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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 2020 2020.05.01
- 전경린 “언젠가 내가 돌아오면” 2020.04.27
- 4월 13일 2020.04.23
- 김선경 “서른 살엔 미처 몰랐던 것들” 2020.04.01
- 2020년 3월 23일 2020.03.24
제주도 2020
전경린 “언젠가 내가 돌아오면”
그리고 살면 살수록 실제의 삶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질 때마다 와전되고 부언 첨삭되어 원전을 확인할 수 없도록 각색된 구전이란것을 깨달았다. 삶이란 아귀를 맞추는 것을 단념하고 해독을 유보한 채 다만 자신의 진실을 경험해야 하는 것이다. 혜규는 사람이 태어나 살아가는 이유가, 이 세계에 새겨진 원전과 원전 사이에서 저마나 하나씩의 이야기를 만들어 신에게 바치기 위해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은 행복인지 불행인지, 선인지 악인지, 짧은지 긴지를 묻지 않고 얼마나 이야기다운가를 물을 것 같았다.
가능한 완전히 절망하기를...... 손 앞에 잡았던 것을 놓고 담담해지는 것은, 어찌할 수도 없는 경우엔 그것도 하나의 생존 방법이다.
소용돌이 바람 같은 혼란스러운 열정이 가라앉으면 다시 서로가 다만 인간으로 보일까? 만났지만 아직 한사코 사랑을 시작하지 않았던 때처럼, 건널 수 없고 뒤섞을 수 없는 서로의 인생이 다시 선명하게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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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3일
요새 마음이 힘들어서 회사에서 제공하는 심리상담을 받고 있다. 사실 스스로는 문제가 뭔지 알던 것 같아 해결책을 찾아볼 수 있을까해서 였는데, 상담은 내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혹은 생각하는지에 대한 원인을 찾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 하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어린시절의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다.
상담에서 밝혀진 나의 문제는 내가 겉으로 보여지고 싶은 모습의 프레임을 세운 다움 거기에 나를 맞추고, 이를 방해하는 요소에 스트레스를 받는 다는 것이다. 나는 왜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을 이렇게까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일까에 대한 탐문. 나의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는 가족이나 친구가 있냐라는 질문. 예스였다. 사실 유치하고 창피한 모습까지 보일 수 있는 언니가 있고, 나의 베프들은 들어줄 뿐 나를 판단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난 이야기 할 수 있다. 나를 덜 꾸미고. 있는 그대로. 그 외의 사람들에게는 그냥 적당히 보여주고 싶은 정도만. 그리고 나누고 싶지 않으니까 오히려 들으려고 하는지도. 그러면 나는 언제부터 이렇게 겉으로 보여지는 내가 중요했을까가 또 다른 질문인데, 언제부터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상담 중에 중학교 때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초등학교 때부터 친했고 같은 중학교에 가게 된 친구와 초반에는 그럭저럭 잘 지냈던 것 같다. 그 아이는 소위 말하는 일진이 되었고 난 그냥 그 아이의 친구였다. 우리 초등학교 6학년때쯤 진짜 사랑은 아니고 데이트가 유행을 했다. 그래서 서로 풋풋하게 좋아한다고 고백하면 남자친구와 여자친구가 되는 그런 것들. 나도 당연히 그런 남자 아이가 있었고 우리는 서로를 남자친구 여자친구로 정했다. 그러나 그것이 다였을 뿐. 각자 다른 중학교를 가서 얼굴조차 별로 볼 기회가 없었다. 그 남자아이는 싸움을 잘해서 다른 학교 짱이 됐고 이상하게 그 중학교와 내가 다니던 중학교의 남자아이들이 사이가 안 좋아 종종 싸움이 벌어졌다. 그래서 중학교 1학년때부터 2학년 초 나는 아무 이유 없이 학교에서 핫한 인물이 되었다.
중학교 2학년 초반의 어느 날 초등학교때부터 친했던 그 친구가 동네 놀이터로 나를 불렀다. 거기에는 꽤 많은 숫자의 여자애들이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이미 얼굴을 아는 같은 학년의 여자애들과 얼굴을 모르는, 아마도 1학년과 3학년 학생들이었던 것 같은 여자애들. 그 애들은 나를 둘러싸기 시작했고, 친구부터 시작해서 나에게 소리를 지르며 욕을 하길 시작했다. 욕의 내용은 남자애들에게 꼬리나 치고 다니는 여자라는 것. 얼굴조차 보지 않고 지내는 남자친구 아닌 남자친구만 믿고 무서울 것이 없이 지낸다는 것. 온갖 상스러운 욕들과 함께 그런 이야기를 계속 했던 것 같다.
근데 그 때 나에게 너무 신기한 일이 생겨났다. 그 아이가 열심히 나에게 욕을 하던 중에 갑자기 내 정신이 분리되는 느낌이 들었다고 해야 하나. 나의 몸은 그 여자아이들 한가운데 서 있었지만 더 이상 그 말이 잘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20-30여분 지났을까. 아이들이 뿔뿔이 흩어졌고 나도 집으로 돌아왔다. 내 정신은 다시 돌아왔고, 육체적으로 맞거나 한 건 아니었는데도 그보다 더한 고통을 받았던 것 같다. 그래서 죽어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죽는 시늉이라도 하고 싶었다. 약국에 가서 엄마가 시켰다고 약사에게 거짓말을 하여 수면제 한 박스를 사왔고 고작 20알 남짓 들어있는 그 약들을 한 번에 입에 털어 넣었다. 이상한 환각증상 같은 것이 생겼고 어쨌든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엄마를 찾아갔다. 엄마에게 약을 털어 넣은 사실을 말했더니 엄마는 얼마나 먹었는지 물었고 집에 가서 그냥 자라고 했다.
그리고 이틀 학교를 결석하고 그렇게 없던 일이 되었다. 나에게는 부모님과 언니가 있었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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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경 “서른 살엔 미처 몰랐던 것들”
늘 남과 ‘달리’ 생각하고 행동한 덕분에 그는 허풍쟁이, 노출증 환자, 과대망상자로 불렸다. 그러나 환상적이고 독특한 달리만의 예술세계는 누구도 흉내 내지 못했다. 달리는 “굶을 지언정 아무거나 먹을 수 없다”, “내 안에는 천재가 살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독하게 자신을 사랑한 그는 바람대로 ‘살바도르 달리’가 되어 세상을 떠났다. 살바도르 달리, 그 외에 어떤 수식어도 필요 없는 삶이었다.
비 오는 어느 날 한밤중에 ‘띵동~!’하고 문자 한 통이 들어왔다 여고 시절 친구다. “친구야, 내리는 빗방울 수만큼 행복해라”라는 내용이다. 빗방울 같은 행복이 후드득 떨어졌다.
소설가 야마가와 겐이치는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을까요?”라는 독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네가 네 자신을 좋아해 준다면 한 명 더 느는 건 확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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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23일
시간 참 잘 간다. 일본에서 정신 없이 짐 정리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벌써 한국에 온지 4개월 차다. 회사에는 그럭저럭 적응을 했다. 나이가 많아서인지 잘 보여서인지 혹은 못보여서인지 생각지도 않았던 업무를 맡아서 같이 하고 있는데, 잘하다나 못하다 혹은 잘 맞다 그렇지 않다의 구분을 떠나서 그냥 참 불편하다. 다른 무엇보다도 나라는 사람이 많이 모자라서. 나만 너무 사랑하고 아끼다보니 다른이에게 불필요한 관심이 없어진지 이미 오래라서. 누군가를 한 번 더 챙겨야 한다는 것이 꽤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코로나 때문에 집에만 계속 있으면서 조카와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다시는 외국 나가서 살지 말라는 조카. 사랑스럽다. 그러나 여기에서의 삶은 벌써 답답하다. 언어의 제약이 없어서 오히려 껄끄러워짐이 생기기도 한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아 어쩔 수 없어라는 핑계를 댈 수 없이 사소한 뉘앙스를 알아 채서 오는 숨 막힘. 나와 다른데, 왜 나를 당신처럼 생각하게끔 하려고 합니까라고 따져 묻고 싶기도 하다. 언어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가치관의 문제. 사람들은 놀라울 정도로 다른 사람의 강점에 무관심하고 약점에는 집요하게 파고든다. 당신이 타인을 낮게 보는 순간 타인도 당신을 그렇게 본다라는 것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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