠만한 사람들에게 지지 않을텐데, 그냥 지속이 안된다. 보통은 그런식이다.  금사빠 성향이라고 해야 하나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라고 해야 하나, 내가 평소에 갖고 있던 이성에 대한 바람과는 전혀 맞지 않더라도 새로운 사람에게는 금방 호감을 느껴버린다. 그러나 그 관계가 진지해질 것 같으면 도망가 버리는 것이 나의 습성. 상대방의 어떤 점이 싫어서 안되라고 말은 하면서도 상대방의 문제는 아닌 나의 문제라는 것. 그냥 겉보기에 좋은 사람 만나면 속물같은 나에게 지치고 적당한 사람 만나면 마음이 적당한데 같이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싫어지고. 그냥 그런 것이다. 누구랑 같이 있는 "나"보다 혼자인 "내"가 더 당당하고 좋다는 것.

항상 최고의 관심은 몸 - 구정이 지난 주부터 계속 출근하고 있다. 휴가 내고 집에서 쉬는 동안 숙취의 여파로 잘 먹고 실컷 잤더니 단기간에 살이 찐다 빠진다로 접근하는 것은 잘못된 것 같고 몸이 가볍다 무겁다의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매일 출근을 하기로 결심했다. 회사에서 먹는 점심 도시락은 무조건 샐러드로. 그리고 간단한 것이라도 사기 위해서 잠깐 이라도 밖에 나갔다 들어오는 절차가 복잡하여 군것질의 양이 현저하게 줄었다. 아니 집에서 하던 것에 비하면 거의 없어졌다가 더 정확하다. 이걸 잘 유지하기 위해서 계속 출근을 해야겠다. 출근을 규칙적으로 하게 되면 먹는 것이 따라서 규칙적이 된다.

가시같이 마른 몸이고 싶다 - 금생에는 어려울까. 엄마랑 쇼핑하러 백화점 한 바퀴 돌면서 엄마가 이것저것 입어보시는 거 구경했다. 우리 엄마 날씬하더라. 뭘 입어도 어찌나 예쁘던지. 까다로운 여자라 엄청 입어보고 고른 건 하나지만 그 입어 보는 과정에서 색깔이 안 어울리는 경우는 있어도 어떤 쉐입이 안 어울리는 경우는 없었다. 옷을 그렇게 좋아하는 나라서 역시 마르고 싶다.

버리기 - 옷이 참 많다 나란 여자. 눈에 들어버리면 몸에 맞지 않을지라도 사는 습성 때문이 첫번째 이유이고 돌고도는 유행을 알아서 가격을 어느 정도 지불한 옷은 안 버리기 때문이 또 다른 이유이다. 미니멀 라이프를 그렇게 주장하면서도 패션 아이템에 대해서는 맥시멀이다. 그러나 쌓아두면서 생기는 불편함이 커지고 있다. 공간의 문제도 그렇고 먼지도. 좀벌레 등을 걱정안 할 수도 없는 것 같고. 과감히 버리기로 마음먹고 가장 먼저 처리한 것이 예전에 산 밍크와 무스탕, 쉐입이 이상한 캐시미어 코트와 이젠 낡아서 헤진 느낌이 나는 핸드메이트 코트와 자켓류. 특히 리얼퍼는 앞으로 입을 생각도 살 생각도 없기에 가격 생각하지 않고 더 과감히 버렸다. 동물을 굉장히 사랑하여 비건이 되겠다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그 아이들을 위하여 최소한 안 할 수 있고 안 해도 되는 것은 하지말자라고 생각 중. 가오가 심지어 집에 있던 중에 밍크와 무스탕이라는 것을 샀다니. 나란 여자, 마음에 안 든다. 

잠병 - 마침 주말에 왔다.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까지 거의 드문드문 깨어있기만 하는 장시간의 잠을 잤다. 예전에는 평소에 잠을 안 자니 몰아서자나보다 했다. 지금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또 하나의 메카니즘인가 싶기도 한다.

Lana Del Rey -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심장이 미친 듯 두근대기 시작한다. 그녀의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의 내가 가장 미쳐있던 때여서인지 그 당시의 내가 되돌아와 불안해지고 초조해지고 동시에 아름다워진다. 불안정해서 날카로웠고 그 날카로움으로 남도 쉽게 베어버렸고 내 자신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더 깊게 베어버렸지. 세월이 지나 둔하게 무던하게 살려고 하지만 아니 그렇게 됐지만 저 속에 숨어 있는 상처는 치유가 되지 않은 채 엉성하게 봉합만 되어 있어. 괜찮다 괜찮다 하다가 툭 터져 버리는 상처를 다시 봉합하기 위해 숨어버려야 하지. 비록 숨지만 나약한 것은 아니야. 나를 너무 사랑하기에 그렇게 하는 것이 나를 위한 것이라고 결정을 해버린 것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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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휴가 - 구정 전 주 금요일부터 휴가를 내어 구정 주까지 이어지는 열흘 가까이의 쉼의 시간을 보냈다. 특별히 어딘가를 갈 생각은 아니었고 정신적으로 쉬고 싶었다고 해야 하나. 일이 힘들었다고 하면 그 건 거짓말이고 그냥 사람들과의 부대낌에 조금 지쳤어서 오랜 시간 쉬면 생기는 일 하고 싶다의 마음이 생기기를 기대해보는 휴가였다. 은또, 쭈 만나서 술도 실컷 마시고 일본에서 온 친구를 일년만에 만났고 조카와 잠실 가서 쇼핑도 하고 그 외에는 거의 언니네서 먹고 자고의 반복. 공식 연휴 전까지는 아침마다 필라테스 수업도 들었다. 게임도 많이 해야지 했었지만 어깨의 피로도가 너무 높고 은근한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그냥 하다 말다. 게임을 밤새 하는 것도 어릴 때의 이야기인가 보다. 가고 싶은 레이드 팟이 늦게 생겨 따라갔다가 고작 새벽 1시를 넘기지 못하고 레이드 중에 잠들어 버렸다. 그리고 일요일이 되었는데 일 하고 싶다의 마음이 올라오지 않았다. 휴식이 더 필요한 거니?

놀아 준다? - 특정 친구를 언급하며 내가 그랬나보다. 조카가 문득 이모는 왜 놀아 준다고 그래?라며 나에게 물었다. 내가 그런 마음이기 때문이다. 모든 친구가 만나서 시간을 같이 보내고 싶은 친구는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친구가 아닌 것도 아니다. 그런데 그 중 몇몇 친구에게는 깊은 심호흡을 하고 그래 한 번은 만나야지라는 마음이 든다. 근데 그렇다면 친구를 그만 두는 것이 맞는 것일까? 나의 소중한 시간을 쓰면서 왜 불편을 감수하는 것일까 하다가도 마음 한 켠으로는 모난 성격에 얼마 안되는 친구들인데 그래도 만나서 얼굴 한 번이라도 봐야지 하고. 그러다 보니 무의식적으로 다른 사람들 앞에서 저렇게 이야기 하나 보다.

과식 - 금요일에 술을 과하게 마셨기 때문에, 그리고 토요일에 술을 또 마셨기 때문에 그 분이 또 오셨다. 그 위의 헛헛함은 나같은 숙취를 같고 있는 사람만이 알 것. 머리가 아프다던가 토할 것 같다 등의 일반적인 증상이면 차라리 해결이 쉽다. 진통제를 먹거나 차라리 토를 해버리면 되는 것. 술을 어설프게 많이 마셨을 때 나에게 매 번 오는 위의 헛헛한 증상. 배고픈 느낌이어서 먹고, 그래도 채워지지 않아 과식을 하게 되는데, 보통은 과식을 하면 많이 아파지지만, 술 마신 다음날만큼은 괜찮다. 근데 과식이 하나의 패턴이 되어 며칠 지속하고 나면 엄청 아파지는게 문제이다. 정말 많이 아파진다. 특정하게 위의 한 부분이 아프다 이런게 아니다 위와 배는 가득 찬 느낌에 몸 전체가 짜부러지는 느낌. 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고 그렇다고 깨있을 수도 없게 되는. 자꾸 나의 몸을 발견한다. 어쨌든 해결책은 금주라는 것. 알콜성 우울증도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이 아픔을 감수하면서 술을 마실 이유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아주 끊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술만큼 인생의 재미를 가져다주는 것은 없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할 때라는 막연한 깨달음과 나의 인생의 한 장이 또 다른 장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생각.

먹자 - 코로나로 나돌아다니는 것에 엄청난 제한이 있지만 그래도 간혹 친구들을 만나서 다닌 핫하다는 식당이나 커피숍을 가보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 매번 사진을 남기지는 못하고 있어 모든 것을 기록하지는 못하지만. 최대한 사진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은 갖고 있다. 도쿄 살면서 부터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한 부리, 방어. 한국에서도 맛있다. 다만 가격 차이가 너무 커서 내심 손해 본 이상한 느낌. 어리 굴젓은 맛있지만 항상 누가 먹고 죽었단 이야기를 듣고 기억하고 있어서, 먹으면서도 내일 난 살아있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항상 급사하여 죽고 싶지만 그 죽음이 아름다웠으면 하는. 뭐 그런 말도 안되는 똘끼. 식중독으로 죽으면 엄청 구릴 것 같다는! 

 

 

도렐. 제주도에서 시작한 곳이란다. 너티클라우드라는 메뉴가 유명하다고 해서 마셨다. 카멜 커피에 너트 폼을 얹은 것 같은 맛. 맛있었다. 그러나 양이 부족하여 커피를 2차로 더 마셨다.

 

 

예전부터 좋아하는 아그라. 어느날 하루 출근해서 아그라에서 점심 세트메뉴를 혼자 시켜먹었다. 샐러드 브레드와 탄두리 치킨까지 같이 나오는 세트. 난 여기 탄두리 치킨이 좋더라. 달달하니. 세계의 음식이 한국화 되면서 달아진다고들 하는데 어쩔 수 없는 듯. 한국인인 나의 입에는 단게 맛있는 걸.

 

 

어느날 점심으로 먹은 삼겹살 구이 덮밥. 요건 사실 삼겹살에서 돼지 향이 진하게 나서 맛은 없었는데, 덮밥의 구성품을 보고 아 이렇게 덮밥 해먹으면 되는구나 기억하고 싶어 사진을 찍었다. 얇게 저민 양파와 김가루, 상추, 계란 후라이를 기본으로 메인 하나를 올리면 매우 근사한 한끼의 덮밥 요리가 완성된다는.

 

 

한식 좋아하는 나. 이 음식을 같이 먹은 친구와는 그런 식으로 엇갈린다. 내가 좋아하는 생선구이 식당을 일부러 찾아 준 친구, 그리고는 삼치와 순두부 찌개를 시켜버리는. 난 둘 다 싫어해. 난 고등어나 임연수, 그리고 생선구이와는 김치찌개나 된장찌개를 원한다고. 맛있는 집이었으나 나에게는 40프로 부족했다.

 

 

팬시한 커피숍. 인테리어도 예쁘고 커피숍 내에서 팔던 기물들도 예쁘고 커피도 맛있었고 카라멜 브라우니는 정말 기억나고. 근데 의자가 너무 불편해서 못 앉아있겠더라. 분위기와 커피를 즐기고 나라에서 정해 준  한 시간 이내에 부랴부랴 나오게 되는 곳.

 

 

그리고 너무너무 사랑하게 된 야끼토리. 망원동의 과일가게. 머리에 쏙 넣었다. 사장님 혼자 운영하여 손님을 다 못 받더라. 어찌나 야끼토리가 맛있던지. 구운 솜씨도 훌륭했고 우선 닭 자체의 신선도도 높았다. 내가 일본에서 먹은 야끼토리는 조금 탄성이 있었다면, 여기의 야끼토리는 부드러운 질감. 양쪽 다 좋아. 사진 외에도 이것저것 시켜먹고 소주 한 병 나발 불고 8만원 정도 나온 너무너무 좋은 곳. 

 

 

술 마시다 마지막에 꼭 생각나는 회. 오복수산이었던 듯. 체인이면 퀄리티 유지를 잘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난 여기는 별로였다. 메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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