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적으로 많은 말을 쏟아내고 나면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온다.
내가 해야 할 말은 사실 그게 아니었는데, 감정에 못이겨 무심코 뱉어 놓은 말들이 밧줄이 되어 내 목을 칭칭 감는다.
깔끔하고 쿨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서 후회될 뿐이다.
더 이상의 감정 표현은 없다.


왜 사람은 아플까?
왜 치유할 수 없는 아픈 병에 걸릴까?
왜 그런 병에 걸려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겪을까?
왜 고통은 고통대로 겪어 버린 채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사람이 되어버릴까?
왜 남아 있는 사람은 죽을 듯이 괴로울까?


노력하면 될 줄 알았어.
지나간 기억처럼 그렇게 사라지고 잔잔한 추억으로 남을 줄 알았어.
누군가 떠난 자리는 아픔만 되는 것 같아.


아... 아파서 집에 있는데, 집에 있지 말아야 겠다.
온갖 우울한 잔상들이 머릿 속을 떠나지를 않는다.


자기소개서를 쓰다 보니 자기를 정말 뒤돌아보게 된다.
나 그래도 아주 나쁜 이력을 갖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이제 조심해야 할 것은 감정적이 되는 것.
그 부분은 항상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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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체의 소설은 멀리 하는 나지만, 우연히 커피숖에서 읽기 시작했는데, 이야기의 치밀함에 빠져 들었다.
나의 나쁜 습관은 한 번에 다 섯권 이상의 책을 펼쳐 놓고 읽는 것. 어떤 책은 일주일만에 읽어버리기도 하지만 대게는 최소 몇 달을 걸려 책을 읽어나간다.
나는 plot을 즐기는 사람은 확실히 아니다. 나는 문체를 즐기는 사람이다. 그러나 문체를 즐기다 지루함에 책을 놓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plot이 필요하다. 이 책은 plot이 있는 책이다.
2월 4일 저녁에 1권을 끝내고 2권 시작 중인데, 천재성 있는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대단해!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조금 더 읽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수학을 좋아해요.' 덴고는 그녀의 말끝에 물음표를 붙이고 그런 다음에 질문에 대답했다. '좋아해. 옛날부터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 

"도대체가 이런 결함투성이의 계획이 잘 굴러갈 리가 없는 것이다. 처음부터 살얼음을 밟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보니 그런 표현도 지나치게 순한 것이었다. 발을 얹기도 전부터 이미 얼음은 쩍쩍 소리를 내며 갈라지고 있었다."

"사람이 자유로워진다는 건 어떤 것일까, 그녀는 곧잘 자문했다. 하나의 감옥에서 멋지게 빠져나온다 해도, 그곳 역시 또다른 좀더 큰 감옥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소용돌이의 중심에 있는 것은 움직일 필요가 없어. 움직이는 건 그 주위의 모든 것이지."

"폭력이 언제나 눈에 보이는 형태를 취한다고 할 수 없고, 반드시 피를 흘리는 것만이 상처라고는 할 수 없듯이."

"세상의 대다수 사람들이 진실을 믿는 것이 아니라, 진실이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을 믿기 때문이에요."

"특히 시간의 총량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시계는 지금도 재깍재깍 시간을 새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돈이 있으면 그걸로 시간을 살 수 있어요. 사려고 마음먹으면 자유까지도 살 수 있습니다. 시간과 자유, 그건 인간이 돈으로 살 수 있는 가장 소중한 것이지요."

"죽는 건 두렵지 않아, 아오마메는 다시 한 번 확인한다. 두려운 것은 현실이 나를 따돌리는 것이다. 현실이 나를 두고 가버리는 것이다."

"아유미는 큰 결락같은 것을 내면에 안고 있었다. 그것은 지구 끝의 사막과도 같은 것이어서 아무리 물을 쏟아부어도 붓는 족족 땅 속으로 빨려들고 만다. 그뒤에는 촉촉한 기운이라고는 일절 남지 않는다. 어떤 생명도 뿌리내리지 못한다. 새조차 그 위를 날지 않는다. 무엇이 그녀 안에 그런 황폐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을 만들어냈는가."

"마치 진기한 이국의 나비를 보는 것 같다. 그냥 바라보는 건 괜찮다. 하지만 손을 대서는 안된다. 손을 대자마자 그것은 자연스러운 생명을 잃고 본래의 선명함을 잃는다. 그리고 그것은 이국의 꿈을 꾸는 것을 멈춰버린다."

"그의 마음에는 항상 덜 녹은 동토 덩어리 같은 것이 있었다. 그는 그 단단하고 차가운 심지와 함께 인생을 살아왔다. 그것을 차갑다고 느낀 일조차 없었다. 그것이 그에게는 이른바 상온이었기 때문이다."

"사람 하나가 죽는다는 건 어떤 사연이 있건 큰일이야. 이 세계에 구멍 하나가 뻐끔 뚫리는 거니까. 거기에 대해 우리는 올바르게 경의를 표해야 해. 그러지 않으면 구멍은 제대로 메워지지 않아."

"만나고 싶은 마음을 각자 소중히 가슴에 품은 채, 끝까지 떨어져 지내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러면 언제까지고 희망을 품은 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 희망은 몸의 깊은 곳을 따뜻하게 해주는 자그마한, 하지만 소중한 발열이다. 손바닥으로 소중히 감싸서 바람으로부터 지켜온 작은 불꽃이다. 현실의 난폭한 바람을 받으면 훅 하고 간단히 꺼져버릴지도 모른다."

"우리가 얼마나 고독했는지 아는 데는, 서로 이만큼의 시간이 필요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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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재입수한 "내 생에..." 요즘같이 우울함이 절정을 칠 때 이 책을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행복이란, 무지한 상태의 다른 말이죠. 행복하다는 말을 모른다는 말과 같아."

"이제 보니, 너 웃기는 애구나. 여기선 안 돼. 여기선 안된다는 걸 정말 모르니? 잠을 자든 섹스를 하든, 네 정신 나간 오빠와 여관방에 가서 해."

"그런데 그 모든 것을 참을 수 있게 하는 사랑이 박탈된 거야. 넌 단지 부정을 저지른 게 아니라 내 생을 빼앗아 버렸어. 안 돼. 난 이제 절대로 예전처럼 될 수 없어. 아무리 시간이 흘러가도 너를 다시 사랑할 수 없어. 삶이 참을 수 없이 하찮아. 사람이 왜 허무해지는지 아니? 삶이 하찮기 때문이야. 마음을 누를 극진한 게 없기 때문에..."

"그렇게 쪼그리고 앉아 화장을 하고 있으니, 마치 내일은 또 다른 곳으로 흘러갈 여자처럼 어쩐지 퇴폐적이고 정처없는 기분이 되었다."

"외로운 눈이었다. 내 몸의 가난처럼 그 남자의 가난을 알아챌 수 있었다. 이해할 수 없게도 그는 마치 나와 그렇게 마주 서기 위해 줄곧 내달려온 외로운 마라톤 선수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던 것이다. 늘 그렇지만 그런 일은 순간적으로 일어난다. 어떤 사람이 다시는 모르는 사람이 아니게 되는 일. 그 영혼을 보아버리는 일."

"사람들은 옷을 입은 채로는 바닷물에 빠지지 않는 것이 인생이라고 생각하지만, 옷을 입은 채 바닷물에 빠지는 것도 인생이죠."

"침대에 앉아 창 바깥을 내다보는데, 어느 순간 내가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다는것을 느꼈다. 오후 네시였다. 권태가 그만 슬픔으로 변해버리는 시간, 모든 것이 무상하고 남루해지는 이유 없는 슬픔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생은 그 모든 것을 태연하게 꿀꺽 삼킨다. 혼돈과 불안과 죄책감과 두려움과 흔적과 그토록 선명하고 충격적이던 생경한 육체의 감각까지도. 처음에 나는 나 자신에게가 아니라 오히려 생의 태연함에, 육체의 포용력에 조용히 경악했다."

"달을 봐. 얼마나 환한지. 저 집채처럼 큰 검은 구름, 미칠 것 같아."

"나는 두 눈을 커다랗게 뜬 채 먼먼 곳으로 날라가버렸다. 나도 모르게 당신, 당신, 당신이라고 중얼거리며 열 손가락을 활짝 펴고 그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바람에 날아오른 검은 깃털처럼 공중에 나부끼는 마음으로 생각했다. 그를 사랑하게 된 첫날이 언제였던가."

"문득 그런 생각이 스쳤다. 그가 나를 죽일 만큼 나에 대한 절대적인 어떤 의미가 남아 있었던가. 우린 서로에게 어떤 의미이기에 아직도 이토록 치명적인가? 사랑을 잃고 무표정하게 살아온 우리의 삶, 이미 서로의 순결이 훼손되어버린 뒤에도 무엇이 남아 있어서 이토록 힘이 드나?"

"괜찮아요? 무수한 발을 가진 기나긴 슬픔이 우리들의 부정한 궤적 위로 지나갔다. 이상하리만치 가볍고 나른하고 비현실적으로. 그렇게도 불행했던가, 괜찮아요라는 말 한마디가 그토록 따뜻했다니."

"사랑이 그렇듯 삶도 죽음도 참을 수 없도록 남루하고 무상하기만 했다."

"인생의 끝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하나의 꿈속에서 살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한 번 일어난 일은 쉽게 복구되지 않는다. 상처들은 그와 나를 한동안 더 떠돌게 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한밤중 젖은 속눈썹 속에 떠오를 나의 꿈을. 그리고 그의 꿈. 마지막까지 단념하지 못할 하나의 냄새를. 우리들 생애의 마지막 그리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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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라이또"에 푹 빠졌다. 게임폐인... 내가 잘 알지. 5년 넘게 정액을 끊어 와우를 한 나잖아!!!
"까르보나라 사주세효~ 까르보나라 조으다"에 뻥 터져서 웃다 보니, 나도 왠지 까르보나라가 먹고 싶어졌어.
이탈리안 만은 나도 할 수 있어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다녔으니 한 번 만들어봐야 겠다.

일단 재료 검색. 가장 그럴 듯한 까르보나라를 만들어야겠다. 나 이탈리안 파스타 식재료는 제법 갖고 있다고 자부한다.

재료:  스파게티면... (면 종류는 내가 선택!), 생크림, 계란 노른자, 치즈가루, 소금, 후추가루, 파슬리, 베이컨, 편썬 마늘, 양송이 버섯, 양파, 올리브유

일단 만들기 전 어떻게 해야할지 나의 고민은...
대충 섞어 버무린다 ㅋㅋ

오늘은 2월 4일 토요일... 회사에 당당하게 사표를 날리고 구직으로 머리 터지고 있는 지금. 꽃단장을 하고 증명사진을 찍으러 나가는 길에 까르보나라 재료나 사와야겠다! 내가 사야할 것은 생크림, 파슬리, 베이컨 요 세 가지. 김효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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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o much coffee makes you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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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일 미션은 8차! mission completed

 

 

 

 

 

 

 

 

 

 

 

 

 

 

 

신년 맞이 미션을 마무리 하고 행복한 식사 중인 우리들. 2012년에도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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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엔 젖은 가방들이 떠다닌다

"나는 열 가지 중 한 가지만 좋아도 아홉 가지 고통을 괘념치 않고 한 가지만을 선택적으로 즐긴다. 고통에 대해 괘념치 않으면 최소한 감정적이 되지는 않았다. 단지 불편할 뿐이다. 삶을 점점 건조하게 만들어 가는 것. 건조하면 적어도 자멸하지는 않으니까."

"아무리 건조해도 아픔은 생기는 법인가. 겨울이 끝날 무렵 나를 흔들면 굳어버린 인스턴트 커피가 담긴 병처럼 딸각딸각 소리가 날 것 같았다. 가방을 버리러 가야 할 때가 된 것이다."

다섯번째 질서와 여섯번째 질서 사이에

"울면서 살 지경이면 콱 죽어버려. 옛날엔 여자의 눈물이 무기였던 때도 있었지. 여자가 울면 남자가 안절부절못하던 시절도 있었다고. 요즘은 눈물이 똥보다 못해. 조롱거리라고. 아무도 우는 여자를 바로 안 본다니까. 배를 갈라 창자를 내놓았으면 내놓았지 눈물은 흘릴 게 못돼. 독한 세상이라고. 아무도 울면서 안 살아."

"내성적인 그들은 반가움을 억누르며 예의바르게 격식을 갖추어 서로를 가만가만 건드렸을 것이다. 그리고 수줍음을 타는 사람들 특유의 그늘진 열정에 사로잡히는 순간이 오면 더이상 지체하기 어렵다는 듯 와락 달려들어 묘기를 부리는 한 쌍의 돌고래처럼 즉흥적으로 화려하고 드라마틱한 곡예를 시작했을 것이다. 그리고"

"졸음이 와. 다시는 보지 말자. 난 네가 지루해. 그 말을하자 생이 정지하는 것 같았어. 유경은 일어서더니 나갔어. 난 그의 다리만 보았어. 유경은 구두를 신으려다가 멈추어 섰어. 그리고 몸을 돌렸지. 난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았어. 하지만 그가 현관에서 발을 들어올리고 다시 내 앞으로 와 섰을 때, 난 그를 와락 끌어안았지. 마침내 살이 갈라져 내가 둘로 나누어지는 것 같았어. 내 몸에 이렇게 넓은 틈이 있었던가. 나는 나를 수습하듯 그의 등과 목과 머리를 꽉 쓸어안았어. 따스함 부피감 단단함... 우린 사랑을 나누었어. 상상해봐, 상상이 되니... 처음이었어."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야. 그런 생각이 나를 방문해. 아침에 깨어날 때나 잠들어갈 때 내 속에서 누군가 중얼거려. 이렇게 생이 끝나는구나... 이렇게. 유경은 아직 해결하지 못한 과제 같은 거야. 내 삶은 유경을 지나가고 싶어해."

메리고라운드 서커스 여인

"아무것도 지키지 않고 아무것도 갖지 않고, 아무것도 거부하지 않고 생에 대한 의지도 상실해버린 채 모든 것으로부터 떠나 먼지 가득한 잠을 자온 여자."

"욕망은 짙은 화장을 하게 하고 범람하는 강처럼 위험한 교태를 떨게 하고 꽃이 피어나듯 스스로 다리를 벌리게 하고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감각의 추억을 몸 속에 남기고 그리고 회오리바람처럼 자신이 모를 곳으로 휩쓸어가버립니다."

"삶의 얼굴을 빈틈없이 끌어안고 있는 느낌이었어요."

"삶이 얼마나 사소하고 굴욕적이고 고요한 것인지도 모를 거에요."

" 어쩌다가 류를 이렇게 사랑하게 되었을까... 믿어지지 않는 일이야. 사랑하는 류... 뱀 같은 허공의 길을 걸어 너에게로 가고 싶어."

첫사랑

"첫사랑이 생애에 유일한 사랑인 사람들. 그런 확신이 단 한 번으로 영원히 자신을 사로잡을 때, 명료하지도 않고 약속도 없는 하나의 이미지가 존재의 결계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물의 정거장

"안심할 수 없기에, 빛나지 않기에, 요구할 수 없기에 더욱 다정해야 하는 나지막한 삶이 그곳에는 있었다. 저항이 없기에 더 섬세해지고, 헛된 희망이 없기에 시간과 공간에 대해 순응적이고 태평스러운, 마치 변화가 봉쇄된 과거로 돌아간 듯한 유순한 삶이."

"이렇게 높은 곳까지 올라온 줄 몰랐어요. 당신 손을 잡고 당신 눈길을 따라가느라, 이렇게 높은 곳에 올려진 줄도 몰랐어요. 날개라도 달린 듯...... 그런데, 당신은 없고 이렇게 높고 외딴 곳에 나만 남겨졌어요. 세상은 나를 향해 일제히 불을 꺼버렸는데, 나 혼자 어떻게 내려가나요? 이 자리에서 꼼짝도 할 수가 없는데. 내가 한 발도 못 움직일 거라는 거 당신도 알잖아요......"

"열정이 없을수록 삶은 더 선량해지는데...... 사랑 없이 못 사는 사람과 사랑 없이 사는 사람 중에 누가 더 나쁜 사람일까......"

"걱정하지 마. 당신 생을 내가 살게. 내 생은 당신이 살고. 우리 그러자......"

"이혼이 구체화되면서 그는 갑자기 내부의 매듭들을 하나하나 풀어버리고 있었다. 매듭을 풀 때마다 무숙을 향해 열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비어가는 자신을 중심으로 문을 하나하나 닫고 있는 느낌이었다."

"나도 그럴게. 당신이 주는 건 뭐든지 받아들일게. 그럴게......"

부인내실의 철학

"처음엔 몸으로 서로의 선을 느끼고 다음은 서로의 부피를 느끼고 다음엔 서로의 높이를 느끼며 다음엔 서로의 깊이를 느낀다. 사랑해요...... 난 당신이 너무 좋아요...... 당신이 너무 좋아요......"

"당신은 내 인생의 가장 마지막 꿈이야. 잡으려면 새처럼 날아가 버릴 것만 같고 뱀처럼 빠져나가버릴 것만 같은 꿈."

"마치 그것을 위해 삶을 다 바친 것 같은 짧은 순간들...... 하지만 바다가 갈라지듯 잠시 생의 조건들이 지워지고 아득하고 덧없는 본질이 삶을 설득할 때. 누가 저항할 수 있나. 아무것도 아닌 그런 것을 위해 우리는 산다고, 그래야 한다고, 그게 삶이라고, 그 정도만 바라야 하는것이라고......"

장미십자가

"차차 조금씩 더 먼 곳으로 허우적거리며 떠내려갔지요. 내가 스스로 그랬어요. 사랑하면서도 내 발로 점점 더 멀리 떠났어요. 사랑한다면서 숨통을 조일 수는 없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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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줄 놓고 춤추고 놀았더니 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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